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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스스로 주제 선정하고 연구·소통·발표… 미국식 '탐구 중심 교육'으로 미래형 인재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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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개교 'SJA Jeju' 들여다보니

전 학년, 프로젝트 기반 학습

자기주도학습으로 창의력 길러

영어 몰입·대학 선이수제 '강점'

지난 4월 28일, 미국 버몬트주(州)의 사립학교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St.Johnsbury Academy, 이하 SJA)' 강당. 학생·교사·지역민까지 관객 수십 명이 모인 가운데 말쑥한 정장 차림의 학생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개인 발표를 이어갔다. 이 학교 12학년 추성민군도 그중 하나였다. 추군의 발표 주제는 '버몬트주의 소득과 정당 선택 간 상관관계(Income and Political Affiliation in Vermont)'. 지난 1년간 스스로 주제를 선정하고 역사와 정치, 통계학을 활용해 연구한 결과다. 추군을 포함, SJA 학생들은 직접 정한 목표에 맞춰 집중 교육받으며 수준 높은 탐구력을 기르는 시니어 캡스톤(Senior Capstone) 프로그램을 거친다. 오는 10월 우리나라 제주에서 문을 여는 국제학교 SJA Jeju에서도 이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SJA Jeju 관계자는 "SJA Jeju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탐구 중심 학습 과정을 운영한다. 고등부를 위한 시니어 캡스톤뿐 아니라 초·중등부를 위한 미니 캡스톤도 있다"고 했다.

◇스스로 질문하도록 만드는 학습법

캡스톤은 SJA의 탐구 중심 학습법이다. 그중 시니어 캡스톤은 졸업반 학생들이 주제 선정부터 심층 연구, 해결 방안 모색까지 스스로 진행하도록 하는 심화 탐구 프로그램이다. 관심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창의적 문제 해결력은 물론, 협업력과 의사소통력도 기를 수 있다. 졸업 예정자들은 매년 2회 캡스톤 데이에 다수 관객 앞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평가받는다. 추성민군은 "버몬트주는 주 구성원이 백인이라 보수적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진보적인 면이 많았다. 대선에서도 이런 성향이 이어질지 궁금해 연구 주제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끊임없이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이 힘들긴 했지만, 호기심을 풀 수 있어 보람있었다"고 했다. 곽도영(12학년)양은 "시니어 캡스톤을 포함한 SJA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개성을 찾고 독립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양은 앤디 워홀 등 세계적 예술가들이 수상한 '2017 스콜라스틱 아트 앤드 라이팅 어워즈(Scholastic Art&Writing Awards)'에서 내셔널 실버 메달(National Silver Medal)을 두 개나 받은 예술 분야 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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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SJA) 12학년 추성민군이 지난 4월 캡스톤 데이를 맞아 연구 발표를 하고 있다(왼쪽). 이 외에도 SJA는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각종 문화를 체험하도록 한다.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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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독립적 탐구자

SJA Jeju는 탐구 중심 학습법을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전 학년에 걸쳐 적용한다. 수업을 이끄는 주체는 학생이다. 교과 과정은 단원이 아닌 프로젝트 단위로 구성돼 있다. 학생이 자신의 관심사에 가치를 부여하고 연구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친구들과 협력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의 중심이 돼 지적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유치부(3~5세) 과정의 기반인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은 어린 학생을 '독립적 탐구자'로 본다. 교사는 아이의 호기심을 북돋아 마음껏 질문하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도록 유도한다. 스테이시 몰나르 SJA Jeju 유치초등부 교장은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놀이하는 과정에서 창의적 문제 해결력과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부(1~5학년)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두세 명 소그룹으로 협업하며 의견을 자유롭게 교류하도록 한다. 핵심 교과 외에 미술·드라마·음악·체육 등 예체능 강의를 제공하며 다양한 재능을 기르도록 하는 것도 특징이다. EAL(English as Additional Language) 프로그램도 운영해 개별 능력에 따라 ▲영어 몰입 환경 지원 ▲소규모 지원 수업 ▲담임교사와 EAL교사가 함께하는 협력 수업 ▲1대1 수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 적응을 돕는다. 원활한 EAL 교육을 위해 초등부에 학년별로 한 명씩 총 5명의 언어 지원 교사를 배정해 영어 몰입 환경을 조성한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하며 기숙사에서도 영어를 쓰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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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부엔 'AP 스프링보드', 고등부엔 'AP' 수업 제공

SJA Jeju 중등부(6~8학년)는 아시아 최초로 AP 스프링보드(Advanced Placement Springboard) 커리큘럼을 갖췄다. AP 스프링보드는 고등부가 운영하는 대학 학점 선(先)이수제인 AP의 중등 과정이다. AP 학습에 앞서 명확한 로드맵과 탐구 중심 학습 전략을 제시하는 영어·예술·수학의 디지털 종합 프로그램이다. 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을 아우르는 STEAM 융합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코딩·로봇공학·미디어 디자인과 같은 혁신적 과목을 배운다.

고등부(9~12학년)에게는 컬리지 보드(College Board)의 AP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정 과목 이해도가 높은 학생에게 대학이 인정하는 학점을 이수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미국 유수 대학들이 재량에 따라 AP 프로그램에서 이수한 학점을 인정한다. SJA Jeju는 수학·영어·과학·사회·미술을 포함한 AP 과목을 3년 안에 20개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AP과목을 이수하는 학생들은 매년 5월 AP 시험을 치른다.

SJA Jeju는 미국 SJA가 12학년에 적용하는 시니어 캡스톤 프로그램을 초등 과정이 끝나는 5학년, 중등 과정이 끝나는 8학년에도 각각 도입할 예정이다. 이른바 미니 캡스톤 프로그램이다. 피터 토스카노 SJA Jeju 중고등부 교장은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개인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좋은 방법이다. 미니 캡스톤 프로그램은 어릴 때부터 관심 분야의 전문성과 과제 완성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SJA Jeju는 정규 수업 외 미술·음악·로봇공학·패션 디자인 등 다양한 교과목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등부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 학기 동안 SJA Jeju학생은 미국 SJA에서, 미국 SJA 학생은 SJA Jeju에서 공부할 수 있다. 바바라 론자크 SJA Jeju 입학처장은 "탐구 기반 학습은 학생들 스스로 주체가 돼 높은 수준의 학습 능력을 기르도록 한다. 우리는 그 외 여러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다채로운 문화를 경험하며 잠재력을 이끌어내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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