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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월드 톡톡] "남자라면 울지 마" 핀잔 나온 日야당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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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경선 男후보가 눈물보이자 탤런트 출신 女후보 반말로 일갈

조선일보

다마키 유이치로, 렌호


지난 7일 일본 최대 야당 민진당 대표 경선 토론회에서 남성 후보가 눈물을 흘리고 여성 후보가 "남자라면 울지 말라"고 나무라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아베 신조 총리의 자민당에 밀려 한 자릿수 지지율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 야당의 고민이 응축된 장면이었다.

현재 민진당 대표 경선 주자는 3명이다. 탤런트 출신 렌호(蓮舫·여·49) 후보가 1위를 달리고, 민주당 정권 때 외무상과 국토교통상을 지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54) 후보와 재무성 관료 출신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47) 후보가 추격하는 구도다.

이 중 마에하라 후보가 "민주당 정권이 실패했다"고 인정하며 청중에게 고개를 숙인 것이 발단이었다. '민주당 정권이 내정과 외교에서 실수를 거듭하는 바람에 지금의 아베 정권이 태어났다'고 반성을 한 것이다.

다마키 후보는 이 말에 공감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발언 도중 "마에하라 후보가 사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다가 울컥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네다 공항을 국제화하고, 외국인 비자 취득 요건을 완화시킨 게 전부 마에하라상이 각료 시절에 한 일인데, 아베 정권이 자기네 공적인 양 내세운다"고 말하다가 점점 감정이 북받쳐 목소리가 갈라졌다. 다마키 후보는 이번 경선에 나올 때 '의리와 인정'을 구호로 내걸었다.

선두를 달리는 렌호 후보가 이 모습을 바라보다 마이크를 잡더니 대뜸 반말로 "남자라면 울지 마"라고 말했다. 숙연해졌던 청중이 폭소를 터트렸다. 렌호 후보는 "우리 당을 포기하지 않는 분들께 보답하겠다"며 분위기를 수습했다.

현재 민진당 지지율은 8%로, 여당인 자민당(44%)의 5분의 1이 채 안 된다(니혼게이자이신문 8월 29일 조사). '아베노믹스'를 비판할 뿐 아베노믹스를 뛰어넘는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고, 평화헌법 개헌 등 핵심 현안에 대한 대응에서도 의견 통일이 안 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쿄=김수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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