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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노조도 양보한다…GM본사가 불공정구조 고치면 정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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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차 노조위원장(현GM)출신 홍영표 환노위원장(GM 대책단장) 고언

매일경제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전 매일경제와 만나 GM군산공장 폐쇄 사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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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직전에 노조를 만났는데 생산물량을 확보해주면 회사측에 양보·협조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회사를 정상화하는데 노조가 양보하고 협력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해하면 된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한국 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현재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중진이면서 환노위원장을 맡고 있다. GM 본사의 군산 공장 철수 방침이 발표된 후 그가 이슈의 중심에 서게된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 그가 19일 매일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설 직전에 한국 GM노조 지도부와 만나 얘기를 나눴다. 노조는 생산물량만 확보된다면 임금 문제를 포함해서 회사에 양보하고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며 "노조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는데 이제는 글로벌 GM이 본사와 한국GM간 불공정 구조를 바꾸는 노력을 한다면 정부도 가능한 범위내에서 지원할 것은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베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을 만난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번 사태의 본질을 뭐라고 생각하나.

=단적으로 글로벌 GM과 한국GM 간의 구조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본사만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적 문제가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 구조적 문제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달 초 베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을 만나서 얘기를 나눴다. 단도직 입적으로 한국에서 철수할 건지를 물어봤다. 그랬더니 베리 앵글 부사장은 "반드시 한국GM을 회생시키고 이를 통해 회사를 정상화 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답하더라. 군산공장 철수만 아니라 전체 철수하려는 목적 속에서 한국정부 압박하려는 거 아니냐는 걸 내가 묻고 싶었던 거지. 나는 여기서 확실하게 글로벌 GM과 한국GM 사이의 구조적 문제, 즉 본사만 이득을 보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정상화 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령 부품을 글로벌 소싱하는게 60~70%이고, 한국현지 납품은 30%에 불과하다. 그런데 여기는 매출원가가 93%고 현대차가 75%, 르노삼성이 80%대 중반이다. 어느 기업인도 이런 구조에 대해 납득못할 거다.

- 본사가 한국GM을 쥐어짜고 있다는 얘기인가.

=본사가 한국GM에 2조7000억원을 빌려주고 그에 대한 이자를 작년에는 7% 받다가 5% 낮췄다. 그런데 이 정도를 국제 금융시장에서 빌린다면 1.5%로 가능한데 완전 고리대금업이나 마찬가지다. 또 기술료 부담 등의 명목이 있다. 부평공장에서 연구·개발을 하면 그 특허권을 전부 본사가 가져가고 다시 또 그에 대해 본사가 로열티 받는 구조다. 이자비용, 부품가격, 기술자문료, 로열티 다 주고 나면 아무리 뭘 잘해도 이익을 남길 수가 없다. 물론 글로벌 GM도 경영원칙이 있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과도하니 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한국정부와 글로벌 GM이 논의해야 한다. 구조적으로 이익이 못나게 만들어놓고, 한국 정부가 돈을 메꾸라라고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 만약 GM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카드도 있나.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자. 지금과 같은 똑같은 구조가 유지된다면1년 후에도 지금과 똑같을 것이다. 고용 때문에 급하니 돈부터 집어넣자, GM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지자고 할 수 있겠나. 다만 이 사태는 부평·창원 공장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본다. '크리티컬'한 시점이다. 그래서 군산공장 뿐 아니라 GM본사와 한국GM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조건 마련해주면 정부가 지원 전략을 세우겠다.

- 본사가 공장을 철수하겠다고 노선을 잡으면 그걸 철회시킬 수단은 있나.

=수단은 없다. GM이 유럽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이 시장에서 팔리는 차를 생산하던 군산공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몇년 동안 가동률이 20% 미만이었다. 때문에 신규차량을 개발하는 등의 신규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군산 공장 시설투자는 GM이 인수하고 나서 전혀 안해서 매우 낙후된 상태다. 또 구조조정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런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모르지만 신규투자를 해야한다. 이달 초 베리 앵글 부사장과 만날 때 신규투자를 하겠다고 나에게 밝혔고, 아직 그 액수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거기에 한국정부도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런 조건을 가지고 한국정부와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논의를 하고 참여해야 한다. 조건 없이 무작정 지원할 수 없다. GM이 의지를 가지고 생산물량 확보해주고 그와 관련된 신규 투자를 한다면 정부도 가능한 범위내에서 지원해야 한다.

- 노조도 고통을 분담할 수 있을까.

=노조는 생산물량을 가장 중시해왔다. 지난 설 연휴 직전에 노조를 만났는데 이걸 확보해주면 회사에 양보·협조하겠다고 말하더라. 아직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는 않았는데 충족된다면 노조도 협력할 수 있다는 얘기다. 회사를 정상화하는데 노조가 양보하고 협력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해하면 된다.

- 한국GM은 그동안 통상임금 등 고비용 구조에 대한 불만을 많이 표시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고임금·고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한국GM의 경우엔 높은 임금이 주된 문제가 아니라 가동률이 20%가 되지 않는데 임금을 줘야하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본사가 진정 고비용 문제를 따진다면 ISP(외국인 임직원·international service personal)를 그만큼 파견하지 말았어야 했다. 부촌에 거주하게 하고 위험수당을 포함해 한국임원의 연봉에 3~4배를 주는데 못해도 1인당 10억원은 된다. 300명까지 갔다가 노조에서 문제삼으니 100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최고의 조건이다. 배리 앵글 부사장한테도 "적자다 뭐다 그러면서 노조랑 협상만 하면 성과급을 다 올려준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고비용 문제 계속 말할거면 그걸 줄여라. 그래도 고임금이 문제라면 노조가 희생하고 양보해야 하고 노조도 그걸 받아들이겠다는 거다.

-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원인으로 글로벌 GM의 방만한 경영을 지적하는 것인가

=글로벌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비효율성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글로벌GM은 한국에 진출한지 무려 15년이 됐지만 현지화를 전혀 이루지 않았다. 글로벌 GM이 직접적으로 경영하는 방식으로 가다보니 비용이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한국GM의 임직원들은 승직기회도 박탈되어 왔다. 글로벌GM은 한국인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한국인에게는 노무관리, 대외협력 정도만의 업무만을 배정하고 모든 중요업무, 심지어 마케팅까지 미국인 임원들이 담당하는 구조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현지에 있는 임직원 잠재력을 발휘해주는 노력을 개진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전혀 안해온 셈이다.

-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인데, 이윤을 내지 못하는 한국공장 폐쇄는 당연한 수순 아닌가.

=기업의 목적인 '이윤 창출'을 당연히 인정한다. 다만 한국 GM이 진정 이윤 창출을 할 수 있도록 글로벌 GM이 착취가 아닌 협력의 제반 조건을 마련달라는 것이다.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 모든 해외공장을 폐쇄하는 것이 메리바라 글로벌 GM 회장의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그 방침대로라면 한국공장은 적자여서 폐쇄될 운명이지만 정작 미국본사는 착취구조속에서 오히려 이익을 누려 오지 않았나.

- 글로벌 GM이 한국GM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세계 제조업 시장에서 한국 GM이 성취한 기술력을 꼽을 수 있다. 한국GM의 서플라이 체인은 알아주는 '밸류 체인'으로 R&D 연구성과 조립기술력 등은 세계적 수준이다. 한국 공장을 유지할 충분한 메리트와 유인이 미국 본사에 있는 것이다. 지난 금융위기 때 한국GM이 글로벌GM의 생산량 560만대 중 무려 200만대 생산을 담당하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위기 상황 때는 단물을 다 빼먹고, 이제와 한국GM의 공로 인정해주기는 커녕 이자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 현 군상공장 폐쇄 사태에 대해 일각에서 정부책임론도 제기된다.

=글로벌GM은 완전한 민간기업이다. 민간기업에 대해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전권은 없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지분을 17% 밖에 갖고 있지 않으며 특별의결권 지위도 지난해로 만료됐다. 특히 한국 GM은 한국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제로'로 글로벌 GM이 모든 돈을 한국GM에 고리로 대출해줘온만큼 한국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적었다.

[김태준 기자 / 박태인 기자 / 윤지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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