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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대선댓글 여론조작’도 감싸는 국정원…불법감청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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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정원을 믿을수 없는 이유

조직적 불법행위에 자체 감찰조차 안해… ‘자정’ 의지 실종

국정원장 승인없인 압수수색도 못해…검찰수사 사실상 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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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제한 토론을 하는 동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 둘째)가 소속 의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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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불법 행위에 대한 국회 등 외부의 감시와 견제는커녕 사실상 검찰도 손대지 못하는 국가정보원에 더욱 막강한 권한이 집중된다는 점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은 개인의 금융·통신 정보는 물론 질병·전과 등 민감 정보까지 손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여당은 대테러인권보호관 1명을 임명해 국정원의 불법 행위를 감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동안 국정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보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2013년 국정원의 대선 여론조작(댓글) 사건과 2014년 유우성씨 간첩 증거조작 사건, 지난해 민간인 해킹 의혹 사건 등에서 국정원은 조직적인 방해로 검찰 수사를 무력화시켰다.

우선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 검찰은 2013년과 2014년 잇따라 국정원을 압수수색했으나 모두 국정원장의 승낙 아래 이뤄졌다. 형사소송법(111조)은 직무상 비밀에 관한 곳은 해당 관공서의 승낙 없이 압수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압수수색이 이뤄진다고 해도 주요 증거를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국정원이 내놓아도 괜찮다고 판단하는 증거만 확보되는 경우가 많다. 검찰의 자료 요청에도 비협조적이다. 불법 해킹프로그램을 사용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국정원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자료 제출을 거부당하거나 뒤늦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때도 검찰은 수사 대상인 대북심리전단의 직원 배치표조차 받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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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과거 ‘문제적’ 사건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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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들의 진술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국정원직원법에는 “수사기관이 직원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때와 수사를 마칠 때에는 지체 없이 원장에게 그 사실과 결과를 통보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수사 내용을 사실상 미리 알려줘야 하는 구조다. 국정원 직원을 소환하거나 체포한다고 해도 안팎의 수사 방해가 이어진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팀은 대선 여론조작에 연루된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했다. 하지만 검찰 지휘부는 당시 국정원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체포된 국정원 직원들을 빨리 풀어주라고 수사팀에 지시했다. 또 국정원 직원 체포를 주도했던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을 바로 직무에서 배제했다.

외부의 감시·감독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적인 자정 노력도 없다. 댓글 사건 때 국정원은 자체 감찰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한 검찰 간부는 “국정원처럼 폐쇄적인 조직에서는 내부 감찰 기능이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국정원 감찰실은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등에서 제대로 된 감찰에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상부에 보고도 됐고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벌인 행위를 스스로 감찰하기 힘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식으로 조직적인 불법 행위를 감찰에서 제외한다면 국정원이 자정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정원 법제관을 지낸 이석범 변호사는 “테러방지법은 여러 차례 대공 수사에 실패한 국정원이 한계에 부딪히자 테러를 빌미로 자신의 권한을 늘리려고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테러가 의심되면 국정원은 검찰과 경찰에 정보를 넘기고 수사기관에서 수사하면 된다. 정보기관의 수사권 강화는 국내 사찰 등 정치적으로 활용될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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