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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시가 있는 월요일] 눈물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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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너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 신철규 作 <눈물의 중력> 중

얼마나 무거운 눈물이기에 얼굴도 들지 못하고 엎드려 울고 있는 것일까. 허리도 펴지 못할 만큼 무겁고 슬픈 사연은 무엇일까. 어떤 짓궂은 신이 그의 등에 올라탄 것일까.

눈물은 정말 무겁다. 말 못할 슬픔 속에서 솟아나는 눈물은 더욱 무겁다. 무거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의 인생은 사연으로 가득 찬 우물 같다.

말로 할 수 없기에 흘리는 눈물, 아픈 가슴으로 퍼올리는 눈물, 퍼내도 퍼내도 고이는 눈물. 그 눈물이 얼마나 무겁겠는가.

그래도 눈물이 있어 다행이다. 눈물마저 없었다면 그 사연들 다 어찌했을까.

[허연 문화 전문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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