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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박정기의 공연산책] 극단 진 선 미의 이영택 예술감독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최영환 번안 각색 연출의 바보 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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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ㆍ연출가. pjg5134@munhwanews.com

▶ 공연메모
극단 진 선 미의 이영택 예술감독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최영환 번안 각색 연출의 바보 리어
- 공연명 바보 리어
- 공연단체 극단 진 선 미
- 예술감독 이영택
-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 번안 각색 연출 최영환
- 공연기간 2017년 9월 8일~17일
- 공연장소 이해랑예술극장
- 관람일시 9월 9일 오후 3시


[문화뉴스MHN 아띠에터 박정기]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극단 진 선 미의 이영택 예술감독,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최영환 번안 각색 연출의 <바보 리어>를 관람했다.

이영택 극단 진선미 대표는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한국대학연극학과 교수협의회 회장, 한국연극교육학회 회장,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 교수를 역임한 연극계의 선도자다.

서울연극앙상블 <오이디푸스> 제작, 극단 창파 <첼로와 케찹> 제작, 극단 창파 <사물의 왕국> 제작, 극단 진선미 <갈매기> 제작, <율리아나> 제작, <초혼> 예술감독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제작하고 예술감독을 했다.

연출가 최영환은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대학원, 미국 Western Illinois University 연극과 대학원 출신이다. 현재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학부 교수(뮤지컬 전공)를 역임하고 있다.

연출작으로는 갈매기, 벚꽃동산, 메시아(발레), 시편교향곡(발레), 신은경 발레 앙상블 영혼의 송가 등이 있고, 예술감독으로는 뮤지컬 파우스트, 뮤지컬 죽은 시인의 사회, 열정, 헨젤과 그레텔이 있고, 연기감독으로는 뮤지컬 이순신, 뮤지컬 천년의 정원 등이 있다.

<리어왕>은 연극은 물론, 수많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앤드루 맥컬로우(Andrew McCullough)가 연출하고 오손 웰스(Orson Wells)가 주연한 1953년 영화 <리어왕>, 코진체프(Grigory Kozintsev)가 연출하고 유리 야벳(Yuri Jarvet)이 주연을 맡은 1970년 러시아판 <리어왕>, 구로사와 아키라(Kurosawa Akira) 연출, 일본풍으로 각색된 1985년 ࡔ란ࡕRan), 장 뤽 고다르(Jan-Luc Gordard)가 연출 버지스 메레디스(Burges Meredith)가 주연을 맡은 1987년 <리어왕>등은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역작들이다.

그 외에도 <리어왕>은 텔레비전 방송용으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조나단 밀러(Jonathan Miller)가 연출하고 마이클 호던(Michael Hordern)이 주연한 1982년 BBC TV <리어왕>, 마이클 엘리엇(Michael Elliot) 연출로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Olivier)가 주연을 맡은 TV <리어왕>이 대표작이다.

그 중 특히 주목할 영상 텍스트는 피터 브룩이 연출한 1971년도 영화 <리어왕>이다. 여타 영화는 대체로 원작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에 입각하여 시각적 가능성들을 실험했으나, 피터 브룩의1971년 <리어왕>은 전통적 해석을 넘어선 새로운 창작의 시도로, 원작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한 단계 뛰어넘는 연출을 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실험극장 허규 연출의 리어왕, 동랑레퍼토리의 안민수 연출의 리어왕, 극단 76 기국서 연출의 리어왕, 고대극예술동우회 고금석 연출의 리어왕,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연출의 리어왕, 인천시립극단 김철리 연출의 리어왕, 극단 미추의 이병훈 연출의 리어왕, 극단 숲의 임경식 연출의 리어왕, 국립극단의 윤광진 연출의 리어왕, 그리고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의 남육현 연출의 리어왕 등의 공연에서 원작의 내용을 최대한 살리며 이낙훈, 이호재, 기주봉, 주진모, 전성환, 서국현, 정태화, 이문수, 장두이, 양형호, 강희영 등이 리어를 맡아 탁월한 기량으로 열연을 펼쳤다.

<리어왕(king Lear>)에 나타난 가치관의 갈등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1550년대에서 1600년대 초까지의 영국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리라고 본다. 1601년 에섹스(Essex)백작은 반역죄로 사형에 처해지고, 엘리자베스 여왕은 아직 후계자를 두지 못한 상황에서 전통귀족과 신흥귀족 그리고 중산계급은 1610년대에 이르러 상호간의 대립을 드러냈다.

특히 1588년 스페인의 무적함대(Spanish Invincible Armada)를 격퇴하는데 중산계급의 주도적 역할과 세력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의회에서의 중산계급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타협과 균형이 깨지게 되었고, 이는 엘리자베스 사후 제임스 I세가 왕위에 오르면서 더욱 심해졌다.

<리어왕>이 집필된 시기로 추정되는 1604-5년경은 이런 정치적 갈등이 가치관의 분열과 결부됨으로써 영국과 전 세계에 대 혼란이 닥쳐올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가 팽배했던 시기였다. 따라서 작품 속엔 정치적 질서체계는 물론 인간과 세계를 연관시켜주는 종교적, 철학적 혼란까지 나타나고 있다.

역사란 끊임없이 경직된 기존질서체계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인간의 고통과 회생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면 ,<리어왕>은 그런 역사적 전환기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혼돈과 그것의 극복과정을 냉철하게 탐색하는 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극단 진선미의 리어왕의 무대는 배경가까이 네 개의 계단으로 오르는 단을 깔아 무대좌우로 연결시키고, 상수와 하수 쪽에도 세로로 계단을 깔아 놓고, 무대 전체 바닥에는 백색의 분말(소금)을 깔아놓았다. 천정에는 가운데 원형무늬가 들어간 고풍스런 커다란 사각의 조형물을 매달아 장면변화마다 내리거나 올려 궁중분위기를 조성하고, 그 조형물을 양분해 무대 좌우로 이동시켜 장식물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 천정에서 늘어뜨린 망사 천으로 조선왕조 분위기를 창출시키는가 하면, 무대 좌우에 단청문양이 들어간 천을 길게 늘어뜨려 궁중의 기둥으로 느끼도록 장치구성에 만전을 기했다.

무대 상수 쪽 객석 가까이에 연주석이 있어 타악기와 현악기를 연주하고 연주자가 소리를 부르는 등 극적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의상과 소품 또한 조선왕조의 복식을 착용하고, 소반에 올려놓은 도자기 술병 또한 당시와 어울려 관객으로 하여금 시대적 배경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도록 연출되었다. 다만 장검과 칼 걸이가 이 일본식인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연극은 시대적 배경이 조선왕조로 윤색되었으나 원작대로 전개된다. 도입에 리어왕과 가화공주, 교화공주, 선화공주의 세 딸이 등장하고. 연로한 리어는 딸의 자신의 대한 효성 심에 따라 국토를 나누어주려 한다. 맡 딸 가화공주와 둘째 교화공주가 마음에도 없는 말로 환심을 사는 것을 보고 진실한 막내딸 선화공주는 거짓 없이 평소에 아버지에게 대하던 태도로 응답함으로 해서 리어왕의 분노를 사게 되어 추방당한다.

국토는 첫째와 둘째 딸에게 모두 분배된다. 막내를 변호하던 충신 지건 공도 마찬가지로 추방된다. 그러나 지건 공은 승려로 변신을 해 두 딸에게서 버림 받는 리어를 끝까지 따르며 충성을 다한다. 충신 고지식 또한 왕의 처사에 놀라고 이를 제지하려 들지만 역부족임을 절감하고 더구나 서자인 고복검의 간교에 말려들어 해 장자인 고지필을 악인으로 오해한다.

둘째 공주인 교화가 고지식의 눈까지 멀게 해 추방시키니, 장남 고지필은 역경에 처한 부친을 끝까지 따라다니며 효성을 다하고 부친의 목숨도 구한다. 그간 리어는 호위 병사들을 대동하고 두 딸에게 교대로 다니며 머물기로 했으나, 딸들에게 냉대를 받게 되자 궁정의 광대를 데리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광야에서 두 딸을 저주하며 광란한다. 첫째 딸 가화공주와 둘째 교화공주는 고지식의 서자 고복검을 두고 욕정다툼과 질투로 인한 살육이 연출되면서 극은 절정을 이룬다.

막내 선화공주는 부왕의 참상을 듣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찾아간다. 부녀가 다시 만나. 리어는 막내 선화공주의 진심을 깨닫게 되고, 충신 지건과 고지식의 충정에 대한 오해도 풀리지만, 리어와 선화 부녀는 두 딸의 병사들에게 붙잡혀 옥에 갇히게 된다. 대단원에서 막내 선화공주의 죽음과 그 시신을 안고 나온 리어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절명한다.

그리고 두 딸의 살육전의 연장선에 선 모든 인물들, 고지필과 고복겸의 대결을 비롯해 충신 기전은 물론, 모든 등장인물들이 바보광대가 지켜보는 앞에서 공동으로 죽음을 당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마치 융합과 화합을 외면하고 대결양상에만 열을 올리는 현 시국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보이는 연극이다.

고인배가 리어, 신황철이 충신 고지식, 류창우가 광대, 강양은이 가화공주, 김세영이 교화공주, 정은진이 선화공주, 이원희가 충신 지건, 이명노와 김 찬이 장자 고지필, 홍준삼과 윤준호가 서자 고복검, 진창주가 집사, 고은지가 궁중악사로 등장해 성격설정에서부터 호연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고인배의 중후한 연기, 신황철과 류창우의 열연, 강양은과 김세영, 그리고 정연진의 연기력, 이원희의 중량감, 이명노 홍준상의 호연, 진장추의 호연, 고은지의 명연주 등 출연자들의 혼신의 열정이 무대 위에 피어난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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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투르크 김현호, 조연출 박현주, 기술감독 조준희, 총괄기획 정달영, 기획 고유현, 무대디자인 김동훈, 움직임지도 도재형, 영상감독 윤지웅, 사운드디자인 이원덕, 작곡 안은정 이선이, 조명감독 황은지, 소품(코디) 김주나, 의상디자인 김봄희, 분장 정숙희, 촹영감독 정시영, 음악감독 김휴한, 무대감독 최규선, 제작감독 이한재, 연기감독 김강수 박상석, 캐스팅디렉터 노경준, 마케팅 심재형 함재범, 프로젝트매니저 유재오, 그래픽디자인 황은서, 무대제작 서울무대, 음향오퍼 정도은, 영상오퍼 양수연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진 선 미의 이영택 예술감독,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최영환 번안 각색 연출의 <바보 리어>를 현 시국을 진단하는 걸작공연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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