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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레이더P] [흑과백] 의원 8급 보좌진 신설…7명→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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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객관성과 관계없이 주관대로 믿는 현상을 말합니다. 자신이 보고 싶고, 믿고 싶고, 듣고 싶은 정보만 접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지난해와 올해 최순실 게이트, 조기 대선 등 큰 정치적 고비를 거치면서 더욱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스 역시 확증편향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특정 방향성을 지닌 뉴스가 판치고 있는 겁니다. 정치적 편향성과 과도한 이념 매몰에서 벗어나 객관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옵니다.

그래서 레이더P가 시도합니다. 주요 이슈를 특정 방향에서 바라보는 '흑과 백'입니다. 같은 팩트를 다루지만 해석과 분석이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뉴스, 즉 비판적으로 다룬 흑뉴스와 우호적으로 다룬 백뉴스를 '노골적으로' 소개합니다. 선택은 독자들의 몫입니다. 국회 보좌진 증원을 둘러싼 찬반 논란입니다.



◆흑뉴스

공무원 증원 반대하더니…보좌진 증원에 합의


국회 운영위원회는 최근 국회의원 사무실에 2명씩 근무하는 인턴을 1명으로 줄이는 대신 8급 상당의 별정직 공무원 비서 1명을 증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국회인턴제 운영지침 개정에 따라 총 재직 기간이 2년 이상인 인턴은 내년부터 근무할 수 없게 되는 대신 별정직 공무원인 8급 비서를 증원하기로 한 것이다. 그럴 경우 보좌관 2명(4급 상당), 비서관 2명(5급 상당), 6급·7급·9급 비서에 8급 비서 1명이 추가되면서 정원은 총 8명으로 늘게 된다. 의원실 소속 별정직 공무원이 1명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뒷말이 나온다. 과거 친인척을 특별채용한 것이 문제가 되면서 각 정당으로까지 일파만파 일이 커진 경우가 있었다. 국민의 비난과 사회의 지탄을 받게 되자 보좌관 20여 명이 줄줄이 사퇴하기도 했다. 이런 각종 부조리와 의혹의 시선이 불식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회의 이 같은 조치는 밥그릇 늘리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대량 해고가 우려돼 제도를 고친다면서도 여전히 인턴의 근무를 11개월로 한정한 점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여당 의원 보좌관은 "의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기존 인턴을 내보내고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로 새로 보좌진을 채울 수 있다"며 "차라리 인턴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이며 이번 조치는 실질적으로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또 공무원 증원에 반대해온 야권이 보좌진을 늘리는 데는 이견 없이 한목소리를 내놓는 것을 놓고 이중적 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까지 소방공무원 등 행정부 공무원 증원 요구에는 일관되게 반대해오다가 의원 보좌진 증원에는 쉽게 합의한 셈이다.

국회는 매번 선거 때만 되면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그와 반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고 또 국회 보좌직원을 증원할 만큼 일손이 모자란다고 보는 국민이 많을지 의문이다. 소요 비용도 문제다. 의원 1인당 8급 보좌직원 1인을 증원하고 2명의 인턴을 1인으로 조정하는 안을 시행할 경우 예산정책처는 약 149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백뉴스

인턴처우 개선 가능…보좌진 업무과다도 고려해야


국회 운영지침에 따라 재직 기간이 2년 이상인 인턴은 내년부터 근무할 수 없게 된다. 일순간에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는 셈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국회의 조치는 불가피하다.

이뿐만 아니라 국회보좌진은 잦은 야근에 시달리는 등 근무 여건이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일례로 매년 국정감사 때만 되면 보좌진은 격무에 시달려 밤낮없이 일하거나 명절 때도 불려나와 근무하기 일쑤다. 의원 직무를 돕는 정규직 보좌진 5명이 부족하다면 8급 직원 1명 증원은 타당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운영위 국회운영제도개선소위 위원장인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의원별로 2명씩 운영하고 있는 인턴제도와 관련해 인턴의 대량 해고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근무를 총 11개월로 조정하는 한편 보좌 직원으로 8급 상당 별정직 비서 1명을 보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999년 시작된 인턴제는 의정활동 지원과 청년실업 해소 등을 위해 마련됐다. 인턴비서는 의정활동을 경험한 뒤 보좌직원에 지원해 급수를 받거나 다른 진로를 찾아야 하지만 상당수가 재계약 등을 통해 인턴업무를 계속 수행해 왔다. 사실상 기간제 근로자처럼 근무해온 것이다.

국회 인턴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1년 이상 근무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재직 기간도 1년 미만에 불과하며 인턴 근무 기간을 최장 2년 이하로 제한해 정규직(무기직) 전환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계약기간은 2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한 국회 인턴제 운영지침이 시행될 경우 내년 1월에는 인턴비서 88명이, 연말이면 전체의 46%가량인 256명이 해직된다. 유능한 인턴이 많은 데도 경력이 단절되는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 이후 앞으로 유능한 인턴이 많은 데도 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즉 그간 경험을 쌓은 인턴을 대상으로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고 정부 역시 로드맵을 발표하며 발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만 반대 방향으로 가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비정규직을 없애기 위한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해고가 불가피한 비정규직 인턴비서에 대해 외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청년취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3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신설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운영위를 통과한 만큼 국회 본회의 문턱도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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