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희망퇴직 '부메랑'으로 돌아온 은행권 사상 최대 실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하나은행 통합 이후 반기 최고 순이익…금융위원장 채용 압박 발언 비판 의견도

[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올해 상반기 시중은행들이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오히려 은행권에는 희망퇴직 찬바람이 불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올해 하반기 지난해 보다 크게 늘어난 3100명 규모를 신규 채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KEB하나은행을 필두로 은행권 역대급 실적이 기존 행원들에게는 오히려 희망퇴직 부메랑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의 2018년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91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8억원(2.9%)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견조한 여신성장에 따른 이자이익 증대와 대손비용 감소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한 1조3533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663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9% 감소했지만, 1분기에 인식했던 명동사옥 매각 관련 일회성이익(세후 834억원)이 소멸된 것을 감안한다면 전분기 대비 9.3% 증가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 1조7956억원, 2분기 순이익 9380억원을 달성했다. 신한은행의 상반기 당기 순이익은 1조27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했으며, 2분기는 6713억으로 1분기 6005억 대비 11.8% 늘어났다.

하나금융그룹은 2분기 6353억원을 포함한 상반기 누적 연결당기순이익 1조3038억원을 시현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2분기 5614억원을 포함한 상반기 누적 연결당기순이익 1조1933억원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45억원(19.5%) 증가한 수치로, 2015년 하나ㆍ외환은행 통합 이후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우리은행도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8.9% 증가한 당기순이익 1조3059억원을 달성했다. 지난 2007년 상반기 1조3360억원의 순익을 낸 이후 11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기업은행의 별도기준 당기 순이익은 80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증가했다. 부산ㆍ대구ㆍ전북ㆍ광주은행 등 지방은행들의 실적도 양호했다.

이코노믹리뷰

하나은행 을지로 본사 사옥. 출처=하나금융지주 희망퇴직 치고 나가는 하나은행

은행들의 이 같은 호실적에도 불구 하나은행은 지난달 31일 준정년 퇴직 인원을 확정했다. 3일 동안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조건은 40세 이상, 15년 이상 근무자가 대상이었다. 지난 2016년 이후 2년만에 이뤄진 이번 명예퇴직은 관리자급 직원 27명과 책임자급 181명, 행원급 66명이 포함됐다. 지점장 이상의 관리자는 27개월치, 책임자와 행원급은 최대 33개월치 급여를 받게 된다.

업계는 하나은행의 이 같은 행보가 정부의 의지가 담긴 당국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고용지표는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초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퇴직금을 많이 줘서 10명이 희망퇴직을 하면 젊은 인력 7명을 채용할 수 있다"며 "은행에 희망퇴직과 퇴직금 인상을 권장할 것"이라고 말하며 퇴직을 독려하는 발언을 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금융시장에 관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경제 원리에 충실한 발언을 해야 함에도 이 같은 발언은 금융기관을 준공기관으로 취급하고 있거나 시장원리와 상관없이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관계자는 "금융사 직원 임금이 과도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해도 은행에게 가이드라인을 준다면 인사ㆍ경영 시스템을 바꿔보라는 수준의 발언이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이번 희망퇴직은 금융노조 산하 하나은행 노조도 합의한 사항이다. 일각에선 희망퇴직 대상으로 40대를 받은 것에 대해 가이드라인이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고용 개인 차원에서는 일을 그만하고 싶은 직원이 있을 수 있어 한시적으로 퇴직 신청을 받는 것에 대해 합의해 줬다"고 말했다.

아버지 짜르고 아들 채용하는 은행

이로 인해 고임금의 고령직원을 내보내고 신입직원들을 뽑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행연합회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SC제일ㆍ씨티 등 국내 시중은행들의 총 임직원 수는 2015년 7만2669명, 2016년 7만671명, 2017년 6만6849명 등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6년 이후 주요은행들의 희망퇴직 규모는 60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해마다 400명 가량에 이르는 임금피크제 대상자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는 아직 미정이다. 올해 1월에는 400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나갔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7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우리은행 또한 지난해말과 올해 4월 두 차례 1000여명이 넘는 직원들을 내보냈다. 농협은행도 작년말 530여명이 퇴직했다.

은행들의 좋은 실적이 오히려 구조조정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희망퇴직자들에게 소요되는 비용이 2억원이상임을 고려할 때 실적이 좋을 때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은행들은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재준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교적 젊은 나이인 40대 중반도 희망퇴직 대상자가 된다는 것은 은행의 인사관리와 경영상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것을 시인한 꼴"이라며 "당국의 압박 때문에 취한 행위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고영훈 기자

-Copyright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