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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고득점 받은 최근 빈티지, 안티노리의 슈퍼 토스카나 `티냐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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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누타 티냐넬로 입구 /사진제공=안티노리


[세계와인기행-36] 전편에 소개한 안티노리(Antinori) 가문의 와이너리 '안티노리 넬 키안티 클라시코(Antinori nel Chianti Classico)'에서 차로 10분만 이동하면 그들 소유의 또 다른 와이너리인 테누타 티냐넬로(Tenuta Tignanello)가 나온다. 안티노리의 '3대 슈퍼 토스카나' 중 티냐넬로(Tignanello)와 솔라이아(Solaia)가 생산되는 곳이다. 한국에서는 'CEO들이 사랑하는 와인'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 트렌드의 변화 속에서도 전통적인 애호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티냐넬로는 토착 품종인 산지오베제를 기본으로 하되, 국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과 카베르네 프랑을 블렌딩해 보르도 타입으로 만든 와인이다.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으로서는 최초의 시도였기에 1971년 첫 출시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솔라이아는 반대로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요 품종으로 하고 거기에 산지오베제와 카베르네 프랑을 블렌딩한 와인이다. 1978년 처음 출시됐는데 1997년 빈티지가 2000년에 이탈리아 와인 사상 처음으로 미국 유력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서 '세계 100대 와인' 1위에 올라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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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냐넬로와 솔라이아의 포도밭


오후 무렵 도착한 테누타 티냐넬로는 고풍스러운 중세시대 저택의 우아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1346년 부온델몬티(Buondelmonti) 가문 소유의 포도원으로 처음 역사에 등장한 뒤, 여러 차례 소유주가 바뀐 끝에 1800년대에 이르러 안티노리 가문의 소유가 됐다. 1829년에 사학자 카로치(Carocci)는 이 지역에 관한 저서에서 '이 일대에서 가장 높고 그림 같은 곳의 광대한 포도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한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숲은 그 묘사 그대로였다.

"127㏊의 포도밭 중 57㏊는 티냐넬로, 20㏊는 솔라이아 포도밭입니다. 산지오베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등이 따뜻한 낮과 서늘한 밤의 일교차를 충분히 누리며 자라서 보석 같은 와인들로 만들어지죠. 이들 품종은 무려 90여 년 전인 1920년대에 연구 목적으로 처음 심어졌답니다. 2차 세계대전 중에 폐허가 됐다가 1960년대에 다시 재배됐고 1970년대에 이르러 비로소 상업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죠."

와이너리를 안내하러 나온 베로니카(Veronica)가 포도밭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부 시라와 메를로 포도밭은 연구 용도로 1970년대에 조성됐으며, 그밖에 소량의 빈산토(Vin Santo, 이탈리아의 디저트 와인)를 만드는 데 쓰이는 말바지아와 트레비아노도 자라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여러 구획으로 나뉜 포도밭은 슈퍼 토스카나 와인이 오랜 시간 꾸준한 시도를 거쳐 완성됐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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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저택의 석조 아치를 그대로 살린 솔라리아 저장고


셀러로 이동하며 베로니카의 설명이 이어졌다. "발효시설은 2008년에 레노베이션 됐어요. 발효를 마친 와인이 중력에 의해 바로 지하 저장고로 투입되도록 설계됐죠." 솔라이아 저장고의 천장은 아치형의 육중한 석조로 돼 있어서 특히 눈길을 끌었다. 초창기 저택의 일부를 그대로 살린 것이데,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멈춰 사진을 찍게 된다고 베로니카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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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냐넬로 2013'과 '솔라이아 2013' 그리고 안티노리 오너 패밀리


투어를 마친 후, 티냐넬로와 솔라이아를 시음했다. 아직 마시기엔 이른 최근 빈티지라고 베로니카는 언급했다. '티냐넬로 2013'에서는 감초, 체리, 바닐라, 초콜릿 향이 풍부하게 느껴졌다. 장기 숙성했을 때의 부드러운 타닌과 깊은 여운이 기대되는 와인이었다. 지난해에 제임스 서클링 97점, 와인 스펙테이터 94점, 감베로 로소 3글라스 등 평론가와 매체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솔라이아 2013'에서도 붉은 과실, 감초, 커피 향이 복합적으로 다가왔다. 이 와인 역시 지난 해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97점의 고득점을 얻었다. 슈퍼 토스카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구매해 두었다가 10년 뒤쯤 마셔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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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영 여행작가


[나보영 여행작가]

※2005년 기자 생활을 시작해 '주류저널(Liquor Journal)' 수석기자로 여행과 와인을 담당하며 5년 동안 일했다. 퇴사 후 전 세계 와이너리를 여행하며 다양한 신문과 잡지에 기고하는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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