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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독일차 배기가스 담합 의혹, 국내 자동차산업에 반사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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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주도 전기차 시장...한국의 자리는 없다”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배기가스 처리 기술 등 주요 기술 표준에 대해 20여년간 담합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여타국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자동차업체들은 이러한 기대도 어렵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독일의 언론사 슈피켈은 지난 21일 폭스바겐, BMW, 아우디, 포르쉐, 다임러 등 독일 자동차 업체가 배기가스 처리 기술 등 주요 기술 표준에 대해 20여년간 담합을 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경쟁사들의 선전이 기대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자동차 업체도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할 수 있을까.

장문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12개사의 브랜드 가치 산정 기준으로 가격 포지션과 판매규모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가격포지션에는 단순 평균판매가격(ASP, 2014~2016년 평균)과 가격프리미엄(미국 D 세그먼트 기준 대표 세단 2017년형 가격 기준), 판매규모에는 판매량과 매출액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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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자동차 업체별 ASP 추이(단위: 천달러) [출처:키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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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지난 2015년 9월 18일 ‘디젤게이트’ 여파로 ASP가 2014년 대당 2만6500달러에서 2015년 2만3800달러로 10.2% 하락했다. 당시 폭스바겐의 경우 배기가스 조작 혐의가 드러난 반면, 나머지 업체들은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는 의혹에 그치지 않고 이 기간 동안 다임러(-14.2%), BMW(-9.7%), PSA(푸조 시트로엥 그룹, -12.4%) 등 유럽 대표 자동차업체들의 ASP 하락으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나머지 8개 자동차업체들의 평균 ASP하락률은 2.5%에 불과했다.

한편, 2015년 폭스바겐의 자동차 판매량은 직전년도대비 2.0% 감소한 993만1000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타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량은 이 기간 동안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글로벌 자동차 12개사의 평균 판매량도 2.0% 늘어 폭스바겐의 부진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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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자동차 업체별 판매대수 추이(단위: 천대) [출처:키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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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폭스바겐은 2015년 2367억5600만달러로 전년대비 12.0% 폭락했으며 PSA도 이 기간 동안 11.5% 급감했다.

유럽 자동차업체들의 ASP하락은 매출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다임러와 BMW는 오히려 판매대수를 늘려 선방한 반면, 폭스바겐과 PSA는 이에 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2016년 폭스바겐의 판매대수는 1029만7000대로 2014년 1013만7000대를 뛰어넘었음은 물론 2015년 GM에 내줬던 1위 자리를 탈환했다는 것이다. 당시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디젤게이트가 불거진 당시 폭스바겐이 재기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았으나 그 결과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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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자동차 업체별 매출액 추이(단위: 백만달러) [출처:키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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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폭스바겐은 물론 아우디, 포르쉐, BMW, 다임러 등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디젤차의 배기가스 정화장치완 관련, 20여 년간 광범위한 담합을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담합의 사실로 확인될 경우 독일차 전반의 신뢰하락으로 이어져 경쟁사들에게 ‘최고’의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를 돌이켜 볼 때, 과연 독일차 산업이 무너질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홍성수 서울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현 상황은 디젤 혹은 전기차의 문제가 아니며 중국은 환경문제로, 미국은 테슬라 주도로 전기차의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자의 선택이 결국 시장을 움직이는데 유럽 자동차산업은 이에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자동차업체들도 이에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전기차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중국이나 미국 대비 약해 낙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배기가 정화장치 관련 담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과 맞물려 독일차 산업이 최악의 경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 공략을 통해 디젤게이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나 이러한 상황이 향후 재현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보다 아쉬운 점은 전기차 시장에서 조차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선전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다른 대학교 교수는 “국내 전기차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인프라뿐만 아니라 전기 공급도 중요한데 국가전력공급 계획에 있어서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고 추산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토대가 있어야 계획을 세우고 발전하는 것인데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혹자는 국내 자동차업체는 물론 전기차 관련 업체들도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 그만이라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자동차 산업은 기간산업인 만큼 기업만의 힘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정부에서 로드맵을 명확히 하고 이에 따른 세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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