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집단 휴원 왜?… 文대통령 '국공립 확대' 공약에 뿔나고, '재무감사 강화'에 폭발

국공립에 비해 사립유치원 재정지원은 적은데 규제는 세져

정부의 집단휴원 제재 조치에 법적 대응 등 충돌 예고

15일 최정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치원 집단 휴원 철회에 합의한 뒤 함께 서 있다. 하지만 합의는 이날 저녁 깨졌다./연합뉴스

집중 감사 및 폐쇄 예고 등 정부의 강경 대응 예고에도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단체 불법 휴업에 나선 것은 결국 돈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우선 국공립 유치원은 사립유치원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적어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다. 국공립유치원은 인건비ㆍ시설비ㆍ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원아 1인당 월 98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사립 유치원은 누리과정 지원금 명목으로 1인당 월 22만원을 정부에서 받는다. 학부형 입장에서만 봐도 사립 유치원을 보내면 월 10만~20만원의 학비를 내야 하지만, 국공립을 보내면 지출 비용이 거의 없다. 박근혜 정부 당시 이 22만원이던 지원금을 2016년까지 30만원으로 올려준다고 약속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8년 25만원, 2019년 28만원, 2020년 이후 30만원 등 단계적 인상을 할 방침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국ㆍ공립유치원 확충 정책은 사립유치원이 반발하는 다른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현행 25% 수준인 국공립유치원 재원 비율을 2022년까지 40%로 높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사립유치원들은 또한 재정투명성 감사에 대해서도 반발한다. 그동안 현행 사립유치원 회계는 원장 개인이 알아서 하는 구조로, 정부의 지원금 역시 원장 개인을 대상으로 지급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이달 1일부터 시행된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이 반발의 대상이었다. 이 규칙은 정부 지원금을 받는 사학기관의 재무장부 전체에 대해 정부 감사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사립유치원들은 작은 기관인 유치원에 엄정한 규칙을 적용하는 것은 실무상 애로사항이 있고, 사유재산권 침해 여지가 있다고 반발한다.

김경란 광주여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KBS 인터뷰에서 “추석을 앞두고 집단 휴원을 하면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공립 유치원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도 (지원금이) 재원 유아들을 위한 것인 만큼 혜택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이런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유치원들의 집단 휴원은 불법이다. 유아교육법과 시행령에서는 비상재해나 그 밖의 급박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임시휴업을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원장은 지체없이 지역 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 유치원장 등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유아교육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 교육당국은 운영정지나 폐쇄를 명령할 수 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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