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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26개 국책연구원에 코드인사 태풍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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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 신임 이사장에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성경륭 한림대 교수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노무현 정부에서 조세연구원장을 지낸 황성현 인하대 교수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국무총리실 소속인 경사연은 2005년 경제와 인문 분야 국책 연구원 관리 조직이 통합돼 만들어졌는데, 이사장은 총 26개 국책 연구원의 원장 임면권과 각 연구원의 연구 방향 설정과 평가, 경영과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경사연 이사장 자리는 작년 11월 김준영 전 이사장이 사퇴하면서 두 달째 비어 있다. 신임 이사장이 정해지면 국책 연구원장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단행될 전망이다.

14일 관계 부처와 국책 연구원들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내에 경사연 신임 이사장을 임명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국책 연구원장은 "이미 성경륭 교수가 내정됐다는 설이 (연구원장들 사이에) 파다하다"며 "당초 절차상으로는 2월 중순쯤 경사연 이사장이 선임될 예정이었는데, 연초부터 서두르는 것을 보면 이미 내보낼 국책 연구원장 살생부(殺生簿)가 정해졌다는 말도 돈다"고 했다.

전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 "작년 말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장과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갑자기 사퇴하면서 정부가 국책 연구원 인사에도 개입한다는 말이 나왔다"며 "새 경사연 이사장이 오면 국책 연구원장들 대다수는 자리를 비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책 연구원들 사이에선 신임 한국개발연구원장에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촌 동생인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 외에도 에너지경제연구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의 기관장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책 연구원 안팎에서 경사연 이사장 선임을 주목하는 것은 작년 12월 국회가 법을 바꾸면서 이사장이 상근직이 됐기 때문이다. 이사장이 마음만 먹으면 연구원들의 인사는 물론 연구 방향과 경영에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개정법에 이사장의 '정치 중립'을 요구하는 규정이 있지만, 이는 정당 활동 등 직접 정치 활동에 한정된 것이다. 전직 국책 연구원장은 "현 정부가 입맛에 맞는 인사로 이사장에 선임하고 연구원장을 물갈이할 경우 국책 연구원들의 독립성 확보는 그만큼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태근 기자(tg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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