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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은행업, 핑계없는‘저평가’는 없다...어설픈 구조조정에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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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보다 악화된 은행업 지표들

현재 국내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 심화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면서 이익창출력은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국내은행들은 이자이익이 전체 수익 중 80~90%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NIM의 하락은 수익성에 직격탄을 가할 수밖에 없다.

반면, 저금리 기조 심화는 대출확대로 이어져 NIM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일부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10년간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부실여신의 증가로 은행들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예대마진 중심인 만큼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시중금리가 상승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경기둔화 및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금리의 빠른 상승은 어려울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산업들의 부실이 확대되고 가계소득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진행된 부동산 부양책은 상대적 가계부채를 증가시켜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국내 은행은 안정적인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당시보다 낮아진 수익성으로 인해 향후 경제 충격발생시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코노믹리뷰

출처:나이스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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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전 국내 은행은 3년 평균 총자산이익률(ROA)은 1.1% 수준이었으나 최근 3년 평균 ROA는 0.2%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금융위기 여파로 상승하기 시작해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보면 국내 은행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놓여있다. 그만큼 주가 수준에 대해 ‘저평가’를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저평가가 아닌 오히려 ‘적정가’에 가깝다.

이코노믹리뷰

출처:나이스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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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올해 초를 저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은행주들의 주가에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작년 12월을 시작으로 올해 1월 은행주들의 급락 원인은 국내 주요산업들의 구조조정 이슈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또 구조조정 이슈를 확대시킨 것은 유가급락에 따른 조선 수주 및 글로벌 물동량 감소가 있었다. 이와 함께 도이치뱅크의 코코본드 이슈에 따른 자본비율 우려 부각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즉, 구조조정 이슈는 물론 은행들의 재정건전성 문제가 함께 작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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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삼성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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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은 지난 3월부터 G20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 회의에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공조 강화 결의는 은행주의 반등을 이끌기 시작했고 이는 국내 은행뿐만 아니라 글로벌 은행주들의 주가가 동조화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글로벌 은행주를 둘러싼 가장 큰 이슈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인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은행주들의 상승세에 힘을 실은 원인 중 하나도 올해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다.

이는 미국 은행들의 이자이익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개선과 주가 상승을 견인할 전망이고 글로벌 은행주들의 동조화 속에서 국내 은행주 또한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은행업종 ‘저평가’...이유는 있다

현재 국내 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시 수익성, 건전성 측면에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주가 수준은 높다. 이는 ‘위기의 현실화’와 ‘잠재적 위기’, 낮은 수준의 수익성에도 자본규모는 확대됐다는 점이 현재 국내 은행들의 주가 수준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5대 취약업종(조선,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및 타 산업으로 구조조정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은행업종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의 경우 철강, 건설, 석유화학 업종은 물론 기타제조업 및 서비스업 등으로 그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또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 시 대규모 실업자 양산으로 가계여신의 건전성 저하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만약,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의 여신 지원이 한계에 달할 경우 일반은행의 재무안정성도 도전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실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막으려는 의도를 알 수 있다. 5대 취약업종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단순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중 은행에 이어 가계까지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한국 경제 전반의 문제로 불거진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 민영화 등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현재 우리은행 지분 인수전은 예상보다 흥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중 은행까지 취약업종의 구조조정 문제가 확대되면 말 그대로 정부가 추진하는 일은 모두 참혹한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은행별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부산은행, 농협은행, 경남은행, 우리은행은 강한 스트레스를 주었을 때, 자본적정성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요 산업단지를 두고 있는 영남권 지방은행의 리스크 노출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한진해운 사태는 이를 더욱 부추길 수 있어 이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당국이 이를 원만하게 해 나갈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조선ㆍ해양 청문회에서 송영길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해운산업은 네트워크 산업으로 한진해운은 대우조선해양보다 더 자금을 투입해 살리고 연착륙 시켜야 할 기업”이라고 말했다.

해운산업은 송 의원의 말대로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한 산업이다. 또 운송에 있어서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산업임은 분명하다.

대우조선해양에 내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충당금은 14조원인 상황에서 충당금은 1조원이다. 따라서 대우조선해양을 부도처리할 경우, 13조원의 손실이 발생해 국책은행을 위협한다. 이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시중은행의 재무안정성을 위협하게 되지만 한진해운이 내놓은 5000억원 수준의 자구계획안은 금융당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액규모 측면에서 보면 대우조선해양을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대우조선해양에 최고경영자의 책임은 묻지 않은 가운데 한진해운에만 이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는 산업적 측면의 판단이 작용하기 보단 당정이 ‘책임회피’에 집중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다보니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두고 금융당국과 국책은행의 수장들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기 마련이다. 구조조정 경험이 없다보니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격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자본시장중심이 아닌 여전히 은행중심의 시장이다. 따라서 국내 증권시장의 추가적 상승세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5대 취약업종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은행업종의 대내적 위험요소가 먼저 제거돼야 한다. 당정의 안일한 대응속에서 국내 은행업의 ‘저평가’를 논하기엔 아직 이른 시기다.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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