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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젠틸로니 伊총리 "러시아, 스파이 암살사건 영국에 해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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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친밀한 이탈리아, 뒤늦게 영국 측에 동조 입장 표명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영국에서 일어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암살 시도 사건에 대해 그동안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온 이탈리아도 영국이 러시아로부터 해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며 영국측에 뒤늦게 동조를 나타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16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전화통화를 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이탈리아 총리실은 밝혔다.

젠틸로니 총리는 "이번의 심각한 사건에서 러시아가 행한 역할에 대해 러시아로부터 명확하고, 철저한 해명을 얻고자 하는 영국의 요구는 완전히 타당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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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 [AFP=연합뉴스]



양국 총리는 또 이번 일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결속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도 공감했다고 총리실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탈리아가 지난 4일 영국에서 벌어진 러시아 이중간첩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의 암살 시도 사건에 대해 러시아 측의 책임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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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이 사건을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가 냉전 시대를 방불케 할 만큼 첨예히 맞서고 있으나 서방 주요 국가 가운데 러시아와 관계가 비교적 긴밀한 이탈리아는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아왔다.

안젤리노 알파노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15일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를 거명하지 않은 채, "이탈리아는 많은 사람의 생명이 위협에 놓인 스크리팔 사건을 매우 우려하며, 영국 정부와 국민에 강한 연대를 표명한다"고만 밝혔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메이 총리와 함께 공동성명을 발표, 러시아에 이번 사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바 있다.

러시아 이중간첩 출신 스크리팔과 그의 딸은 지난 4일 영국의 한 쇼핑몰에서 미확인 물질에 노출된 뒤 쓰러진 채 발견됐고, 영국 정부는 이번 일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짓고 러시아 측에 소명을 압박해왔다.

이탈리아가 미국, 독일 등 다른 서방 국가와는 달리 러시아의 책임을 묻는데 소극적인 것은 이탈리아와 러시아의 긴밀한 관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가 2016년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경제포럼에 서방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것에서도 드러나듯 이탈리아는 러시아와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절친한 사이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4일 총선에서 약진한 반체제정당 오성운동, 극우정당 동맹 역시 러시아에 우호적이긴 마찬가지다.

오성운동은 이탈리아의 이익을 우선 시 하는 외교 정책을 펼치는 차원에서 집권 시 대(對) 러시아 제재 해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작년 3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 러시아 집권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과 협약을 맺고 국제관계, 경제 등에서 협력하기로 하는 등 친(親)러시아 인사로 분류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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