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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美GM의 선택…韓노조 비용감축 동의땐 신차 20만대 배정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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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산은 샅바싸움 예고 ◆

매일경제

19일 국회 산자위원장실에서 장병완 국회 산자위원장을 면담한 김재홍 한국GM 군산지회 지회장(가운데)이 고개를 숙인 채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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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사태 해결의 키를 쥔 배리 엥글 제너럴모터스(GM) 해외사업부문(GMI) 담당 사장이 다시 한국을 찾으면서 이달 말까지 한국GM 사태가 분수령을 맞고 있다. 배리 엥글 사장은 군산공장 폐쇄를 포함한 추가적인 한국GM 비용절감 요인을 파악한 뒤에 이를 실행에 옮기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회생의 핵심 관계자인 정부와 산업은행 관계자 등을 두루 만나 협조 요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력한 비용감축 추진

GM 본사는 한국GM 회생을 위한 전제단계로 비용감축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연간 가동률이 20%에 불과하고 현재 생산 차종의 미래가 불투명한 군산공장을 전격 폐쇄한 것은 이런 이유다. GM은 군산공장 폐쇄를 통해 연간 인건비를 3000억원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적인 구조조정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전 직원을 상대로 한 희망퇴직도 군살 줄이기의 한 방법이다.

한국GM은 노조 측에 추가 임금인상 억제, 복리후생 축소, 성과급 삭감 등도 제안한 상황이다. 한국GM은 적자를 기록한 지난 4년 동안에도 매년 1인당 1000만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아왔다. 이로 인한 비용 지출액이 연간 1600억~1700억원에 달한다. 사측으로는 성과급만 전액 삭감해도 연간 지출되는 인건비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에 이은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의 라인 통폐합도 예상된다. GM 본사는 현재 연산 91만대에 달하는 한국GM 생산규모를 공장 폐쇄와 라인 통폐합 등을 통해 50만대 수준으로 줄이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26만대의 생산규모를 가진 군산공장의 폐쇄 선언 이후 추가적으로 15만대의 조정이 필요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창원공장 일부 라인 폐쇄와 부평 1공장과 2공장을 통합하는 방법 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창원공장에서는 경차인 스파크가, 부평공장에서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트랙스가 주력 생산 차종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한국GM이 유럽으로 수출한 물량은 16만대가 넘는데 이들 대부분이 스파크와 트랙스다. 스파크는 유럽 오펠에 '칼'과 복스홀에 '비바'로, 트랙스는 오펠에 '모카'로 이름 붙여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GM 총생산량의 30%가량이 스파크·트랙스 유럽 수출이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GM 본사가 유럽의 오펠과 복스홀을 프랑스의 PSA(푸조시트로엥그룹)에 매각하면서 이러한 수출 물량도 끊길 것으로 보인다. PSA가 지난해 11월 오펠과 복스홀 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유럽 공장 가동률 확대를 위해 2020년까지 한국 생산물량을 유럽으로 이전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부평공장·창원공장에 대한 생산라인 조정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GM 측 설명이다.

GM 측은 이달 초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 관계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현재 1만7000명 수준인 한국GM의 인력을 1만명 수준으로 줄일 것"이라는 의사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2000여 명의 인원 감축뿐 아니라 추가적인 감축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GM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한국의 생산라인은 최소 수준으로 줄이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디자인센터 등에 자원을 집중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GM 측은 한국GM에 연간 5000억~600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GM의 영업손실은 2014년 1486억원, 2015년 5944억원, 2016년 5312억원 수준이다. 현재의 공장 가동률에 비용만 줄여도 당장 1~2년 내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GM 측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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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의 선결과제는 노조 동의

이러한 GM 구조조정의 핵심 키는 노조가 쥐고 있다. 비용감축에 대해 노조의 동의가 있어야 GM이 다음달 있을 글로벌 물량 배정 회의에서 한국GM에 추가적인 물량 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GM 본사는 전 세계에서 인기 있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급의 완전 신차 20만대 물량을 한국GM에 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70~80%는 북미로 수출된다. SUV와 세단을 결합한 형태인 CUV급으로 유명한 차는 기아차 쏘울이 있다. CUV는 개발부터 라인 투자 등을 포함해 48개월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부터 6년 정도 생산된다고 가정하면 한국GM이 최소 2027년까지는 한국에 생산기지를 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개발 투자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 측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각종 세제 인센티브 등을 지원해야 한다. GM 측은 내심 산업은행이 추가 대출을 해주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처럼 한국GM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사측과 대화를 거부한다면 문제는 꼬이게 된다. 한국GM 노조는 19일 정치권 주요 관계자들을 두루 만난 뒤 20일에는 'GM 자본 규탄 및 대정부 촉구 기자회견', 22일에는 임시대의원회의 소집 등 투쟁의 강도를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노조 측과의 협상이 장기화되면 당장 GM 본사가 한국 정부 등에 내놓을 '당근'을 확보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된다면 향후 한국GM 정상화를 둘러싼 논의가 길어지고, 최악의 경우 한국GM 철수라는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승훈 기자 /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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