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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35도 사흘째…녹아내리던 밀랍 링컨, 머리가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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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 북동부를 강타한 폭염으로 초등학교에 설치된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밀랍 조형물이 녹아내렸다. 엑스(X·옛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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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동부를 강타한 폭염으로 초등학교에 설치된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밀랍 조형물이 눈사람처럼 녹아내렸다.



24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워싱턴 디시(DC) 개리슨 초등학교 교내에 설치된 약 6피트(약 183㎝) 크기의 밀랍 조형물이 혹독한 폭염을 이기지 못하고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에서 섭씨 35도 안팎의 기온이 3일째 이어진 이날 오전 녹아내린 그의 머리는 뒤로 젖혀졌고 왼쪽 다리는 몸통에서 분리되었다. 링컨이 앉아있던 의자 역시 녹아 가라앉았다. 링컨의 머리가 떨어질 듯 위태롭자 조형물 제작을 의뢰한 비영리 단체 컬처럴디시의 관계자들이 이날 머리 부분을 제자리에 놓으려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나중에 다시 붙이기 위해 아예 떼어냈다.



‘40 에이커: 캠프 바커’라는 제목의 이 밀랍 조형물은 미국 남북전쟁(1861∼1865년) 당시 노예제에서 해방된 흑인들이 머물던 난민촌 ‘캠프 바커’가 있었던 개리슨 초등학교 교내에 세워졌다.



이 밀랍 조형물이 녹아버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9월 같은 장소에 설치된 밀랍 조형물에는 불을 붙일 수 있는 심지 100개가 있었다. 그런데 공식 공개 며칠 전, 누군가 심지의 절반 이상에 불을 붙이고 방치하는 바람에 조형물이 녹아내렸다. 올해 2월 복원된 밀랍 조형물이 설치되었을 때는 심지 개수를 10개로 줄이고 방문객들에게 1~2분 동안만 불을 붙인 뒤 끄도록 안내했다.



밀랍 조형물을 만든 리치몬드대 교수 샌디 윌리엄스 4세는 “주변 온도가 섭씨 60도가 되지 않으면 조형물이 녹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섭씨 40도에 가까운 폭염 속에 (밀랍 조형물을) 며칠 동안 야외에 방치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소동은 기후 변화 등 사회적 이슈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컬처럴디시 관계자는 “조형물이 녹아내리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한겨레

미국 북동부를 강타한 폭염으로 초등학교에 설치된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밀랍 조형물이 녹아내렸다. 엑스(X·옛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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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미국 누리꾼들이 녹아버린 링컨 조형물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서 ‘짜증 나는 업무 이메일에 반응하거나 긴 하루를 보낸 뒤 소파에 가라앉는 것처럼 보인다’고 자신들의 일상에 비유하며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윌리엄스는 “(작품이) 갤러리에 전시될 때는 특정 계층만이 작품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반면 공공 예술은 모두를 위한 것으로 특히 이번처럼 온라인에서 널리 회자되는 경우 공공 예술은 더욱 특별해진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최근 미국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에서는 열돔 현상으로 인해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1억5천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폭염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엔비시(NBC) 방송 등 외신들이 18일 보도한 바 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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