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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왜 해골을 다이아몬드로 장식했을까?… 불편한 미술이 더 매혹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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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혐오와 매혹 사이
이문정 지음 | 동녘 | 336쪽 | 2만3000원

"시체 안치소에 냉동 보관되어 있던 인간의 시체를 촬영한 작품에 사람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을 자극하거나 분노하게 하는 것은 세라노의 목표가 아니었다."

1996년, 영국 예술가 데미안 허스트는 열두 개의 절단된 소를 미술작품이라며 전시했다. 작품을 본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 괴짜 예술가는 2007년에는 주물을 떠 백금으로 만든 해골에 1106.18캐럿에 달하는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은 ‘작품’을 만들었다.

미술평론가 이문정은 이렇게 불편하고, 혐오스럽게 느껴지지만 묘하게 우리의 마음을 끄는 현대미술 이야기를 들려준다. 앞서 ‘괴짜 예술가’라 언급한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해 자신의 몸에서 채혈한 피를 얼려 자아 두상을 만든 마크 퀸, 시체 사진을 찍은 안드레 세라노, 자신의 똥을 깡통에 담아 전시한 피에로 만초니, 쇠고기로 옷을 지어 입은 야나 스테르박 등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개한다.

저자는 출퇴근길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은 동물 사체와 도시의 패악이 되어버린 길고양이들처럼, 지저분해 보이지만 세상에는 한 번쯤 진지하게 마주 봐야 하는 불편한 것들이 많다고 주장한다. 또 불편함을 유발하는 예술적 행위 대부분은 스캔들과 가십이 아니라, 우리 삶에 숨겨진 어떤 진실을 찾으려는 예술가들의 절실한 도전이라고 말한다.

책은 폭력, 죽음, 질병, 피, 배설물, 섹스, 괴물 등 우리에게 불편한 키워드를 주제로 구성됐다. 이 모두는 하나같이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받고 주변으로 밀려난 것들이지만, 동시에 매력적이고 궁금한 무언가다.

예컨대 ‘질병’을 주제로 한 섹션에서는 자신의 투병 과정을 예술로 만든 한나 윌케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는 1987년 림프종 진단을 받은 후 1993년 사망할 때까지 점점 죽음에 이르는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사진과 비디오에 담았다. 몸 곳곳에 주삿바늘을 꽂고 가슴과 배, 엉덩이에 거즈를 붙인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윌케의 모습은 병을 극복하려는 의지,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긍과 체념, 두려움 등을 보여준다. 만약 윌케의 작품을 보고 혐오와 불쾌함을 느낀다면, 당신은 ‘미’와 ‘추’를 구분하는 진부함에 길든 것일 수도 있다.

현대미술은 더 이상 아름다운 꽃밭에 머무르길 원하지 않는다. 우리를 고뇌하게 하고 아프게 하는 것들도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진실이란 편안함뿐만 아니라 불편함까지 마주해야 얻어질 수 있다. 우리가 미처 몰랐을 뿐 불편함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 불편함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고 해서 이 세상이 갑자기 끔찍해지거나 슬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데도 세상이 의미 있음을, 아름다울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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