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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정민우 이사장의 直talk(107) 시즌 4<본부장이 팀장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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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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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집단을 이루어 모여 살게 되었고 문자를 사용하면서 정치나 종교와 같은 가치체계를 가지게 되었으며 숫자를 사용하면서 거대한 도시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도시란 욕망이다. 숫자란 인간에게 가장 빨리 욕망을 실현해줄 것만 같은 암호이다. 문자는 상징이지만 숫자는 리얼이다. 무엇인가로 다가서는 직접적인 관문인 것이다. 인간이 문명화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편리해졌다는 것과는 다르다. 문자가 문명화를 주도한 것이고 숫자는 그것을 도운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오히려 숫자가 그것을 방해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기업의 CEO라는 분들은 이러한 자본주의의 욕망을 누구보다 훤히 꿰뚫고 있는 분들이고 또 그래야 한다. 훌륭한 분들이지만 인격자와는 좀 거리가 있다. 회사라는 것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의 욕망을 실현해주기 위해서이다. 사기업도 아닌 공기업인 수자원 공사마저도 결국 우리가 언제나 원하는 때에 얼마든지 시원하게 샤워를 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가. 만약 인간이 실현할 욕망이 없었다면 문자는 있었어도 숫자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좀더 세밀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만족하고 싶은 욕망이 오늘날 더더욱 많은 회사를 만들어 내게 한다. 그리고 그 회사의 사장들은 그들의 요구에 더욱 귀를 밀착하고 반응해야 한다. 그래서 CEO는 늘 숫자를 원하는 것이다. 회사에 돈을 댄 주주들 그리고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산 고객들에게 숫자가 아닌 다른 문자나 언어를 늘어 놓는 것은 그야말로 욕 들어 먹을 짓이기 때문이다. 숫자가 우리의 욕망을 증폭시켜주는 이유는 도대체 우리가 얼마나 즐겼는지를 눈으로 보지 않고는 모르기 때문이다. 전 날밤에 즐긴 유흥의 양은 어느덧 우리 마음의 즐거움의 정도가 아니라 어제 먹은 술과 안주 값의 정도가 되어버렸다. 즉 회식자리에서 어느 여직원의 우스개 소리처럼 일반적으로 여자는 키 큰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180cm가 넘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말대로 말이다. 정말 우리가 얼마나 숫자를 통해 만족감을 얻고 살고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숫자가 가지는 힘은 매우 파괴적이다. 숫자에는 우리는 물론이고 상대를 옭아맬 수 있는 확정적 강제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에게나 가장 위협적인 협상 언어는 숫자이고 그 다음이 가급적 짧은 단어이다. 여러분들이 어느 업계에 종사하든 숫자를 잘 다루어야 함은 필수적이다. 정치인들도 숫자를 잘 다루는 정치인이 오래 살아남는다. 이유는 정치 자금을 가늠하는 능력도 탁월할 뿐 아니라 청문회 같은 장소에서 숫자만 잘 제시해도 매우 똑 부러지는 정치인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숫자를 잘 다루면 누구보다도 부지런하고 디테일해 보인다. 따라서 여러분이 돈과 아무 상관없는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더라도 이 부분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상사에게 보여주는 보고서에는 웬만하면 문장을 쓰지 말기 바란다. 길고 장황한 문장은 보고자가 한 일이 많았을지언정 결과는 없었음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매달 매주 다가오는 정례미팅이나 업무보고시간에 맞춰 여러분 같은 팀장들은 늘 보고서 작성에 목을 매고 있을 것이다. 몇 장씩이나 이어지는 긴 문장의 보고서가 이어진다. 숫자를 가득 담은 장표가 눈에 선하다. 물론 그 장표 안에 갇혀있는 숫자들의 의미는 거의 없다고 본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장표와 그래프가 넘쳐난다. 본부장 같은 임원급 상사들이 보기에는 그저 쓰레기처럼 보일 뿐이다. 물론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고 백지를 제출하거나 그냥 말로 한다면 바로 아웃이겠지만 여러분들 같은 우수한 인재들이 그런 사고를 치지는 않을 줄 믿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한단 말인가. 보고의 기본은 주요 아젠다와 부연 발표에 있다. 먼저 툭 던지고 슬쩍 줍는 것이다. 상사에게는 숫자를 던지고 단어로 줍는다. 명심해라. 짧게 이야기하고 대신 제스처의 연구가 중요하고 동영상과 그림을 많이 보여주도록 하자. 자고로 외국인, 노인, 공무원에게 자료를 보낼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이것이다. 그림을 내용의 3분의 2로 하라는 것이다. 글이 많을수록 평가가 박할 것이다. 어디서 돈 주고도 못 듣는 이야기다.

자 부하들과 미팅에 대해서도 한마디해주겠다. 일단 여러분과 같은 팀장들이 상사들과 정례보고와 미팅을 한 것을 토대로 팀원들과의 미팅을 진행하고자 할 것이다. 팀원들은 아마도 살짝 긴장하고는 있겠지만 사실 조금 지겨워할 가능성도 크다. 이미 자신의 팀장이 무슨 말을 할지 예측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미팅의 이슈는 언제나 예측 가능하더라도 과정마저 그래서는 안된다 . 따라서 팀장이 해야 할 일은 가능한 미팅에서 팀원들의 참여를 높이려 해야 한다. 개별적으로 의례적인 발표를 시킨다 던지 뜬금없는 질문을 통해 허황된 답변을 유도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아무쪼록 시간을 보낸다는 느낌을 절대 주어서는 안된다. 미팅은 언제나 유효적이고 실질적이어야 한다. 한 두 번 요식행위로 흐르는 사이 조직의 긴장감은 그냥 허무러져 버린다. 또한 숫자와 단어는 가급적 서두에 짧게 언급하고 주로 문장을 쓰면서 그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연상하게끔 도와주어야 한다. 팀장은 말수가 적어도 되지만 말을 못 만들어 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잔소리를 해서도 안된다. 결국 팀장의 말을 들으며 그가 하는 말을 전부 외우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리란 언어의 미학이고 문장의 미학이다. 수많은 단어를 앞뒤로 조합하며 팀원들이 팀장의 스피치를 감상하고 즐기게 해주어야 한다. 결국 여러분은 말로 노래를 하고 연주를 하고 공연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스처도 매우 중요하다. 상사에게 보고할 때도 제스처가 중요하듯이 팀원들과의 미팅 때도 똑같다. 제스처는 언제나 정제되어 있으면서 이 사람이 무엇인가에 매우 몰두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동작을 보여주도록 하자. 결국 팀원들과 이야기할 때는 문장을 만들어내어야 한다. 전체의 맥락을 이끌어갈 명제를 먼저 크게 쓰고 그것에서 가지를 쳐서 내려오면서 작은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것이다. 여러분의 팀원들이 여러분의 말을 어록으로 만들고 싶도록 해야한다. 반대로 상사에게 말할 때는 절대 멋을 부려서도 안되고 말을 늘여서도 안된다. 이건 그냥 팩트다. 오로지 숫자, 단어, 제스처 그리고 그림이다. 책상 앞에다 써 붙여 놓길 바란다.

[정민우 청년의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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