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후 주가 1만원 아래로 급락하면서 매각 시기 놓쳐
공적자금 회수 외 수익도 챙길 수 있어…관치금융 철폐 호기
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 |
우리은행의 기업가치가 빠르게 오르면서 완전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무르익는 분위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과거 여러 차례 우리은행 민영화의 당위성을 주장한 사실도 기대감을 더 부추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최근 매각심사소위를 열고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방식과 매각물량 등을 논의했다. 매각 대상은 예금보험공사가 소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 21.37% 중 18.4%다.
나머지 2.97%는 과점주주 매각조건에 따라 과점주주들에게 콜옵션(2.97%)으로 나눠줘야 한다. 현재 우리은행 주가가 콜옵션 행사가(1만3866원)보다 높으므로 과점주주들이 모두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도 시장조사를 시행하지 않는 등 매각심사소위의 논의는 기초 단계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자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이미 사표를 낸 상태에서 아직 차기 금융위원장이 결정되지 않은 탓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차기 금융위원장이 선임되기 전까지는 본격적인 매각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금융위원장이 첫번째 업무로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을 설정하고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오는 9월의 윤창현 민간 공자위원장의 임기 만료 전에 매각 작업을 끝내야 한다”며 “그 시기를 놓치면 새로운 민간 공자위원장 선임 및 업무 파악으로 또 1~2개월의 시간이 낭비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상황만 더 나빠질 우려가 높다”며 “지금이 우리은행 지분 매각 적기”라고 강조했다.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근거로는 첫째, 현재 주가 흐름이 매우 좋은 점이 꼽힌다. 민영화 성공에 이어 1분기 실적까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우리은행 주가는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22일 종가 1만5450원으로 공적자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는 1만4300원보다 훨씬 높다.
즉, 지금 팔아야 무사히 잔여 공적자금 회수를 마무리지을 수 있다. 자칫 시간을 끌다가 생각지 못한 변수로 인해 주가가 하락세를 탈 경우 매각 작업이 좌초될 위험도 있다.
이미 공자위는 과거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각을 망설였다가 큰 실패를 겪은 아픔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치기 전인 지난 2007년, 우리지주 주가는 2만원을 상회했다. 그 때 공자위가 발빠르게 움직였다면 공적자금 전액 회수는 물론 상당한 수익률까지 시현했을 것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당시 공자위는 주가가 조금 더 오를 것을 기대하면서 매각을 시도하지 않았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후 우리지주 주가가 1만원 아래로 곤두박질치면서 매각 시기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그 뒤 공자위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에 묶인 우리은행원 등 우리금융그룹 소속 임직원들의 고통도 컸다.
결국 정부는 우리지주의 일괄매각을 포기하고 그룹을 해체해 3차에 걸쳐 분할매각해야 했다. 고통스러웠던 작업이지만 이제 그것도 슬슬 끝이 보인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는 없다. 쇠가 달아올랐을 때 단숨에 망치를 내려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둘째, 시장의 불안감을 완전히 없애기를 바라는 시각이 다수다. 과점주주 매각 성공 후 우리은행 주가가 급격한 상승세를 탄 것은 그만큼 민영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민영화 직후인 올해 1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43.8% 급증한 63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민영화로 탄력을 받은 임직원들이 영업과 리스크관리에 매진한 결과”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기서 정부가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을 망설이면 우리은행 임직원들을 실망시키는 것은 물론 시장의 불안감을 되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의 과점주주 매각 후 과반수 아래로 크게 떨어졌지만 여전히 예보의 우리은행 소유 지분은 21.37%에 달한다. 4~6% 수준인 과점주주들보다 훨씬 큰 우리은행 최대주주다.
물론 7개 과점주주의 지분을 합치면 총 29.7%로 예보보다 많다. 그러나 새 정부 초기에 과점주주가 합심해서 정부의 의사에 반하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잔여지분 매각을 늦출수록 정부가 우리은행 경영에 간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고개를 들 수 있다”고 염려했다. 그는 “과거 우리은행은 정부의 강요를 못 이겨 위험한 기업에 대출해줬다가 부실화된 사례가 여럿 있다”며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대두될 경우 우리은행 기업가치가 훼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셋째, ‘관치금융 철폐’가 ‘문재인 정부’의 사상과도 일치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새 정부는 검찰 개혁, 언론 개혁 등을 외치면서 검찰과 언론 등에 정부의 입김이 닿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재벌 개혁을 추진하는 등 불공정한 시장질서는 철저히 개선하되 각종 규제를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전환하는 등 불필요한 규제는 혁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사상과 대치되는 것이 관치금융이다. 은행은 정부나 관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그래야 은행 경영이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국가경제에도 이롭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관치금융을 철폐하겠다는 자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이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이라며 “빠를수록 시장, 특히 해외자본에 긍정적인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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