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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크기 2㎜ 물벼룩 몸속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파고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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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생명입니다] [1부-4·끝] 플라스틱의 반격

나노 크기 조각은 세포벽 통과… 생선살 조직까지 침투 가능

바다로 흘러들어 간 미세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돌고 돌아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 UN에서 해양환경전문가그룹(GESAMP)이 2016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인들은 연평균 미세 플라스틱 1만1000개를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비영리 언론기관 오르브미디어(OrbMedia)는 지난해 영국의 남쪽 해변에 있는 엑서터(Exeter) 지방 해역에서 잡은 물벼룩 한 마리를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아주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몸 곳곳에서 발견됐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스티렌(PS) 조각들이 물벼룩의 위장과 더듬이, 가슴 부위에 들어가 있었다. 물벼룩의 몸길이는 1.2~2.5㎜ 정도. 그 몸속에 50㎚(나노미터·10억분의 1m)도 안 되는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들이 곳곳에 박힌 것이다.

물벼룩은 동물플랑크톤의 한 종류다. 플랑크톤은 바다 표면을 떠다니는 부유생물로, 바다 생태계의 가장 기본적인 먹이다. 특히 알에서 막 부화한 치어들이 물벼룩을 먹고 성장한다. 물벼룩과 같은 동물플랑크톤의 체내에 쌓인 미세 플라스틱은 상위 포식자인 홍합, 굴, 물고기 등 대부분 바다 생물의 몸속으로 옮겨 간다.

홍합·굴·새우 등처럼 통째로 먹는 수산물과 달리 물고기는 대부분 내장을 제거하고 먹기 때문에 물고기 내장에 쌓인 미세 플라스틱이 사람 몸으로 들어올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GESAMP는 "나노 단위의 미세 플라스틱은 세포벽을 통과해 내장 이외의 조직까지 침투할 수 있다"고 했다.

크기가 수 ㎝에 달하는 굵은 플라스틱도 문제다. 일부 고래나 바닷새 등이 플라스틱 조각을 먹을 경우 성장 장애나 번식력 저하, 폐사 등을 일으킨다. 굵은 플라스틱은 거친 해류나 태양 자외선 등으로 마모되면서 크기가 점점 줄어들어 결국엔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어느 쪽이든 바다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특별취재팀〉

박은호 차장, 채성진 기자, 김정훈 기자, 김효인 기자, 이동휘 기자, 손호영 기자, 권선미 기자, 허상우 기자



[허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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