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아침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압록강변을 주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왼쪽 다리가 단둥과 신의주간 화물트럭이 오가는 중조우의교이고, 오른편은 6·25 전쟁 당시 미군 폭격으로 절반이 파괴된 압록강 단교. 다리 반대편은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이다. 단둥/최현준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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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혈맹’으로 불리는 북한과 중국이 6일 수교 75주년을 맞았지만 양국 분위기는 조용하다. 최근 양국 관계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과장된 분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중 관계 이상설의 근거는 다양하다. 양국이 수교 75주년을 맞은 올해를 ‘북·중 우호의 해’로 정하고 지난 4월 개막식을 열었지만 이후 눈에 띄는 행사를 거의 열지 않았다. 지난 7월과 9월 평양에서 열린 북한 전승절 기념행사와 북한 정권수립 75주년 행사에 북한에 머무는 중국대사 대신 급이 낮은 인사가 참석했다.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중국 파견 노동자를 놓고도 양국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북·중 관계의 이상기류 속에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강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 방문한 해외 국가는 중국이 아닌 러시아였다. 이에 화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월 북한을 방문했고,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북·러 관계가 “최고조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정권수립 75주년 기념일을 맞아 중국·러시아 정상이 보낸 축전을 보도하며, 이전과 달리 러시아 축전을 앞에, 중국 축전을 뒤에 배치했다.
일부 국내·서방 언론과 학자들은 이런 상황을 근거로 북·중 관계가 냉랭하다고 분석한다. 북·중 관계가 썩 우호적이지 않으며, 북·러 밀착이 양국 관계를 더욱 차갑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지난 7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러·북 밀착은 중국의 전략적 이익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중국에서 북·중 관계를 연구하는 외교 소식통이나 전문가들은 좀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북-중 관계 전문가는 “북·중 관계가 뜨겁지 않은 것은 맞지만, 냉랭하다고까지 보긴 어렵다”며 “북-중이 밀접하게 접촉하는 때는 양국 관계가 좋지 않아 관계 개선이 필요한 경우였다”라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4차례 대면 회담하는 등 유례없이 긴밀하게 교류한 2019년은 북한과 중국이 깊이 팬 갈등의 골을 해소할 필요성이 컸던 때다. 양국은 2013년 2월 시진핑 지도부 출범 직전 이뤄진 북한의 핵실험과 이후 ‘친중파’ 장성택의 처형 등으로 관계 회복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갈등했지만, 2017년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대화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중국 패싱’을 우려한 시 주석은 2019년 중국 지도자로서 14년 만에 평양을 방문하는 등 북한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고, 북한 역시 급변하는 정세 속에 중국과의 대화에 나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맨 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둘째)이 2019년 6월20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조-중 우호 70년’ 기념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평양/신화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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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가 결렬되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상황이 또 달라졌다. 북한은 미국을 향한 무력도발을 지속하며 경제적으로 자력갱생·자급자족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대결보다 대화가 필요한 중국은 북한과 정치·외교적으로 긴밀하게 발맞추는 것을 원치 않는다. 북한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어긋난 가운데,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강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쟁 물자가 부족한 러시아와 생필품·에너지 등이 필요한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북·중 관계가 더이상 ‘혈맹’이 아닌 보통 국가간 관계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자세히 보면 북·중 관계는 6·25 이후 우호적인 적이 드물었다. 북·중 혈맹 관계의 근거가 되는 북·중 우호조약의 ‘자동 군사개입 조항’도 사문화됐다고 의심받고 있다”며 “북·중 관계는 양국의 전략적 이해에 따라 더욱 유동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치영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북·중 관계는 위계적 성격이 강한 한·미 관계와 달리 수평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단둥·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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