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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日 언론 “北 풍계리 취재서 일본 제외, 경제지원 얻기 위한 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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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오는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할 때 한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 취재진을 초청하면서 일본을 제외한 데 대해 일본 주요 언론은 14일 북한이 의도적으로 일본을 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은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할 때는 일본 방송국을 포함시켰으나, 이번엔 핵실험장이 협소하다는 이유로 일본을 뺐다.

일본 언론은 북한이 대북 제재와 압박 유지를 주장하는 일본에 불만을 갖고 취재 제한으로 일본 정부에 경고했다고 보고 있다. 향후 북한이 북·일 정상회담 등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일본에서 경제 지원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북한이 일본 언론을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취재에서 제외하고 최근 일본 비판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일본을 견제하면서 대화가 시작될 때 유리한 경제적 조건을 가져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한의 일본 언론 취재 제외와 북한 매체들의 일본 비판과 관련, “한일 외교 소식통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북한이 일본과의 대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며, 경제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한 흥정의 일환이라 본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경제 발전에 집중하는 새로운 노선을 내세운 북한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의 대가로 경제 원조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2018년 4월 24일 공개한 풍계리 일대의 위성사진. 4월 초(왼쪽)와 20일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의 모습을 비교한 결과 서쪽 갱도에 탄광차가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고 38노스는 밝혔다. /38노스


산케이신문은 14일 “2008년 북한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할 때 일본을 포함한 북핵 6 자 회담 참가국 언론에 현장이 공개됐지만, 이번에 일본은 제외됐다”며 “일본이 미국에 비핵화 협상 의제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북한이 불만을 품고 일본을 의도적으로 제외했다는 분석이 한국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와 폐쇄는 비핵화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지만, 전문가와 국제기구의 사찰 수용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 쇼’가 될 우려도 있다”고 평했다.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일본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언제든지 일본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북한 매체들의 일본 비판 논조는 거세지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 내 정치적 위기를 거론하며 “(아베 총리가) 집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상투적인 수법에 매달릴수록 자기의 추악한 몰골을 세계에 드러내놓을 뿐”이라고 했다. 노동신문은 6일 논평을 통해서는 “누구도 일본을 청하지도 않으며 일본이 앉을 방석을 마련할 필요는 더욱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7일 논평에서 “일본이 우리에 대해 짐짓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에서 배제된 궁색한 처지를 모면해 보려는 어리석은 모지름(모질음, 고통을 견디어 내려고 모질게 쓰는 힘)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미국 정부에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다루고 비핵화 협상 의제에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WMD) 폐기도 포함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 있다. 아베 총리는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지 않는 것만으로 대가를 줘서는 안 된다”며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했다.

[김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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