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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덕기자 덕질기 1] 힘이 갖고 싶어졌다 / 이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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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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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산업팀 기자


체성분검사를 하면 항상 스스로 뿌듯해하는 수치가 하나 있다. 근육량이 표준 기준치 100%라는 점이다. 그러나 운동 덕후라기보다 운동 방랑자의 삶이었다. 직장을 가진 뒤 시작된 방랑이었다. 워낙 시골에서 자랐기에 몸을 움직이는 데 익숙했다. 논두렁 계주를 하며 놀고, 뒷산을 타고 숨바꼭질하며 다져진 체력은 입사 뒤 오간 데 없이 사라졌다. 헬스장도 기웃, 수영장도 슬쩍, 암벽등반도 찔끔…. 도무지 정착을 하지 못했다. 너무 지루했다. 시작할 때의 목표도 항상 같았다. 예쁜 몸을 가져보자. 지루함은 여기에서 시작됐을는지 모른다. 남이 보기에 좋은 몸을 만들어보자. 반짝 의욕적으로 덤비지만, 금세 사그라들고 마는 욕망이었다.

운동 덕후가 되기엔 너무나 약한 의지. 그랬던 내가 일곱달째 일주일에 두번은 거의 빠짐없이 하는 운동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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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기자가 ‘파워존’ 합정점에서 겟업 동작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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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올해 초 에스엔에스(SNS)를 하다 또 호기심이 드는 운동을 발견하면서였다. 겨우내 굼떠진 몸에 기름칠을 할 때가 됐다 생각했다. ‘스트롱 퍼스트’(Strong First) 이름도 멋졌다. 케틀벨(추 모양의 운동기구)과 바벨(역기) 등을 활용해 근력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둔 운동이었다. 울끈불끈 근육을 갖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내 몸에는 많은 근육이 있었기에. 그러나 근육이 있으니 거기에 힘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스트롱 퍼스트 운동을 시작하자마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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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지 않아 보이는 케틀벨도 동작에 따라 엄청난 힘이 드는 운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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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업시간 ‘겟업’(Getup)이라는 동작을 워밍업을 마치고 배웠다. 가벼운 스티로폼 블록을 들고 천천히 코치의 가르침대로 움직이면 됐다. 별로 어려워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천천히 동작을 배우는 사이 5분이 지났을까? 땀이 뻘뻘 나기 시작한다. 동작 중 바닥을 짚은 팔은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2주 정도 지나 8㎏짜리 추 모양의 운동기구 케틀벨을 들고 겟업에 돌입했다. 거뜬해 보였다. 하지만 온몸의 떨림만 더욱 격해져 갔다. 100%의 근육, 너는 뭐 하는 거니? 일하라고! 속으로 외쳤지만 소용없다.

‘근육량=힘’은 아니었다. 운동을 한 지 한달이 지났는데도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의지는 강해져갔다. 예쁜 몸은 뇌리에서 사라졌다. 울끈불끈 근육이 갖고 싶었다. 아니, 다르게 표현해야 한다. 근육이 아닌 힘, 힘을 갖고 싶어졌다. 운동을 마치고 나면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뻐근함은 3일을 가는데도 기다려진다. 그렇게 운동 덕질은 시작됐다. 이번엔 좀 세다.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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