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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월드 톡톡] 양쪽 폐 들어내고도 6일간 생존… 캐나다 여성이 만난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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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기능 잃어 목숨 잃을 상황

체외 보조장치로 피에 산소공급… 엿새만에 폐 기증 받아 새 생명

폐질환을 앓던 30대 캐나다 여성이 양쪽 폐를 모두 들어내고도 체외 보조 장치를 이용해 엿새 동안 생존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여성은 새로운 폐를 이식받아 회복 중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州)에 사는 멜리사 벤와(32)는 지병인 낭포성 섬유증이 악화해 작년 3월 토론토의 세인트 미카엘병원에 입원했다. 낭포성 섬유증은 폐와 소화기관의 점액 분비가 원활하지 않아 기관에 염증 등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벤와는 심한 감기가 폐렴으로 이어지면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다.

의료진은 마지막 수단으로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수술을 시도하기로 결정했다. 염증으로 기능을 잃은 양쪽 폐를 제거한 뒤 다른 사람의 폐를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폐를 일시 들어낸 이후 혈압이나 체내 산소포화도 등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시도였다. 수술을 주도한 의사 샤프 케샤브지는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있었다면 벤와는 사망했을 것"이라며 "환자를 살리기 위해선 뭔가를 해야 했고, 망설일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작년 4월, 13명의 의료진은 9시간의 수술 끝에 벤와의 양쪽 폐를 제거했다. 그녀의 폐는 축구공처럼 부어올라 딱딱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곧바로 폐를 대신할 체외 보조 장치를 달았다. 이 장치는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낸 뒤 혈액 속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공급해 다시 몸속으로 투입하는 역할을 했다. 케샤브지는 "진짜 폐가 이식될 때까지 벤와가 하루를 버틸지, 한 달을 버틸지는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수술 6일 뒤 기적처럼 벤와에게 적합한 폐 기증자가 나타났다. 입원 당시 움직이지 못했던 벤와는 지난달부터 혼자 걸을 정도로 회복했다. 그녀는 "믿기 어려운 수술이었다"며 "의료진은 죽음의 절벽에 있던 나를 남편과 세 살짜리 딸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양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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