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채업자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숨진 30대 싱글맘이 세상을 떠나기 전 경찰에도 피해 상황이 전달됐던 것으로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불법 사금융 범죄를 신속 수사하겠다며 특별단속을 하고 있었지만, 피해자들이 제때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현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9월 22일, 불법 추심에 시달리던 30대 싱글맘 A 씨는 전북 완주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별다른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종결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YTN 취재 결과, A 씨가 숨지기 10여 일 전 이미 불법 추심 피해 상황이 경찰에 전달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채업자로부터 A 씨에 대한 비방 등이 적힌 협박 문자 메시지를 받은 A 씨 지인은 경찰 정보관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A 씨가 숨진 뒤에야 서울경찰청에 보고됐고, 그사이 A 씨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A 씨 지인 : 당사자를 만나서 얘기를 해보고 조금 해봤으면, 죽음까지 가지는 않지 않았을까. 바라는 게 있으면 도와주겠다, 그렇게 말이라도 했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정식 수사에 착수한 건 그로부터 또 한 달 뒤, 지인이 처음 피해 상황을 알린 지 46일 만이었습니다.
경찰은 정식 신고가 없는 상태에서 원활한 수사 진행을 위해서는 피해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더 필요했고, 처음 상황을 접한 뒤 A 씨와 접촉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당시 불법 사금융 특별단속 중이었던 경찰은 수사 패스트트랙, 신속 수사 전환을 통해 채무자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수반하는 사안은 일반적인 사안에 우선해 수사할 수 있도록 맞춤형 별도 관리한다고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피해자 보호와 정보 공유는 물론 신속 수사 전환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뒤에도 유족이 사채업자들의 협박에 노출된 채 방치된 것 또한 문제입니다.
[A 씨 유가족 : 잘 죽었다고 하죠, 곁으로 식구들하고 다 보내준다고.]
YTN이 접촉한 또 다른 불법 추심 피해자 역시 경찰 특별단속 기간 중 경찰서를 찾아갔다 황당한 말을 들었다고 주장합니다.
[불법 추심 피해자 : (8월에 경찰서 찾아갔는데) 대포 통장이라서 잡을 수가 없다고 그러시더라고요. (20만 원 빌렸는데) 그냥 50만 원 드리고 말라고, 이런 식으로 말을 막 하는 거예요.]
6살 딸을 두고 떠난 싱글맘 사건이 알려진 뒤 대통령이 강력 대응을 촉구하자 경찰은 뒤늦게 '불법 사금융 특별전담팀'을 꾸리겠다고 나섰습니다.
또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검거 건수와 인원이 늘었다고 홍보하며 특별단속을 1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를 보호하고 불법 추심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경찰 대응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YTN 이현정입니다.
YTN 이현정 (leehj031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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