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뉴스 TALK] 중국에 찍히고, 출국금지 당하고… 국제 무대서 사라진 고난의 기업인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조선DB


23일부터 나흘간 중국 하이난에선 ‘보아오(博鰲) 포럼’이 열립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주요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모이는 행사로,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이라고 불립니다. 해마다 이 포럼에 국내 기업인이 10여명씩 대거 참석해 왔으나, 올해 이곳에서 국내 기업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이 포럼 ‘단골손님’들이 불참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참석 의사를 밝힌 기업인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정도밖에 없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3년 이 포럼 이사에 선임된 후, 작년까지 4년 연속 참석할 정도로 애정을 가졌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2005년부터 거의 해마다 참석했습니다. 이들이 ‘보아오 포럼’을 챙긴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중국 최고위층을 직접 만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드문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회장과 최 회장은 이 행사에서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을 면담했지요. 하지만 올해 이들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구속됐거나 출국금지를 당하는 바람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아오 포럼만 아닙니다. 요즘 국제 비즈니스 무대에서 한국 재계 리더들의 모습을 찾기 어렵습니다. 작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애플의 팀 쿡과 알파벳(구글의 모기업)의 래리 페이지 등 세계적 IT 기업인을 불러 ‘테크 정상회담’을 했을 때도, 이 부회장은 초청을 받고도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로 불참했지요. 이 부회장은 매년 7월 미국에서 IT·미디어 분야 유력 인사 200여명이 모이는 ‘선밸리 콘퍼런스’에도 작년까지 8년 연속 참석했으나, 올해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중국이 오는 5월 전 세계 정·재계 유력 인사들을 초청해 개최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포럼’에도 국내 기업인들이 얼마나 참석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은 영국·러시아 등 주요국 정상을 초청했으나, 한국에는 아직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중(韓中) 경제 관계가 냉각기인 상황에서, 국내 대표 기업인들이 중국 최고위층을 만나 현안을 논의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기업인들이 다시 세계시장을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이성훈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