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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포항 수능 시험장 지진계 설치… 진도따라 대피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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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지진 행동 요령]

아침에 지진 발생해도 일단 지정된 시험장 집결

진동 감지돼 책상 밑 대피하면 10분간 안정시간 후 시험 재개

쉬는 시간도 교내방송 지시 따라야

22일 오후 2시 경북 포항여고. 재수생 60명 등 대학 수학능력시험 수험생 337명이 수능 예비 소집을 위해 운동장에 모였다. 엄기복 교감이 수험생에게 유의 사항을 설명하는 동안 교사들은 '수능 지진 대처 단계별 행동 요령' 등이 적힌 안내문을 나눠줬다. 포항여고에서 수능을 치를 예정이던 수험생은 남구의 이동중학교로 시험장이 재배치됐다. 수험생 신연정(18)양은 "시험장이 바뀌어서 다행"이라면서 "포항여고에서 그대로 시험을 봤으면 너무 긴장해 시험을 잘 못 봤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지진 대피땐 이렇게…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22일 경북 포항시 포항여고 운동장에서 수험생들이 지진 발생시 머리를 가리고 책상 밑으로 대피하는 요령을 따라 해보고 있다. 지난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진도 5.4 규모의 지진 여파로 긴급 연기됐던 수능시험이 23일 전국 1180개 고사장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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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에도 포항에선 2.5 규모 여진이 발생했다. 교육부는 한 번 미룬 수능을 다시 연기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수능일인 23일 만약 강진(强震)이 다시 발생하더라도 지진 피해가 경미한 지역은 그대로 시험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대신 천재지변으로 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경우 피해 수험생에 대한 구제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내 방송 지시에 따라야

23일 기상청 지진센터는 전국 1180개 수능시험장에 지진 정보를 직접 전파한다. 포항 지역 수능시험장 12곳에는 지진계가 별도로 설치된다. 시험장 책임자(학교장)의 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만약 수능 도중 지진이 발생한다면 학교장은 지진 '규모'가 아니라 현장에서 느끼는 진동의 세기인 '진도'에 따라 대피 여부를 결정한다. 학교장은 누구나 진동을 느낄 정도(나·다 단계)면 교내 방송으로 "수험생은 시험을 일시 중지하고 책상 아래로 대피하라"고 지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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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기상청 핫라인으로 지진 정보를 통보받은 학교장은 '시험 재개' 혹은 '야외 대피' 가운데 하나를 결정한다.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되면 10분 안팎의 '수험생 안정 시간'을 가진 뒤 시험을 재개한다. 기상청은 20일 새벽 발생한 규모 3.6 여진 정도는 '나 단계'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했다. 수험생은 중지된 시간(안정 시간 포함)만큼 시험을 더 볼 수 있다. 시험이 재개된 경우 수험생들은 가장 늦게 종료되는 시험실을 기준으로 퇴실해야 한다. 시험실마다 일시 중지 시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이 감독관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임의로 퇴실하는 등 개별 행동을 하면 수능 포기로 간주된다. 점심 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지진이 발생할 경우에도 학교장이 방송으로 "책상 밑으로 대피하거나 가방 등으로 머리를 가려라"고 안내해야 한다. 이때도 현장 상황에 따라 다음 영역 시험 시작 시간을 연기할 수 있다.

대피로 시험 못 본 학생 구제 방안 논의

문제는 강진이 발생해 수험생 모두 운동장으로 대피하는 경우다. 학교장이 시설물 안전을 우려해 야외 대피를 결정하면 수험생은 운동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대피한 다음에는 지진의 정도에 맞춰서 수험생 대기나 귀가가 결정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야외 대피할 정도의 큰 지진이 발생한다면 사실상 그 시험장의 수험생은 올해 수능을 못 보게 되는 것"이라며 "이런 최악의 경우 대비책도 논의했지만, 실제 상황이 발생할 때에만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학 입학 관계자들은 이럴 경우 '정원 외 특별전형' 등을 현실적 구제 방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전국 수험생은 23일 오전 8시 10분까지 지정된 시험장에 입실해야 한다. 시험이 시작된 후엔 시험장에 들어갈 수 없다. 포항 수험생들은 시험장 입실 시간 이전에 강진이 발생할 경우 수능 날 오전 각자 지정된 시험장에 모인 뒤 예비 시험장으로 동시 이동해야 한다.

교육부는 22일 수능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출근 시간 조정, 수능시험장 주변 소음 방지 대책 등을 마련해 관계 부처에 협조를 요청했다. 교육부는 포항 지열발전소 건설이 지진 발생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자 22일 지열발전소에 공사 중단도 요청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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