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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북한판 산은·수은, 합작해볼만…북한식 개혁개방 금융수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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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산은 연구소 북한 출신 북한연구자

김영희 북한경제팀장 논문 발표

조선중앙은행 정책·상업은행 기능분리

한국·중국 지원해야 천문학적 통일비용 줄여



한겨레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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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북미 관계가 급변할 수 있는 물꼬가 터진 가운데 향후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을 줄이려면, ‘북한식 개혁개방’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판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을 남·북·중국이 합작으로 만드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케이디비(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소속으로 탈북 뒤 국내 북한경제 전문가로 변신한 연구자의 목소리라서 더 의미심장하다.

14일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연구센터가 펴낸 <금융감독연구> 최신호에 실린 ‘북한의 금융과 통일을 위한 과제-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을 중심으로’ 논문을 보면, 북한 금융 실태와 함께 중국 시장경제전환과 독일 통일과정에서 금융지원 사례의 시사점이 담겼다. 이는 산은 연구소 통일사업부 김영희 북한경제팀장이 쓴 것으로, 그는 북한 원산경제대학을 졸업한 뒤 2002년 탈북해 경남대 북한대학원과 동국대에서 북한학 석박사를 마쳤고 2007년 산은에 입사해 북한·통일경제 연구를 이어왔다.

논문은 독일 정부가 집계한 1991~2005년 통일 비용이 2조7020억마르크(유로화 통합 전 옛 독일화폐·약 1780조원)에 이르는 등 막대한 부담을 안긴 점을 지적하며, 발권·통화정책·개발금융 등 중앙은행과 정책금융 기능이 모두 합쳐진 북한의 조선중앙은행이 향후 정책금융기능을 분리할 경우 한국과 중국 등이 합작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금융으로만 존재하는 민간 금융중개 기능을 대신할 민간 상업은행 설립도 촉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논문에서 “김정은은 집권 이후 ‘5·30 담화’(2014년)를 통해 기업이 실제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기업활동을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으며, (중략)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북한의 시장화는 개인의 영역을 넘어 기업에도 침투되고 있다”며 “북한에 있어 경제변화에 상응한 금융기능의 변화, 즉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상업금융)의 기능변화는 필연적”이라고 짚었다. 북한 정부는 한때 조선중앙은행 이외에도 농민은행, 건설자금은행, 산업은행 등 민간 특수은행이나 정부 주도 인프라 개발 금융, 국영기업 자금지원을 위한 특수목적 정책금융기관들을 분리 설치하기도 했으나 1970년대 중반 이후엔 또다시 조선중앙은행에 이런 모든 기능을 통폐합해버렸다. 그 뒤로 30년이 지난 2006년에 와서야 상업은행법을 제정해 기업과 개인의 자금수요를 충당하는 새로운 은행의 출현 가능성을 열었으나, 현시점에선 제대로 된 상업은행이 아직 설립되지 않은 상태다. 이 상태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개인의 상업활동 등 시장화가 진전되고 합법화되다 보니 민간 사금융 시장이 커져서, 이른바 자금을 축적한 ‘돈주’와 이런 자금을 개인·기업에 중개하는 ‘돈 장사꾼’이 성장하게 된다. 앞서 2014년 5·30 담화는 민간 사금융의 대부기능을 크게 확대했는데, 사금융 시장에서 금리는 2013년 기준 연평균 60~120% 정도 하다가 현재는 40~80% 정도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팀장은 북한의 시장경제화 진전이 중국의 시장경제전환 초기보다 더 빠른 편이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중국이 개방 초기 단계에서 설립한 국영 상업은행들이 국영기업에 무책임한 부실대출을 시행했던 선례 등의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되며, 우리가 북한식 정책금융기관 설립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개혁개방 초기에 정책금융기관과 상업금융기관을 동시에 설립하고 그 기능을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책금융기관은 핵심 국영산업에 대해서만 정책금융을 지원하고, 민간 상업금융이 민영부문에 대한 금융수요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의 사금융을 빠른 시일 안에 개인은행으로 양성화해서 기업·개인에 대한 자금 중개, 주택건설 투자 등에 대한 비중을 키워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팀장은 정책금융기관 설립에 대해선 “우리 산업은행이 몽골개발은행을 지원한 경험에 기초하여 북한에 개발금융기법을 전수하는 한편, 중국 개발은행과 함께 북한개발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또한 한국수출입은행은 중국수출입은행과 공동투자를 통해 북한 수출입은행의 설립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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