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제를 도입하더라도 소득과 관계없이 지원하는 보편적 소득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불평등이 심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득에 따라 지원하면 지니계수(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수치)가 감소하고 소득과 관계없이 지원하는 보편적 소득제(UBI·Universal Basic Income)보다 비경제활동 인구(자발적 실업)도 덜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기본소득제가 소득재분배와 노동공급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본소득제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주장한 내용으로 문재인 대통령도 당시 “기본소득 보장은 재정형편 때문에 전반적으로 다 시행하기는 어렵지만, 기본 정신과 취지를 최대한 살리겠다”고 해 이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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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기본소득제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크게 소득에 따라 지원을 달리하는 음소득제(NIT·Negative Income Tax)와 보편적 소득제가 있고, 음소득제는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과 제임스 토빈이 제안한 방식으로 나뉜다. 보편적 소득제는 미국의 기업연구가 찰스 머레이와 스페인 정부가 시행했던 방식이 있다.
한경연 분석 결과 음소득제를 시행하면 지니계수가 0.9%(토빈 방식)에서 3.8%(프리드먼 방식)까지 줄었다. 반대로 보편적 소득제를 도입하면 0.3%(스페인)에서 2.9%(머레이) 증가했다.
노동에 미치는 효과를 보면 음소득제를 도입할 경우 자발적 실업이 약 5만명에서 44만명 증가하지만, 보편적 소득제를 도입하면 약 151만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과 관계없이 지원을 받으면 노동을 할 이유가 더 약해지는 것이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고도 노동의 행태가 변하지 않는다면 소득 재분배가 크게 개선될 수 있지만 노동의 역유인 효과를 고려하면 소득 재분배는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며 “또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 경제성장 둔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요 재원도 보편적 소득제가 음소득제보다 훨씬 많았다. 보편적 소득제를 시행하면 266조~341조원이 필요하지만, 음소득제는 50조~75조원으로 예상됐다. 연간 가구(소득 1분위 4인 기준)별 지원금은 음소득제가 642만~1928만원, 보편적 소득제가 1913만~2534만원이다.
조 실장은 ”기본소득제는 설계 방식에 따라 재원이 과도하게 소요될 수 있고 소득재분배 효과도 불확실하므로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재호 기자(j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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