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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새 정부 가계부채 대책, 질보다는 총량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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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부채 탕감·삼세번 재기 지원펀드 조성·카드수수료율 인하 등 추진

사실상 대통령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전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 의문을 표하며 전면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질’보다 ‘양’의 관리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폴리시 믹스’ 통해 가계부채 연착륙 추진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25일 진행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지금의 방식으로 가계부채 관리가 가능한지 들여다보겠다”며 기존 정책에 의구심을 표했다. 이어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위의 가계부채 관리와 주거래은행 중심의 상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꼬집었다.

국정기획위에서 특히 문제삼는 부분은 전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실패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주로 ‘질’ 관리에 치우쳤다. 때문에 지난해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대출이 각각 43%와 45.1%까지 오르는 등 질은 꽤 나아졌으나,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세는 전혀 잡지 못했다.

전년 대비 가계신용 증가율(한국은행 통계)은 지난 2014년 6.5%에서 2015년 10.9%, 2016년 11.6%로 거듭해서 뛰었다. 지난해말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어 경제에 위험 신호를 울렸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등 양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장에 큰 충격이 가해지는 것은 피하기 위해 '폴리시 믹스'를 통한 가계부채 연착륙에 진력할 전망이다.

주요 정책으로는 △재정정책 △통화정책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 탕감 등이 거론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 채권을 소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금융위는 소각 채권의 구체적인 범위와 방식을 검토한 뒤 국민행복기금과 서민금융진흥원을 중심으로 채무 탕감을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의 역할 변화로 일자리 창출 도모

김 위원장은 "저금리가 일반화되는 상황에서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시스템으로 존립할 수 있지 않은데 금융계의 전환 움직임은 느리다"며 역할 변화를 주문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금융이 담보 대출 위주의 폐해를 극복하고 창업 지원에 나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3000억원 규모의 '삼세번 재기 지원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1500억원은 정부 재정에서 출연하고, 나머지 1500억원은 정책금융기관 및 민간 투자로 메꾼다.

펀드의 지원 대상은 재창업한 지 7년 이내 기업, 신용회복위원회의 재기 지원 기업,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단독 채무 재기 지원 기업 등이다.

박 대변인은 "저금리 시대에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인큐베이팅 금융을 강화해야 한다"며 "한번 실패한 기업이라도 우수한 기술만 있으면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청도 전날 업무보고에서 이와 유사한 펀드를 2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했다"며 "금융위의 펀드와 합치면 5000억원에 달해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아울러 창업 기업에 대한 연대보증도 단계적으로 폐지할 방침이다. 우선 올해 신보, 기보,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공공 기관의 법인 대표자 1인에 대한 연대보증 폐지 기준을 창업 이후 5년 이내에서 창업 이후 7년 이내 기업까지 확대한다. 내년부터는 창업 후 7년이 지난 기업에 대해서도 심사를 통해서 연대보증을 폐지할 예정이다.

한편 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인하도 추진된다. 카드수수료율 우대를 받는 영세 가맹점의 연 매출 기준을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 기준을 5억원 이하로 각각 완화한다. 중소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은 현 1.3%에서 1%로 점진적으로 인하할 계획이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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