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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최흥식 금감원장 채용비리 사의…금융권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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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금감원 수장으로서 공정성 담보 위해 물어날 것"

금감원, 특별점검단 꾸려 추가 채용비리 밝힐 것

세계파이낸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과거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금융권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권의 수장(首長)이 채용비리로 옷을 벗는 건 지난해 10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 이어 5개월 여 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12일 "최 원장이 오늘 사의를 밝혔다. 다만 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했는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당분간 유광열 수석부원장이 직무를 대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지난 2013년 자신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학 동기 자녀의 하나은행 신입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최 원장의 추천을 받은 지원자는 당시 서류전형을 면제받았고 최종 합격한 후 현재 하나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최 원장의 과거 행동이 사실상의 청탁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감원이 '채용 비리' 중 하나로 꼽은 별도 관리 중인 명단에 포함된 지원자에 대해 서류 전형 면제라는 특혜를 제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금융지주 사장이 직접 추천한 인사를 채용 과정에서 배제할 인사부서가 어디있겠는가. 명백한 청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날 "하나금융 사장 재임 시 하나은행의 채용비리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에 대해 인사에 간여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면서도 "당시 저의 행위가 현재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고 금융권의 채용비리 조사를 맡은 금감원의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며 사의 배경을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둔 하나금융과 금융당국 간 갈등에서 찾기도 한다. 일례로 금감원은 지난 1월 하나금융 회장추천위원회에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일정을 미뤄달라고 구두와 서면으로 요청했지만, 회추위는 이를 무시하고 김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현재로서는 금감원장의 사의 표명이 금융권에 미칠 파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하나금융과 갈등을 빚은 최 원장이 물러나게 됐지만 하나금융 내 추가 채용비리가 새로 나올지 주목된다. 특히 최 원장이 이날 오전 '금감원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이메일에서 특별점검반을 구성하기로 한 대목에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은 최 원장의 사의 표명과는 별개로 "특별점검단 운영을 통해 최 원장과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사실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인 최 원장이 물러나기로 한 만큼 향후 꾸려질 특별점검단의 활동범위가 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이 "당시 채용과정에서 최 원장이 개입한 점수조작 등의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설명한 부분도 향후 은행 내부 인사서류나 전산망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은행권 채용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의 행보도 관전 포인트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일엔 국민은행 전 인사팀장을 채용비리 혐의로 구속했다. 실제로는 KB금융지주의 상부를 겨냥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또 지난 8일 박재경 BNK금융지주 사장을 부산은행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했다.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에 대해서도 피의자 신분 전환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최흥식 금감원장의 사의로 이번 사태가 일단락 되는 것이 아니라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 시중은행 행장이나 금융지주 CEO들이 연루됐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더 큰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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