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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펀치력인가 맷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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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아무튼, 레터]

조선일보

마이크 타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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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뒤에 ‘-집’을 붙인 낱말들이 있다. ‘몸집’ ‘살집’에서는 크기나 부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물집’ ‘흠집’ ‘칼집’에선 무엇이 생긴 자리 또는 무엇의 흔적을 의미한다. 이번 주말에는 ‘맷집’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게 될 것 같다. 매를 견뎌내는 힘이나 정도를 뜻한다.

한국 시간으로 16일 오전 10시에 ‘핵주먹’이 링에 오른다. 1966년생으로 50승(44KO) 6패를 기록한 마이크 타이슨. 돈인지 명예인지 자존심인지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가 4년 만에 다시 글러브를 끼는 것이다. 장소는 미국 텍사스 알링턴의 AT&T 스타디움. 8만명을 수용하는 NFL 경기장이고 넷플릭스로 생중계된다.

타이슨은 상상을 초월하는 체력과 맷집, 폭발적인 펀치력과 빠른 스피드로 전설의 반열에 오른 복서다. 스무 살에 헤비급 챔피언이 된 이 괴물은 체중 이동과 탄력, 리듬감도 뛰어났다. 강간과 약물 중독, 수감으로 몰락하기 전까지는 무적에 가까웠다. 배우 휴 잭맨이 “영화 ‘엑스맨’에서 울버린을 준비할 때 타이슨의 신인 시절 복싱, 그 동물적 분노를 몸에 익혔다”고 할 정도로 다른 분야에도 영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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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타이슨(왼쪽)과 제이크 폴은 서른 살 차이다. 두 사람은 정식 경기에서 사용하는 10온스(283.4g) 글러브 대신 14온스(396.8g) 글러브를 착용하며 2분씩 8라운드 시합을 치른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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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핵주먹은 이밴더 홀리필드와 싸우다 그만 ‘핵이빨’로 추락했다. 은퇴한 타이슨은 15년 만인 2020년에 링으로 돌아왔다. 싱거운 무승부로 끝났지만 흥행엔 성공했다. 대전료로 1000만달러(당시 약 110억원)를 받았다. 과거를 재해석하지 않고 그 사람 그대로 가져와도 괜찮은 상품이 될 수 있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시대가 열린 것이다. 노스탤지어도 클릭 한두 번이면 살 수 있다.

이번에 타이슨이 상대할 제이크 폴(28)은 통산 전적 10승(7KO) 1패의 젊은 프로 복서이자 구독자가 2000만 명에 이르는 유튜버다. 마치 과거와 현재의 싸움 같다. 이 대결의 동기를 묻자 타이슨은 “내가 지금도 싸울 수 있고, 가장 위대한 파이터에게 덤빈 유튜버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AP통신은 폴이 받는 대전료가 4000만달러로 타이슨(2000만달러)의 두 배라고 보도했다.

홍수환은 ‘4전 5기’로 유명한 전설의 복서다. 그가 인터뷰에서 “주먹이 센 놈은 턱이 약하고 주먹이 약한 놈은 맷집이 좋다”며 “인생과 비슷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펀치력과 맷집이 두루 좋던 타이슨은 환갑이 낼모레다. 세월은 편치력과 맷집 중 어느 쪽을 더 훼손했을까. “누구나 얼굴을 한 대 강타당하기 전까진 계획이란 걸 가지고 있다”지만 궁금하다. 핵주먹, 아니 핵이빨의 전략은 무엇일까. 이제 구경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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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에서 14일(현지 시각) 마이크 타이슨(왼쪽)이 제이크 폴의 따귀를 때리는 모습. 경기를 하루 앞두고 체중 측정을 마친 뒤 신경전을 벌이면서 일어난 사건이다. /MMAFightingonS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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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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