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금감원장, 채용비리 의혹 확산되자 결국 사의

취임 6개월 만…靑 수리 여부는 현재 미확인

5년 전 하나금융 사장 재직 당시 청탁 의혹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린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지 불과 반 년 여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 원장이 오늘 사의를 밝혔다. 다만 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했는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당초 단순 추천이라고 해명했지만 사안이 금감원과 하나은행 간 진실 공방을 넘어 파장이 확산되자 사의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 2013년 자신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학 동기 자녀의 하나은행 신입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최 원장이 추천했던 지원자는 당시 서류전형을 면제받았고 최종 합격한 후 현재 하나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다.

금감원 측은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최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있을 때 외부에서 채용과 관련한 연락이 와서 단순히 이를 전달하였을 뿐 채용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었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만 해도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었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에 특별검사단을 꾸려 자신과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사실 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당시 채용과정에서 최 원장이 개입한 점수조작 등의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임직원 추천프로세스를 통해 해당 지원자에 대해 서류전형을 면제하는 제도가 있었다"며 "하지만 당시 인사담당 부서 관계자들을 면담했지만 채용과정상의 부당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최 원장의 과거 행동이 사실상의 청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금감원이 '채용 비리' 중 하나로 꼽은 별도 관리 중인 명단에 포함된 지원자에 대해 서류 전형 면제라는 특혜를 제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금융지주 사장이 직접 추천한 인사를 채용 과정에서 배제할 인사부서가 어디있겠는가. 명백한 청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올해 1월 국민·하나·대구·부산·광주 등 국내 은행 5곳에서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적발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최 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금융회사의 채용비리를 뿌리뽑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자신이 의혹의 당사자가 된 셈이다. 이에 더해 금감원이 사실 관계를 규명하자며 피감기관인 하나은행에 사실관계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점도 감독당국의 체면을 구겼다는 지적을 받는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의 원인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둔 하나금융과 금융당국 간 갈등에서 찾기도 한다. 일례로 금감원은 지난 1월 하나금융 회장추천위원회에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일정을 미뤄달라고 구두와 서면으로 요청했지만, 회추위는 이를 무시하고 김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논란은 정치권까지 확산됐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은 원내대변인은 11일 원내브리핑에서 "최 원장은 연락이 온 것을 단순히 전달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며 "금융지주 사장이 특정 인물에 대한 내용을 전달한 건 암묵적 추천"고 지적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도 지난 10일 브리핑을 통해 "금감당국의 수장이 비리의혹의 장본인이 됐다"며 "지금껏 해왔던 금감원의 조사 내용을 국민들이 신뢰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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