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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건물에 1m 금만 가도 위험… 출입 자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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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파장]

'지진 피해' 우리집 자가 진단

- 내 집이 그립지만 2차 피해 조심

건물 멀쩡해 보여도 여진 때 위험… 창문 등 떨어졌다면 수리 뒤 입주

건물 주변 콘크리트 땅 부서지고 웅덩이 새로 생겼다면 대피해야

정부, 임대주택 160채 6개월 지원… 이재민 1318명 12곳에 분산 배치

경북 포항에서 강진이 발생한 지 5일째를 맞은 19일, 사유시설 2832군데와 공공시설 557개소가 파손되는 등 464억78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포항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주민 1318명이 흥해실내체육관 등 12곳에 나눠 대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내에 포항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으로 보인다.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은 이날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 합동 브리핑에서 "피해액 조사가 막바지 단계에 있어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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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피소에서 저 대피소로 - 19일 오전 경북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지진 피해 이재민들이 이동할 대피소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포항시는 이날 사생활 보호와 위생 문제를 우려해 이재민을 흥해공고와 남산초등학교로 분산 수용하기로 했다. 흥해실내체육관은 방역과 소독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이재민을 수용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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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는 지난 17일부터 10개 팀 36명으로 위험도 평가단을 구성해 피해 건축물 평가에 나섰다. 안전 점검을 요청한 주택 1557채 중 251채(19일 오후 3시 기준)에 대해 점검이 완료됐다. '위험' 1채, '사용 제한' 52채, '사용 가능' 198채로 나왔다. 포항시는 오는 26일까지 1차 긴급 점검을 완료하고 이후 정밀 진단을 벌일 계획이다.

◇내 집 위험 자가 진단해보려면

점검을 요청한 주택 중에는 거주자가 대피한 경우도 있고 그대로 사는 경우도 있다. 거주 중인 주민이라면 평가단 점검 전에라도 자가 진단을 해보는 것이 안전하다. 일단 외부에서 건축물을 보고 기초적인 판별이 가능하다. 외벽에 균열이 보이거나 철근 구조물이 눈에 보이면 들어서면 안 된다. 위험도 평가단의 일원으로 포항 현지 조사를 맡은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정광량 회장은 "외관상 기둥 일부가 무너져내려 철근 구조물이 밖으로 튀어나온 건물은 출입하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건물 외벽에 1m 이상 균열이 발생했거나 눈에 띌 정도로 무너진 곳이 보이면 출입을 자제해야 한다.

건물 안쪽 벽도 살펴봐야 한다. 건축물에는 건물 전체를 지지하는 내력벽과 공간 구분을 위해 세워놓은 비내력벽(데코레이션벽)이 있다. 콘크리트벽 등 내력벽에 균열이 있는 건물은 여진이 오면 붕괴할 위험이 있다. 벽돌벽 등 비내력벽은 금이 가 있더라도 건물 붕괴의 위험은 적다. 그러나 벽돌이 떨어져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김진구 한국지진공학회 포항지진피해조사위 단장은 "기둥, 보, 내력벽에 금이 가 있으면 겉으로 아무리 멀쩡해 보여도 붕괴 위험이 있으니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내력벽인지를 알려면 두드려보는 방법이 있다. 김 단장은 "두드려보면 콘크리트벽은 견고한 소리가 나고, 벽돌벽은 가볍게 쿵쾅 울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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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매트 깐 텐트 준비 - 19일 오후 경북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에 지진 이재민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세운 텐트 270동이 설치돼 있다. 텐트 안에는 온열매트를 깔았다. 이르면 20일부터 입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김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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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들어선 땅의 상태도 살펴야 한다. 건축물 인근 콘크리트 바닥에 파괴된 흔적이나 웅덩이가 보이면 위험하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이정한 지진대책연구실 연구원은 "지반이 손상돼 건물이 기울어진 것이 눈에 띌 정도라면 정밀 진단이 나올 때까지 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창문이 깨지거나 기와 등이 떨어져 있으면 위험한 건물이다. 2차 피해가 언제든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1995년 일본 고베 지진 사망자의 70% 이상이 집 안 가구나 시멘트·플라스틱 등 마감재나 벽돌 등이 떨어진 경우였다"며 "마감재가 일부라도 떨어진 흔적이 있는 집은 여진이 발생할 경우 2차 피해의 위험이 있으니 수리를 하고 나서 거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비용을 들여 진단하는 법도 있다. 김재관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직접 점검을 해야 한다면 공사 감리를 주로 하는 건축사보다는 건축구조기술사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진구 단장은 "평상시에도 집 도면을 갖고 있는 게 안전하다"며 "없으면 관청에서 도면을 확보해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말했다.

최근 신축한 건물이라면 내진 설계 여부를 토지대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광량 회장은 "토지대장에 기재된 내진 능력 확인란이나 건축행정 시스템인 세움터에서 내진 설계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움터 정보는 포항시 등 관리관청에 따로 신청하면 볼 수 있다.

◇정부, 주내 특별재난지역 선포할 듯

주민들은 살던 집의 정밀 진단이 완료될 때까지 국토교통부가 제공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주택에 머물 수 있다. 정부와 포항시는 지진 피해자들에게 LH의 임대주택 160채를 무료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 정부는 임대주택의 보증금을 받지 않고 임대료 50%는 감면할 계획이다. 나머지 50% 임대료도 포항시 등이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임대 기간은 6개월이다. 이보다 장기간 거주해야 하는 이재민에 대해서는 LH와 협의를 통해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재민 중 거주지의 피해 정도가 심각해 우선적으로 주거 지원이 필요한 가구는 500여 가구로 추정된다. 국토교통부 측은 "LH가 보유한 다가구·다세대 주택 중 활용 가능한 주택에 대해 안전 진단을 시행하고 이상이 없는 빈집을 즉시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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