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경선 男후보가 눈물보이자 탤런트 출신 女후보 반말로 일갈
다마키 유이치로, 렌호 |
지난 7일 일본 최대 야당 민진당 대표 경선 토론회에서 남성 후보가 눈물을 흘리고 여성 후보가 "남자라면 울지 말라"고 나무라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아베 신조 총리의 자민당에 밀려 한 자릿수 지지율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 야당의 고민이 응축된 장면이었다.
현재 민진당 대표 경선 주자는 3명이다. 탤런트 출신 렌호(蓮舫·여·49) 후보가 1위를 달리고, 민주당 정권 때 외무상과 국토교통상을 지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54) 후보와 재무성 관료 출신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47) 후보가 추격하는 구도다.
이 중 마에하라 후보가 "민주당 정권이 실패했다"고 인정하며 청중에게 고개를 숙인 것이 발단이었다. '민주당 정권이 내정과 외교에서 실수를 거듭하는 바람에 지금의 아베 정권이 태어났다'고 반성을 한 것이다.
다마키 후보는 이 말에 공감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발언 도중 "마에하라 후보가 사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다가 울컥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네다 공항을 국제화하고, 외국인 비자 취득 요건을 완화시킨 게 전부 마에하라상이 각료 시절에 한 일인데, 아베 정권이 자기네 공적인 양 내세운다"고 말하다가 점점 감정이 북받쳐 목소리가 갈라졌다. 다마키 후보는 이번 경선에 나올 때 '의리와 인정'을 구호로 내걸었다.
선두를 달리는 렌호 후보가 이 모습을 바라보다 마이크를 잡더니 대뜸 반말로 "남자라면 울지 마"라고 말했다. 숙연해졌던 청중이 폭소를 터트렸다. 렌호 후보는 "우리 당을 포기하지 않는 분들께 보답하겠다"며 분위기를 수습했다.
현재 민진당 지지율은 8%로, 여당인 자민당(44%)의 5분의 1이 채 안 된다(니혼게이자이신문 8월 29일 조사). '아베노믹스'를 비판할 뿐 아베노믹스를 뛰어넘는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고, 평화헌법 개헌 등 핵심 현안에 대한 대응에서도 의견 통일이 안 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쿄=김수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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