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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초대형 IB 길 가겠다는 박현주 "7000억 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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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새 정부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재벌 개혁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동안 총수 일가 사익 편취 등 법 위반 행위는 엄격하게 조사·처벌하면서 지배구조 문제는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을 비롯한 상위 대기업 집단의 자발적 개선을 요구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접근해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취임 후 줄곧 공정거래법과 공정위의 집행력을 동원해 대기업 집단 지배구조를 강제로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자발적 개선을 주문하는 이면에는 금융그룹 통합감독과 스튜어드십 코드 등 공정위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있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 소관인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자신이 직접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그룹 문제의 핵심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관계"라며 "이 문제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해결책이고, 금융위원장의 양해를 얻어 담당 국장에게 직접 보고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미래에셋그룹은 삼성생명과 함께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대표적 타깃으로 꼽힌다. 금융위는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컨설팅 등 주요 계열사들이 편법적으로 내부거래를 늘린 의혹을 포착했고, 공정위가 이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그룹은 박현주 회장을 정점으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60.2%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등 투자 부문은 미래에셋캐피탈을 통해 간접 지배하는 구조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박 회장 본인과 미래에셋컨설팅이라는 가족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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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해당하는 계열사는 오너 지분이 높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컨설팅 등 세 곳이다. 특히 골프장과 호텔 운영, 부동산 관리 등을 해왔던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 본인(48.6%)을 비롯해 부인과 자녀 3명, 친척 등 지분을 모두 합하면 92%에 이른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블루마운틴 컨트리클럽 운영권을 미래에셋컨설팅 자회사인 와이케이디벨롭먼트에 양도하면서 공정위 규제를 피해가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앞서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선 미래에셋그룹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편을 간접적으로 종용해왔다.

그룹 고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가능성을 일축해왔지만 일각에선 정부 압박으로 신규 사업까지 흔들리는 상황이 된 만큼 미래에셋 측이 내년 중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모종의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15일 미래에셋대우 측 대응은 뜻밖에도 '강공'으로 흘렀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소집해 7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확정하고 장 마감 후 곧바로 공시했다. 우선주 1억3084만2000주를 발행하겠다는 결정이었다. 앞서 미래에셋대우가 2020년까지 자기자본을 10조원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유상증자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공정위 내부거래 조사가 발행어음 인가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당일에 곧바로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은 박 회장이 정부 움직임에 반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확충된 자기자본을 활용해 글로벌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국내외 우량 자산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속내는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9월 말 현재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7조3300억원이었다. 증자로 8조원을 넘어서면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또 다른 핵심 사업인 종합투자계좌(IMA) 업무가 가능해질 수 있다. 개인 고객들에게서 예탁받은 돈으로 자금을 자유롭게 운용한 뒤 수익을 되돌려주는 사업이다. 발행어음과 달리 제한 없이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데다 조달 자금 중 70% 이상을 기업금융에 활용할 수 있어 미래에셋대우에는 오히려 적합한 업무다. 다만 IMA 업무 인가를 놓고 정부와 미래에셋 간 더 심각한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헌철 기자 /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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