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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포퓰리즘 일방통행 산업혼란...가계 통신비 인하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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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뉴스 백연식 기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선택은 기본료 폐지 대신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이었다. 저소득층, 노년층 등 취약계층 대상으로 기본료 폐지에 해당하는 1만1000원의 요금이 감면되지만 전체 가입자 대상으로 실현하지는 못했다.

국정기획위는 전체 가입자의 기본료 폐지는 포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국정기획위는 미래부를 압박하며 기본료 폐지 논란을 키웠지만 결국 국민의 눈높이만 높이고, 이통사의 반발만 불러오는 대책을 발표했다. 야당에서는 국민을 자극하는 땜질 방식의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또한 전문성 결여가 불러온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 해당 산업에는 기업이 정부를 대상으로 법정 공방까지 불사하겠다는 등 산업 혼란까지 가져왔다.

국정위 통신비 대책 무엇을 담았나

22일 오전 국정기획위와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마련한 국정기획위 사무실에서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을 발표했다. 통신비 인하 대책은 단기, 중장기안으로 구성했다.

단기 대책으로는 선택약정할인율이 현행 20%에서 25%로 5%포인트 올렸다. 6만원대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하는 이용자는 매 월 3000원 이상의 절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개호 국정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으로 인해 연 1조원 규모의 통신비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저소득ㆍ노년층의 경우 모든 요금제에 기본료가 폐지된다. 미래부는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2G3G 기본료 폐지에 상응하는 요금인하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국정기획위 총 329만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통신비 절감 규모는 5173억원이라고 국정위는 설명했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보편적 요금제 출시, 공공와이파이 확대,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분리공시제 도입, 신규 통신사업자(제4이동통신) 진입장벽 완화 등이 제시됐다.

보편요금제는 기존 3만원대 데이터중심 요금제와 비슷한 혜택을 2만원으로 낮춘 요금제로, 법률 개정을 필요로 한다. 월 200분 통화에 1GB의 데이터가 제공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만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SK텔레콤이 이 요금제를 출시하면 시장 경제 논리에 따라 KT와 LG유플러스도 따라 올 것으로 미래부는 기대하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위와 더불어민주당 측은 연간 최대 4조6000억원의 할인 효과 혜택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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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개호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장이 22일 국정기획위 브리핑실에서 통신비 인하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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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위미래부의 선택은 선택약정할인율 25%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던 기본료 폐지는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정책이었다. 이통3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3조6000억원인데, 전체 요금구간에서 1만1000원 상당의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7조9000억원의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한 LTE 가입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데이터 요금제의 경우 기본료가 요금제에 포함돼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가 기본료 폐지를 강제로 추진할 경우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도 영향이 있었다.

이에 따라 국정기획위는 사회적 약자가 주로 가입해 있는 2G와 3G 가입자에 한해 기본료 폐지를 검토했지만 시민단체의 반발로 결국 다시 보편적 요금 할인으로 방향을 잡았다. 국정기획위도 정책의 일관성이 없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고심 끝에 전국민의 보편적 요금 할인을 위해 선택약정할인 25%를 꺼내들었다. 지원금 가입자의 월평균 요금 수익을 월평균 지원금(이통사 재원)을 나눈 수치가 현재 20%이기 때문에 현재 고시에 따라 5%포인트를 올려 25%로 할인율을 정하겠다는 것이 미래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통사는 지원금 가입자의 월평균 요금 수익을 월평균 지원금(이통사 재원)을 나눈 수치가 현재 15%라고 주장해 서로 대립하고 있다. 만약 이통사의 주장대로 지원율이 15%라면 현재 고시에 근거해 미래부가 마음대로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올릴 수 없다. 만약 이통3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현재 지원율이 얼마인지,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이 정당한지에 대해 법원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양환정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요금할인은 지원금에 상응하는 것으로 미래부가 가지고 있는 통계를 봐서 비율을 추정했다"며 "법상으로 하면 오히려 30%로 가는 것이 맞지만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제조사가 기여했다고 보는 부분은 뺐다. 이는 20%로 정했을 때도 마찬가지"리고 설명했다.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선택약정할인 25%

시장경제체제에서 국영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에게 정부가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미래부가 2번이나 국정기획위에게 아무런 대책을 가져오지 못하다가 국정기획위가 질타와 보이콧을 선언하자 선택약정할인 25% 등의 대책을 가져온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중장기대책으로 추진하는 보편적 요금제 역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법률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은 단기적으로 추진하지만 보편적 요금제는 중장기 과제로 지정한 것이다.

양환정 국장은 "보편요금제 시행시기는 알 수 없다. 추혜선 의원이 내놓은 법안과 상당부분 유사하다"며 "법이 통과되면 6개월정도 시간이 주어지는데 내년 이맘때 쯤 상품이 출시되길 희망한다. 법제정문제"라고 설명했다.

국정기획위와 미래부는 기본료 폐지를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고심 끝에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기본료 폐지에 준하는 가계통신비 대책을 가져온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런 대책을 가져오고도 기본료 폐지가 가능할 것처럼 국민의 기대를 높여 소비자나 이통3사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로 거론된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미래부가 기본료 폐지는 절대 안된다는 통신 3사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주요 공약이 폐기되는 상황"이라며 "(국정기획위가) 시민단체를 모아놓고 의견 수렴을 했지만 반영이 제대로 안됐다"고 말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밖에 없다"며 "국정기획위가 내놓은 대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대부분 법 개정을 통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5% 인상이면 (4만원대 요금제 기준으로) 한 명당 2000원 수준의 혜택인데, 1000만여명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당시 일률적으로 기본료 1000원을 내린 것보다 실효성이 적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통3사 중 한 관계자는 "현재 국정기획위와 미래부가 내놓은 선택약정할인 25%도 이통사의 MNO(이동통신)매출에 절대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며 "미래부가 현재 내놓은 대안도 이통사가 행정소송을 검토할 정도로 이통사가 받아들일 수준이 아니다. 이통3사의 동의나 협의 없이 진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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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대책 효과는 긍정적

무엇보다 가계통신비가 인하될 경우 영세한 알뜰폰 사업자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 우려됐다. 알뜰폰은 지난 4월 기준 가입자 700만명을 넘기며 성장하고 있고, 이통3사를 견제하며 경쟁을 활성화시켰다. 만약 알뜰폰 요금제와 이통3사의 요금제가 가격 차이가 나지 않을 경우 알뜰폰 가입자들이 전부 이통3사로 통신사를 바꾸는 것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정기획위와 미래부는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전파사용료 감면 연장 추진, 망도매대가 인하 추진, 보편적 요금제 도입시 도매대가 특례 등을 발표했다. 또한 알뜰폰 LTE 요금제의 RS(수익배분방식)비율에서 알뜰폰이 가져가는 비중의 10%포인트 상향을 추진한다.

RS방식이란 이통3사의 LTE 데이터 요금제를 알뜰폰이 모방해 사용할 경우 일정비율로 수익을 나눠갖는 것을 뜻한다. 저가형 요금제는 알뜰폰이 40%를 수익을 가져가고 고가형 요금제는 알뜰폰이 60% 이익을 차지한다. 나머지 수익은 망도매를 이유로 이통3사가 가져간다. 이에 따라 정부는 LTE 수익방식에서 알뜰폰이 갖는 비율을 10% 포인트 더 높이는 것을 추진하는 것이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국정기획우와 더불어민주당의 '통신비 인하대책'을 환영한다"며 "이번에 발표한 전파사용료 감면, 도매대가 인하, 보편적 요금제 도입시 도매대가 특례 등 알뜰폰 지원대책의 구체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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