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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만리동 예술인 2년, 마을로 내려온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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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고ㅣ안정숙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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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만리동 산꼭대기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형 공공주택(막쿱)에 29세대의 예술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가장 큰 변화는 미술관, 무대, 영화와 책으로 소통하던 예술가들이 마을로 내려와 주민과 만나서 협업하며 문화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디자인고등학교 학생과 주민이 디자이너와 모델이 되어 선보인 ‘서울의 달, 동네 패션쇼’를 시작으로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만든 연극 ‘맹진사댁 경사’, 재개발로 사라진 만리동 주민의 이야기를 담은 길거리 오페라 ‘만리동 미싱 유’로 서울로7017을 누비며 시민들을 만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봉래초 학부모의 요청으로 합창단을 결성해 노래도 함께하고, 학생들과는 꿈과 끼를 예술로 표출하게 하는 ‘즉흥극과 다원예술’이란 특강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렇게 미술관을 벗어난 예술은 스스로 결합하고 공명하며 예술가와 지역주민 모두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지난달 15일 막쿱에서 입주 2주년을 기념하는 파티 ‘산만리싸롱’이 열렸다. 마을 주민, 활동가, 여러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동료 예술가들이 모여 서로를 응원하고 마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자리, 조합원들의 연극과 노래가 더해져 막쿱과 마을이 하나 되는 축제의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김경호 막쿱 이사장은 ‘마을, 생활, 예술 그리고 사람을 잇다’라는 키워드로 다양한 문화예술활동, ‘산만리프로젝트’를 펼쳐나갈 것을 밝혔다. 그림, 노래, 사진, 연극을 매개로 예술가·주민의 동아리 모임, 인성과 창의력을 길러주는 교실 밖 예술교육, 마을 간 세대 간 문화 격차를 좁히고 공동체의 가치를 높이는 프로젝트를 통해 만리재를 하나의 작은 문화 언덕으로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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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마포구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형 공공주택(막쿱)에서 입주 2주년을 기념하는 파티 ‘산만리싸롱’이 열렸다.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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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 가지로 올여름 막쿱은 전시공간이 필요한 청년예술가그룹과 서부수도사업소 민원센터의 유휴 공간을 연결해 성공적인 전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왔다. 선배로서 후배 예술가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주고 상대적으로 문화공간이 부족한 아현동·만리동 일대 주민에게 예술을 감상할 기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하반기에는 서울시설공단이 운영하는 ‘2017 서울시 지하도 상가 시민 문화콘텐츠 기획단’으로 활동하며 상인들과 함께 상가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할 계획이다. 막쿱의 컨설팅을 맡은 김광수 상생발전소장은 “이웃의 삶에 들어가는 일, 지역의 결핍을 생각하는 일은 예술가 한명으로는 하지 못할 것들인데, 이들이 모인 협동조합이기에 가능하다”며 “문화예술로 세상을 바꾸는 체인지 메이커가 되라”고 주문한다.

“교과서와 미술관에서 보던 딱딱한 예술이 아니라 소통 가능한 예술, 아티스트라 편해요.” 중림동에서 10년 넘게 살아온 주민 김은정(43) 씨가 말하는 막쿱의 장점이다. 예술가는 어떻게 하면 세상과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지 늘 고민한다. 하지만 혼자만의 예술로는 부족하다. 마을과 생활, 예술과 사람이 이어졌을 때 가능한 진정한 소통을 꿈꾸며 생활문화예술 허브로 나아가는 막쿱의 행보, 만리동 산꼭대기에 예술가들을 모아놓아 생긴 긍정적인 변화를 관심 가지고 지켜봐주길 바란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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