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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6 (월)

[더 카 뉴스] "벤틀리 중에서도 단 5%…오직 한대뿐인 車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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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스미스 벤틀리 뮬리너 서비스 담당자 인터뷰

매일경제

"10억 그 이상의 조합을 통해 벤틀리의 가치를 공유해 나갈 겁니다."

가죽의 색과 휠 컬러, 실의 종류, 소재, 로고, 글씨체까지. 차량 가격이 한 대에 3억원이 훌쩍 넘는 벤틀리의 '뮬리너'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모든 옵션을 차에 적용해 세상에 단 한 대뿐인 차량을 만들어 낸다. 뮬리너 프로덕트 담당 매니저인 제이미 스미스는 최근 서울 강남구 벤틀리 청담 전시장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작은 디테일까지도 고객이 원하는 '작품'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것이 바로 뮬리너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뮬리너 서비스는 벤틀리보다 역사가 더 길다. 1760년대 영국에서 마차를 만들던 장인 프란시스 뮬리너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1900년대 들어 그의 후손인 HJ 뮬리너가 자동차용 차체를 수작업으로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스미스 매니저는 "1959년 벤틀리는 장인정신이 담긴 세상에서 단 한 대뿐인 고급차를 제작하기 위해 뮬리너 사업을 인수했다"며 "벤틀리는 이미 소수만을 위한 자동차지만 뮬리너는 그중에서도 극소수만을 위한 차"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벤틀리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만을 위한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을 만든 바 있다. 여왕이 모자를 많이 쓰는 것을 고려해 차에 탑승할 때 고개를 조금만 숙여도 되게끔 차 입구를 조금 높게 설계해 화제를 모았다.

뮬리너 서비스는 벤틀리 차량 중 약 5%만 이용하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스미스 매니저는 "새로운 색을 만들 경우 샘플을 만들고 착상이 잘되는지, 품질에 변화는 없는지, 사고 시 방재 기능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등 모든 것을 연구한다"며 "연구 비용만 2만~3만파운드(3000만~50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의 규제와 안전을 충족하는 한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서 "지난해 007 영화처럼 수시로 번호판이 바뀌는 차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규제 때문에 들어 줄 수 없었다"며 웃었다

벤틀리는 뮬리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고급 재료를 사용한다. 가죽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등 북쪽에서 자란 황소 가죽만을 사용한다. 날씨가 차가운 곳에서 자라 모기에 물린 자국이 거의 없어 가죽이 깨끗하고 탄력이 좋다. 나무는 전 세계 모든 곳에서 공수해온다. 가장 자주 쓰이는 것은 호두나무다. 아프리카의 유칼립투스나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스미스 매니저는 "목재와 목재가 붙는 부분의 경우 나무 무늬 모양까지 맞출 정도로 꼼꼼하게 작업한다"며 "20~30년 후에도 품질이 변하지 않는 벤틀리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옵션 선택이 완료되면 벤틀리 작품은 그때부터 제작에 들어간다. 영국의 크루 공장에서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 대를 완성하는 데 300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이 중 약 170시간이 인테리어 작업이다. 하루 8시간씩 작업한다고 가정했을 때 차량 완성까지는 40일에 가까운 시간이, 인테리어 작업에만 20일이 넘게 걸린다.

스미스 매니저는 "기다리는 시간이 벤틀리의 철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순간"이라며 "고객이 원한다면 영국 본사인 크루 공장을 방문해 자신의 벤틀리가 제작되는 과정도 지켜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에는 도착 후 다시 한 번 세밀한 검사 과정을 거친 뒤 고객에게 최종 인도된다. 뮬리너 서비스 과정은 주문 후 고객에게 인도까지 약 5~6개월이 소요된다.

벤틀리는 '최고의 제품'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환경·도덕적인 제품의 구현이 바로 그것이다. 스미스 매니저는 "벤틀리 뮬리너는 윤리적인 소비와 생산 체계 구축을 위해 가죽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소재와 친환경 인조 단백질에 대한 고민도 깊이 있게 고려하고 있다"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 고객들의 높은 소비 인식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벤틀리는 올 들어 전 세계에서 누적 판매량 1800대를 기록하며 럭셔리 브랜드 자동차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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