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friday] 첨성대·보문정·양동마을 돌며 스탬프 꾸욱~ '참 잘했어요'도장 받은 것 같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주 스탬프 여행]

인증샷 대신 '인증 도장'

조선일보

도장을 찍는다. 기억과 발자취는 사라지고 잊히기 십상이니 스탬프 투어 용지에 도장 족적(足跡)을 남긴다. 도장에 빨강, 검정 잉크를 골고루 묻혀 미션을 수행하듯 여행지 한 칸 한 칸 찍어갈 때마다 성취감이 느껴진다. 일정 칸을 도장으로 채우면 개수에 따라 기념품이나 선물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여행 뒤 남는 건 사진뿐'이란 말은 틀렸다. 스탬프(stamp)도 있다.

각 지역의 명소를 돌아보며 '관람 인증' '관람 기념'으로 도장을 찍는 여행 방식인 스탬프 투어(stamp tour)가 다양해지고 있다. 종이에 찍는 전통적 방식뿐만 아니라 스탬프 투어 앱을 활용한 '모바일 스탬프 투어'까지 나왔다. 올봄엔 관광지 활성화를 위해 스탬프 투어를 진행하는 지자체도 부쩍 늘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도장 찍기 좋은 계절, 스탬프 투어 성지(聖地)로 꼽히는 경북 경주로 갔다.

용지 구하고 스마트폰 앱 켜 도장 '꾹'

지난 15일 경주 동궁과 월지(옛 안압지)에서 만난 하은영(28)씨는 "스탬프 투어를 하면 놓치기 쉬운 여행지들도 꼼꼼히 둘러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혼자 여행 온 하씨는 손바닥만 한 스탬프 투어 전용 노트를 사서 가지고 다니면서 스탬프를 찍어 기록하고 있었다. "스탬프 노트는 여행 사진만큼이나 소중한 여행 기록이에요."

조선일보

경주 스탬프 투어 ‘시내권’ 코스 중 야경 명소인 ‘동궁과 월지’. 동궁과 월지를 비롯해 야간 개방하는 곳은 스탬프 투어를 할 때 해 질 녘쯤 찾아가도 늦지 않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은 날 보문관광단지 호반1교 부근에서 만난 초등학교 5학년 이혜민(12)양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모바일 스탬프 투어를 하고 있었다. 이양의 어머니 유재은(43)씨는 "2년 전 아이가 역사 공부를 시작하며 경주 종이 스탬프 투어를 해봤는데 재미있어하더라"며 "얼마 전 경주 모바일 스탬프 투어가 있다는 걸 알고 다시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나들이하기 좋은 봄가을 경주에선 스탬프 투어하는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올봄엔 한 손엔 스탬프 투어 용지, 다른 한 손엔 스마트폰을 든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스탬프 투어 용지인 '경주 역사문화탐방 스탬프 투어'를 활용한 종이 스탬프 투어는 아날로그 방식의 스탬프 투어. 리플렛 크기의 종이에 소개된 경주 내 16곳의 문화·유적지를 둘러보고 해당 문화·유적지 매표소나 매표소 부근의 '문화해설사의 집'에 비치된 스탬프를 찍으면 된다. 스탬프엔 각 문화·유적지가 각인돼 있다. 윤순필(59) 경주시 문화해설사는 "옛날 선생님이 찍어주시던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는 기분이 들어 종이 스탬프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한다"고 했다. 주말엔 스탬프 투어 관광객들이 많아 비치된 용지들이 금방 동나기도 한다니 스탬프 투어 용지부터 '사수'하는 게 상책이다.

조선일보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모바일 스탬프 투어는 '경주스탬프투어' 앱을 내려받은 뒤 실행하면 된다. 이 앱엔 기존 스탬프 용지에 있는 16곳의 문화·유적지와 국립경주박물관, 경주 월성(석빙고), 민속공예촌(신라역사과학관), 보문정, 전통시장인 중앙시장과 성동시장 등 경주의 주요 명소 50곳이 들어 있다. 앱을 실행한 뒤 목록에 있는 장소 내 '스탬프 존'에 들어가면 스마트폰 화면에 '터치를 길게 눌러서 스탬프를 찍어주세요'란 메시지와 함께 스탬프 찍는 모양의 그림이 뜬다. 그림을 터치하면 해당 장소가 스탬프 아이콘(신라의 미소)으로 바뀐다. 스탬프가 찍혔다는 표시다. 경주스탬프투어 앱은 2016년 유행한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의 '경주 역사문화탐방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스마트폰 화면에 임의로 뜨는 포켓몬을 잡는 대신 앱상 '가상의 펜스(fence)'에 해당하는 스탬프 존 내에서 스탬프를 찍는다.

보문정부터 동궁원까지 '찍는 재미'

경주스탬프투어 앱은 '거리순' '이름순' '권역순'으로 정렬할 수 있다. 앱을 켜고 봄 경치가 아름답다는 보문관광단지부터 가봤다. 보문관광단지 내 보문로 '농협경주교육원' 근처에 있는 보문정은 오전부터 나들이객들이 모여들었다. 벚꽃 명소지만 벚꽃이 졌다고 아쉬워하지 말라는 듯 진달래와 조팝 꽃이 활짝 펴 있었다. CNN에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장소' 11위로 선정한 보문정을 바라보며 산책로 한 바퀴 도는데 순간 스마트폰 화면에 스탬프 그림이 떴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니 '인증했다'는 듯 보문정 사진이 스탬프 모양으로 바뀌었다. 앱을 '거리순'으로 정렬해보니 보문정에서 약 500m 거리에 보문호반길(호반1교)이 있었다.

조선일보

①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가 형성한 경북 경주 ‘양동마을’은 조선시대 전통문화와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해 질 녘 스탬프 투어 코스 중 하나인 양동마을의 어느 언덕에서 바라본 고색창연한 풍경. ②황룡사 9층 목탑을 음각한 보문관광단지의 ‘경주타워’. ③경주 스탬프 투어의 필수 코스인 ‘첨성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보문호는 물이 줄어들어 조금 실망스러운 풍경이었다. 특히 스탬프 존인 호반1교 부근은 물이 말라 아예 호수 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아쉬운 대로 스탬프 존인 '호반1교' 방향으로 난 산책로를 걸었다. 모처럼 화창한 날씨에 나온 솜사탕 장사 주변은 나들이 나온 어린아이들이 둘러쌌다. 스탬프 찍을 목적이 아니라면 호반1교 반대 방향으로 걷는 게 그나마 호수를 감상하기에 좋다.

인근에 있는 경주타워도 스탬프 투어 코스다. 신라 삼보(三寶) 중 하나인 황룡사 9층 목탑을 건물에 음각한 높이 82m의 독특한 건축 형태의 경주타워는 멀리서 보아야 제 맛. 타워를 마주하고 한참을 뒷걸음질쳐 물러서니 그제야 거대한 황룡사 9층 목탑의 실루엣이 한눈에 들어왔다. 호젓하게 산책하기 좋은 경주타워 부근 연못 '계림지'를 돌다 '계림정' 부근을 지나가니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에 스탬프 화면이 번쩍 떴다.

조선일보

보문관광단지의 ‘동궁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보문관광단지의 마지막 스탬프 투어 코스는 동궁식물원, 농업체험시설, 버드파크 등 3가지 테마를 한데 모은 관광체험시설 동궁원이다. 입장료가 있는 유료(소인 1만원~어른 1만8000원) 시설이나 모바일 스탬프는 입장권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야외 잔디밭 출구 쪽에서 화면에 떴다.

'시내권'에 있는 스탬프 투어 문화·유적지

시내권엔 첨성대, 대릉원, 경주향교(교촌마을), 동궁과 월지, 오릉, 분황사, 금장대(석장동 암각화), 성동시장, 중앙시장, 월성(석빙고), 봉황대, 나원리 오층석탑 등이 몰려 있다. 시내권 스탬프 투어 코스만 제대로 돌아봐도 경주 내 주요 문화·유적과 명소 탐방 목적은 어느 정도 이루는 셈. 스마트폰 앱뿐만 아니라 종이 스탬프 투어도 본격적으로 시도해볼 만하다. 종이 스탬프 투어 용지는 주요 문화·유적지 매표소나 문화해설사의 집에 도장과 함께 비치돼 있다.

조선일보

고즈넉한 분위기의 ‘분황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절 구황동의 분황사는 주말인데도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법회를 하는 보광사 안엔 조선 후기의 약사여래입상이 있다.

인왕동 첨성대 뒤편으론 노란 유채꽃이 만발해 경주의 봄 풍경을 만끽하기에 좋았다. 저마다 카메라를 들고 '인증샷'을 찍느라 여념 없었다. 사진 찍겠다고 첨성대 앞에 서니 스마트폰 앱에도 스탬프가 나타났다. 첨성대 부근 천마총이 있는 대릉원은 원래 입장료(대인 2000원, 소인 600원)가 있지만 천마총 보수 공사로 현재 무료 개방 중이다. 시 관계자는 "당초 4월 중순까지 보수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공사가 늦어지면서 천마총 보수 공사 완료 시까지 당분간 무료 개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주 야경 명소인 동궁과 월지에 가기 전 시내권에서 20㎞ 정도 떨어진 강동면 양동마을(관람료 어른 4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로 향했다. 봄볕 따사로운 옛 마을 풍경이 보고 싶었다. 양동마을은 경주 손씨와 여강 이씨가 설창산 문장봉 자락에 형성한 유서 깊은 반촌(班村)으로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150여 채의 기와집과 초가가 그대로 보존된 마을에서 민박과 각종 체험이 가능하다. 마을 내에 음식점들도 있지만 오후 느지막하게 가니 마을 관람 시간(3~10월 오후 7시까지)에 맞춰 일찍 마감하는 분위기였다. 마을 초입의 어느 언덕에 서니 초가집 모여 있는 마을 뒤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스탬프 하나 더 찍겠다고 서둘렀다간 놓칠 뻔한 풍경이었다.

경주 모바일 스탬프 투어 팁

1
시간과 불필요한 동선을 줄이려면 탐방 권역을 정한 다음 '경주스탬프 투어' 앱 목록 정렬 시 '거리별'로 설정해 탐방한다.

2 권역 중 '시내권'과 '보문권'만 제대로 탐방해도 모바일 스탬프 10여 개는 찍을 수 있다.

3 명소별 휴관·휴장일과 관람 시간·요금이 다르다. 입장 마감 시간이 빠른 불국사, 석굴암, 동리·목월 문학관, 무열왕릉, 오릉, 대릉원은 오전 시간대나 늦어도 오후 5시 이전에 방문하는 게 현명하다.

4 동궁과 월지, 첨성대 등 야간 개방 명소들은 해 진 후 공략해도 늦지 않다.

5 위치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스탬프 투어 앱을 켠 상태로 다니면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빨리 소모된다. 해당 명소에 도착 후 앱을 실행시킨다.

6 스탬프 날인 개수에 따라 기념품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자가 많은 경주시는 추첨을 통해 관광 책자, 북마크, 다이어리, 팔찌 등을 증정한다.

[경주=박근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