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2015년 현재 한국의 노동자 1인당 근로시간은 연간 2천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천776시간)보다 18.9% 많다. 현 정부는 출범 전 인수위 단계에서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단축을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는 시행 시기와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 허용 여부를 놓고 대립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 삶의 질 향상,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경총은 21일 성명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은 대다수 기업의 인력운용을 어렵게 할 테지만 특히 중소기업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 "특별연장근로 허용, 휴일근로 수당 중복 할증 배제 등 제도적 완충장치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으로서는 근로시간이 준 만큼 덜 생산하거나, 고용을 늘려 생산량을 유지해야 하는데 어느 쪽으로 가든 부담이 많이 늘어난다는 게 경영계 입장이다. 이런 비용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각종 편법이 동원되거나, 공장 자동화의 확산으로 고용이 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재계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경제연구원은 2015년 한 보고서에서, 법정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면 기업의 추가 부담이 12조3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반면 노동계에선 초과근로 수당 등의 감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기류를 의식해서인지 국회 환노위 소위는 개정법률의 처벌 규정 적용 시기를 2년(300인 이상) 또는 4년(300인 미만) 유예하기로 했다.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연장근로 수당의 가산금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국회 소위 내에서 이견이 있다고 한다. 그동안 기업들은 정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토·일요일 근로에 대해 평일 연장근로와 같은 '통상임금의 50%'를 추가 지급했다. 하지만 토·일요일 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100%를 얹어 줘야 한다는 1·2심 법원 판결이 축적돼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법안 통과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경영계의 반발 등을 볼 때 법제화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듯하다. 시한을 정해 놓고 무리하게 밀어붙일 이유는 없을 것이다.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가능하면 노사 합의의 모양새를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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