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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국민 노후 643兆' 책임질 연금 수장, 15개월 만에야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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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1년 3개월간 자리가 비어 있던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에 안효준(55·왼쪽)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사장)이 낙점됐다. 안 신임 본부장이 8일 전북 전주 본부에서 김성주 공단이사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제공




국민 노후 자금 운용을 총지휘하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에 안효준(55)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사장)이 8일 임명됐다. 작년 7월 강면욱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사표를 낸 후 1년 3개월 만이다. 국민연금은 당초 2월 기금운용본부장을 공모했으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인선 개입 논란'이 불거지면서 7월에 재공모에 나선 바 있다. 이 자리는 7월 말 현재 643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자금을 실제 현장에서 굴리는 책임을 맡고 있어 '자본시장 대통령'이라 불리기도 한다.

안효준 신임 본부장은 부산 출신으로 부산 배정고, 부산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1988년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로 금융업계에 첫발을 내디뎌 30년 동안 주로 자산 운용 분야에서 일했다. 서울증권 뉴욕지점장·해외운용팀장, 호주 ANZ펀드운용 펀드 매니저,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홍콩지점 주식운용팀장 등을 거쳐 해외 주식 운용 노하우가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엔 국민연금 해외증권실장으로 옮겼다가 2년간 주식운용실장을 맡았다. 이후 교보악사자산운용, BNK투자증권 사장 등을 지냈고, 작년 11월부터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번 재공모엔 안 본부장 외에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 지침) 전문가인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등도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안 본부장이 국내외 주식 운용 경험이 풍부한 데다 과거 국민연금에서 근무했다는 게 장점으로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이날 안 본부장에 대해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 그리고 국민연금 기금에 대한 이해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 앞엔 산적한 과제가 있다. 우선 예년에 비해 부쩍 낮아진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률을 회복하는 것이다. 올 7월 말까지 국민연금 수익률은 연 환산 기준으로 1.86%다. 작년의 7.26%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이 마이너스(-) 6.11%를 기록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코스피지수 하락률보다도 0.69%포인트 낮다. 안 본부장은 "고착화되고 있는 저금리·저성장 기조 등을 극복하고자 투자 지역과 대상을 다변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 기금 수익 제고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전직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안 좋으면 해외 투자나 부동산 등 대체 투자로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데, 신임 본부장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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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를 실제 운용하는 데 있어 정부가 자의적으로 기업에 개입하려는 입김은 최대한 막으면서 배당 등을 늘려 수익률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도 안 본부장의 숙제다.

흐트러진 기금운용본부의 전열을 정비하는 것도 큰 과제다.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하고 1년 3개월 동안 기금운용본부장까지 비어 있자 그간 주요 실장급들이 줄사표를 내는 등 핵심 인력이 이탈했다. 지난 8월 주요 운용실장 5석 중 4석이 비자 내부 승진으로 공석을 일부 메웠지만 현재도 주식운용실장과 대체투자실장 등 2석이 공석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사정을 잘 아는 안 본부장의 합류로 조직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현철 기자(bangh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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