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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법원 "삼성 합병 문제없어… 국민연금에 손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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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신약이 낸 합병 무효 민사소송에서 삼성 승소]

"경영권 승계가 유일 목적 아니고 계열사 이익에 기여한 면도 있어

국민연금 찬성, 배임요소 부족"

특검 '국민연금 손해' 주장과 배치, 이재용 재판에 영향 미칠지 주목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은 절차상 문제가 없고, 그로 인해 국민연금이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16부(재판장 함종식)는 19일 옛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지분 2.11%)였던 일성신약이 '합병은 무효'라며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1심에서 일성신약 측에 패소 판결했다. 소송이 제기된 지 1년 8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일성신약 측은 2015년 7월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절차가 불공정했으니 합병 자체를 무효로 해 달라며 지난해 2월 소송을 냈다.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주로 책정된 합병 비율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총수 일가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국민연금 등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합병의 목적이나 비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합병 무렵 옛 삼성물산의 경영 상황에 비춰볼 때 합병이 옛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만 끼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합병을 할 경영상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정인의 기업 지배력 강화가 법적으로 금지되는 것도 아니다"며 "지배구조 개편으로 경영이 안정돼 삼성그룹과 각 계열사의 이익에 기여하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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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또 "주가를 조작한 것도 아니고 합병 비율은 현행법에 따라 산정한 것이기 때문에 옛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다소 불리했다고 가정하더라도 (합병을 무효로 할 만큼)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의결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합병 무렵 최광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합병의 찬반 결정 과정에 보건복지부 등이 개입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고 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합병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두 사람의 불법행위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합병 찬성 결정 자체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한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찬성 의결은 내용 면에서도 거액의 투자 손실을 감수하거나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등의 배임(背任) 요소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합병에 찬성한 투자위원들은 장기적으로 합병이 주주 가치 증대에 기여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합병 찬성으로 인해 국민연금이 1388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특검의 주장과는 배치된다.

삼성이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은 이재용 부회장이 1심 재판에서 가장 억울함을 호소했던 부분이다. 그는 지난 8월 최후 진술에서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면서 욕심냈다는 것은 너무 심한 오해"라며 울먹였다. 적어도 민사 재판에선 이 부분에 대한 이 부회장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이날 나온 '합병은 유효' 판결은 형사 재판인 이 부회장의 항소심이나 문형표·홍완선씨 항소심 재판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법원 내부의 평가다. 하지만 특검이 내세운 논리의 일부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간접적 영향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판결은 일성신약이 합병으로 인한 주식매수청구권의 가격이 너무 낮다며 별개로 신청한 가격 조정 사건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5월 서울고법은 "일성신약의 옛 삼성물산 주식 매수가액을 삼성 측 주장보다 약 9400원 비싼 6만6602원으로 해야 한다"고 결정했고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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