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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전교조, 당선 빚 갚으라며 '팩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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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덕에 들어선 정부, 노조 합법화 해달라"… 국정기획委 압박

노동·진보단체도 문재인 정부 초부터 友軍 자처하며 '지분' 요구

새 정부를 향해 "빚진 과거를 잊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며 법외(法外)노조 철회를 요구해온 전교조가 이번에는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를 상대로 '팩스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이처럼 전교조와 노동단체, 진보 성향 시민단체 등 현 정권 집권에 '우군(友軍)'이었다고 자처하는 세력이 "우리가 기여한 만큼 돌려달라"는 요구가 새 정부 초기부터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 관계자들은 "고마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 요구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는 없어서 곤혹스럽다"고 하고 있다.

전교조는 22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5~6월 분회 활동 자료집'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위해 지회·분회가 실천할 일의 하나로 '대통령 기획자문위 대상 팩스 투쟁'을 들었다. 최근 "모두가 침묵할 때 용기 있는 항의가 없었다면 촛불 혁명, 조기 대선, 새 정부 수립이 불가능했다"며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빚 독촉'을 한 전교조가 국정기획위까지 압박 범위를 넓힌 것이다.

전교조는 또 ▲매주 수요일 학교 앞 또는 지역 교육청, 지역 국회의원 사무실 앞 등 지역 거점 1인 시위 ▲의견 광고 등을 분회 실천 항목으로 들었다. 본부·지부에서는 ▲시도교육청과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1인 시위 ▲국회·지역구 의원 대상으로 교원노조법 개정 투쟁 ▲신정부, 기획자문위 상대 협의 등 계획도 밝혔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철회 외에도 ▲교원 평가 업무 거부 ▲성과급 폐지 서명, 균등 분배 ▲일제고사 폐지를 위해 5~6월 각종 행동을 하겠다고 자료집에서 밝혔다.

전교조는 '정세와 동향'에서 "우리의 절박한 요구를 내걸고 싸워야 한다. 우리가 단지 '대통령 하나 바꾸자'고 그 추운 겨울 광장에 모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 목소리가 커지고 우리가 행동에 나설 때만 세상이 바뀐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2013년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두는 규약 때문에 법적 노조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후 1심과 2심 법원 모두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헌법재판소도 법외노조 통보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2조가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전교조는 규약은 수정하지 않은 채 '법외노조 통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선거 대책위 기구가 전교조 재합법화를 촛불개혁 10대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한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가 '논의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법원이 2심까지 정부 조치가 옳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새 정부가 전교조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긴 쉽지 않다"며 "전교조는 더 공격적으로 '빚 갚으라'고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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