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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문화리뷰] 당신의 사랑은 몇 번째 에피소드인가요?…'올모스트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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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왼쪽부터) 주민진(PETE)과 노수산나(GINETTE)는 가까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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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오로라가 보이는 가상의 마을에서 한겨울 금요일 밤 9시, 아홉 커플에게 동시에 일어나는 사랑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이자 배경이 되는 가상 마을인 올모스트는 메인 주 북쪽 오지에 있는 상상 속의 조그만 마을을 의미한다. 올모스트에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진심을 이야기하며,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인 '사랑'을 순수하고 솔직하게 아홉 빛깔의 에피소드로 무대에 펼쳐낸다.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사랑해본 이는 모두 공감할 것이다. 사랑은 어렵다. 남녀노소 시대 불문 사랑은 인류의 난제다. 이 글을 마무리 짓고도, 이 연극을 보고도, 필자는 앞으로 사랑이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사람'들은 계속해서 '사랑'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데이트용 로맨틱 코미디 연극이 아니다.

오히려 '올모스트 메인'의 원작자 존 카리아니는 "사랑에 관한 '아픔'을 건너뛰지 말고 기쁨을 찾아라."고 말하며, 극의 방향성을 설정했다. 덧붙여 연출 민준호는 "이 작품은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무조건으로 예쁜 사랑만 모아두지 않았다. 모든 에피소드에서 사랑의 아픔을 진중한 태도로 다루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마법이 일어나기도 하는 공연이다."고 언급하면서, 관객들이 사랑에 대한 아픔과 상처 그리고 행복감, 씁쓸 감을 동시에 느끼고, 사랑에 대해 재고할 기회를 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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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소감을 밝히고 있는 민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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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황량감'을 주된 정서로 디자인됐다. 찢긴 듯한 오로라 색감의 편지지에 눈 덮인 나무 한 그루, 집 한 채가 서 있다. 그리고 동화같이 눈 덮인 미니어처 집들이 무대 바깥에서 올모스트 메인 마을을 보여준다. 무대에 대해 민준호 연출은 "간결성에 중점을 두었다. 화려하고 예쁜 이야기지만, 이 친구들의 아픔을 잘 구현해야 이 작품의 진정한 맛이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우들과 그들의 고통만 보일 수 있는 무대를 구상했고, 황량한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 평지라는 황량한 공간에서 마음만 존재한다. 오로라도 인물들을 돋보이게 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전했다.

간결한 무대연출은 한겨울이라는 시간적 배경뿐 아니라 극 전체에 한겨울의 고독함, 외로움, 아픔, 상처라는 정서를 효과적으로 형성했다. 무대는 돋보이지 않았지만, 인물들을 돋보이게 해준 성공적인 무대 연출로 생각된다. 이러한 황량한 분위기에 사랑의 아픔을 가진 인물들이 나온다. 매 에피소드는 2인 혹은 3인이 나와 대사를 중심으로 10여 분간 극을 이끌어 나간다. 즉, 당연한 말이지만 이는 인물 중심의 연극이다. 그래서 황량한 배경 속에서 인물들이 같이 황량했다가, 이를 사랑과 사람으로 채워나가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무대 연출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따라서 배우들의 감정과 상황에 집중할 수 있는 적절한 배경은 관객들에게 '사랑'에 관한 공감을 끌어내는데 성공적으로 작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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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연(GLORY)이 부서진 심장을 들고있다.



#에피소드 1 : HER HEART

"거기가 내 심장을 가지고 있어요!"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부서진 심장을 들고 다니는 여자가 낯선 남자의 집 마당에서 텐트를 치고 오로라를 보러 오고, 남자는 여자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싶다.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사랑의 상처를 다룬다. 여자는 자신을 배신한 남편에게 상처받아 심장이 한 번 깨지고, 병원에서 또 깨져서 19조각이 난 심장을 들고 다닌다. 상처받은 여자는 심장을 고쳐줄 수 있다는 낯선 남자에게 "난 이제 사랑을 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형이상학적인 사랑은 심장(HEART)으로 형상화되었으나, 심장도 인간 신체 내부에 있어 현실에서는 비가시적이다. 그러나 여자는 갱지로 된 싸구려 봉투에 심장을 들고 다닌다. 그녀의 사랑은 상처받았고, 너덜너덜하게 깨졌다. 그러나 자신의 아픈 사랑에 마지막 인사를 해주려고 오로라를 보러왔다는 그녀는 오히려 솔직하고 강하다. 깨진 심장이라도 심장이 있긴 한 것인지, 깨진 것인지 모르고 무감각하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그녀의 새로운 사랑을 응원한다. 그녀에게 갑작스럽게 키스를 하고, 사랑에 빠진 낯선 남자는 아마 그의 다짐대로 그녀의 심장을 고쳐줄 것이다. 그가 본인에 대해 직접 설명하진 않았지만, 그 역시 아픈 상처를 가진 사람 같다. 외로워 보인다.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그녀의 인공심장이 그를 통해 더 강하게 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기쁨도 눈물이 없으며 기쁨이 아니다/ 나무 그늘에 앉아 /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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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강기둥(STEVE), 박민정(MARVALYN)이 감각을 깨어나게 하는 키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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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2 : THIS HURTS


"통증이란 게 뭔지 모르니까, 몰라요. 진짜 못 느끼니까."

선천적으로 통증을 못 느끼는 남자가 다리미판을 휘두르는 여자에게 맞고, 사랑이라는 통증을 느끼게 된다. 강기둥 배우와 박민정 배우의 공연을 봤는데, 둘의 케미가 잘 느껴지는 귀여운 에피소드였다. 형의 말이 전부라고 믿고, 다리미판에 맞아도 괜찮다는 남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형의 말만 믿는 것으로 보아 부모의 사랑에 결핍을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여자는 야무지고, 똑똑해 보인다. 그러나 남자친구가 있어도 금요일 밤 빨래를 다리고 있는 그녀 모습을 통해 현재 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남자의 형은 예쁜 여자는 남자를 아프게 하니까 "넌 사랑을 할 수 없어."라며 그를 단정 짓는다. 이에 여자는 남자에게 키스함으로써, 형의 추측을 깬다. 이 작품 전체적으로 갑작스러운 키스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키스는 사랑의 마력처럼 극을 전환한다. 통증을 느끼지 못했던 남자는 키스 이후, 다리미판을 맞고 아픔을 느낀다. 현재 사랑에서 통증을 느끼고 있는 여자는 반면 남자와의 키스를 통해 치유 감을 경험한다. 남자는 이제 여자를 통해 감각을 느꼈고, 사랑에 빠질 것이다. 분명 통증을 느끼겠지만, 통증도 사랑의 다른 모습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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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성훈(JIMMY), 신의정(WAITRESS), 노수산나(SANDRINE)가 맥주집에서 불금을 즐기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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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3 : SAD AND GLAD


"오늘 금요일 밤, 슬픈 일 있는 사람 맥주 공짜!"

헤어진 여자친구와 술집에서 재회한 남자는 잘못을 뉘우치고, 여자와 다시 시작해보려 하지만, 여자는 결혼 소식을 전한다. 남자는 슬프지만, 위로도 받게 된다. 남자 입장에 이입을 해도 끔찍하고, 여자 입장에 이입을 해도 곤란하다. 결혼식을 앞둔 옛 애인이라니. 결혼식 파티에서 만난 옛 애인이라니. 극도로 소심한 여자의 연기와 대비되어, 과거 연애 이야기를 하고 현재 자기가 잘 산다며 너스레를 떠는 남자의 연기가 과장됐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두 남녀의 사이가 밝혀지고, 결혼식 파티 중이라는 여자의 상황을 알았을 때 관객들은 두 배우의 입장에 이입해서 곤란함을 느낀다.

종종 상상해본다. 헤어진 옛 애인을 만난다면 인사를 해야 하나,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그리고 우리가 다시 영화 '이터널 선샤인'처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또 같은 이유로 이별할까. 이 작품에서 두 남녀의 시간은 다르게 흘렀다. 남자는 과거의 연애를 반성했고, 여자에게 용서를 구했지만, 여자는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 인상 깊은 점은 남자가 상처받은 채로 극이 마무리되지 않는다. 술집은 금요일 밤 슬픈 일 있는 사람이 "나 슬퍼요."라는 말을 하면 맥주를 공짜로 준다. 그렇다. 세상은 아픈 그대를 위로할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 악인(VILLAIN)을 잘못 새긴 문신(VILLIAN)이 종업원의 이름 'VILLIAN'과 같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작품은 상처받은 사람을 '공짜 맥주 한잔'으로 위로할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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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정순원(LENDALL), 이지해(GAYLE)가 서로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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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4 : GETTING IT BACK

"네가 준 사랑 다 돌려줄게. 내가 준 사랑도, 다 돌려줘."

오래 사귄 남자친구에게 그간 받은 사랑을 돌려주겠다며 짐을 한 꾸러미 들고 온 여자에게 남자는 자기가 받은 사랑이라며 작은 반지 상자를 내민다. 인상 깊었던 연출은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깨진 심장을 통해 사랑을 형상화한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사랑을 빨간 짐꾸러미처럼 가시화한 점이다. 여자는 산타처럼 빨간 짐꾸러미들을 계속해서 들고온다. 둘 사이 관계가 오래된 만큼 여자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짐꾸러미에 담지 못한 거 많은 사랑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연출한다면 가시적으로 눈에 보이는 사랑도 좋지만, 무한대의 사랑을 형상화하는 것도 고민해보고 싶다.

받은 사랑 돌려내고, 깔끔하게 끝내자는 여자에게 남자는 조그맣고 빨간 사랑 하나를 가져온다. 이에 여자는 "내가 준 사랑이 이게 전부야?"라고 말하며, 울고불고 난리 친다. 관객들은 이 대목에서 두 남녀의 연애가 이렇게 바닥으로 치닫으며 끝나나 보다 생각하게 되고, '좋은 이별'이란 불가능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자이야기만 들었기 때문이다. 남자가 말하려 할 때마다 여자는 "쉿!"을 연발하며, 그의 입을 닫는다. 마침내 남자가 입을 열고, 그녀에게 사랑의 결정체인 반지를 건네며 영원을 약속할 때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에 대해 민준호 연출은 " 이 작품에서 절실함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사항인데, 단순히 소리쳐서 얻기보다는 상황을 부각해 진심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남자는 침묵했다."라고 말한다. 남자의 아버지는 "사랑이 흘러넘칠 때, 반지를 줘라. 반지에 전부 담겨있다."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남기며, 그들의 오랜 연애가 더욱 성숙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권태기를 겪는 오래된 연인들이 같이 보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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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임철수(RANDY)와 정순원(CHAD)이 오늘의 차인 이야기를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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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5 : THEY FELL


"너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야…"

오늘 하루도 여자에게 차인 두 친구는 둘 사이에 흐르는 이상한 기류를 느낀다. "좇됐다!"를 연발하는 두 남자 배우는 암내 때문에 데이트를 못 하고, 춤추다가 여자 얼굴을 다치게 해서 차이는 연애계의 일명 '루저'다. 여자에게 차이는 게 자주 있는 것 같은 두 남자는 서로 힘이 되는 오래된 친구다. '남녀 사이에 영원한 친구가 있을까?'하는 질문에 이어 이는 '동성끼리도 영원한 친구가 있을까?'로 폭넓게 사랑의 범위를 확장한다. 이성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동성 간의 사랑을 다루어서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그래서 미국 내 고등학교 공연 시 가치관의 차이로 이번 에피소드를 제외하고 상연한 적도 있다.

이러한 논란은 차치하고, 인상 깊었던 연출은 두 남자가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할 때 계속 엎어지는 부분이다. 제목 'THEY FELL'처럼 두 남자는 여자들에게 차여 엎어진(FELL) 친구들이다. 그런데 서로의 마음에 우정과 사랑이 공존함을 깨달았을 때, 즉 폴 인 러브('FALL'IN LOVE) 했을 때 둘은 또다시 엎어진다(FELL).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그런데도 미국 내 호모 포비아는 존재하고, 한국의 경우 동성애에 대한 현실적 장벽은 더욱 높다. 이들이 서로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엎어지는 이유는 이러한 어려움 때문이 아닐까. 함께 손을 부여잡고 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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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풍래(PHIL)와 김지현(MARCY)이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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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6 : WHERE IT WENT


"나 화 안 났어. 전혀 화 안 났어."

연애 시절 스케이트를 타던 곳에 다시 온 부부는 서로에게 짜증을 내며 계속 다툰다. 두 커플사이에는 기본적으로 '짜증'과 '익숙함'이 묻어난다. 이 작품에 나오는 에피소드 중 가장 로맨틱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인 커플이 아닐까. 여자는 신발 한쪽을 잃어버린다. 연애 중인 커플이었다면 남자가 여자를 업어주고, 같이 신발을 찾지 않았을까. 둘은 애들도 있고, 결혼한 지 꽤 돼 보이는 부부다. 남자는 빨리 신발을 찾으라고, 닦달하고, 여자는 허둥지둥 찾는다. 부부는 권태기에 있는 걸로 보인다. 그러나 둘에게 도움을 주듯 별이 잘 보이는 로맨틱한 공간 '올모스트 메인'에서는 별똥별들이 지나간다. 여자는 소원을 빌고, 남자는 무신경하다. 그리고 여자가 신발을 찾고 돌아오는 사이,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건지 무신경했던 남자가 갑자기 별을 보고소원을 빈다. 그러나 여자는 저건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 아니라 토성이라며 남자를 무시하고, 로맨틱한 분위기가 깨진다.

둘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둘은 대화를 한다. 가수 자두의 노래 '대화가 필요해'가 떠오른다. 여자가 짜증이 난 이유가 드디어 이해가 된다. 이날은 둘의 결혼기념일이었다. 둘의 갈등에는 둘의 화법에 책임이 있어 보였다. "화났어?"라고 지속해서 묻는 남자에게 여자는 "아니"로 일관한다. 이를 챙기지 못한 남자의 잘못도 있었지만, 둘 사이에 소통이 있었다면 문제는 없지 않았을까. 그리고 대화는 서로의 '소외감'으로 옮겨간다.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보내서 외롭다며, 부인을 탓하고, 여자는 남자가 멀어지고 있어서 외로움을 느낀다며 서로의 아픔을 토로한다. 둘의 연애 시절 달콤했던 '스케이트 장'은 여자에게는 과거의 기억으로, 남자에게는 현재의 외로움으로 다르게 인식된다. 아무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지만, 사랑에 빠졌던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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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강연정(HOPE), 성열석이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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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7 : STORY OF HOPE

"그 사람 꿈과 희망을 제가 짓밟은 거에요."

한밤중에 택시를 타고 뒤늦게 청혼에 승낙하는 대답을 하려고 찾아 달려온 여자는 그 집에 있어야할 남자대신 있는 작고 낯선 남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가장 아팠던 에피소드였다. 필자의 사랑이 이쯤에 있나? 주인공 이름은 희망을 뜻하는 호프(HOPE)다. 여자는 이름만큼이나 밝고 발랄해 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파 보인다. 호프는 낯선 남자에게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호프의 남자친구 이야기를 해준다. 여자는 학교 때문에 떠나야 했고, 남자가 청혼을 했는데 이제야 뒤늦게 승낙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를 찾아왔다. 이 공백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여자는 남자의 소중함을 느끼고, 그 남자 곁에서 자신은 자신의 이름만큼이나 희망이 있었다고 깨닫는다. 그러나 그때는 너무 어렸다며, 대답이 늦은 것에 대한 핑계를 댄다.

남자는 묻는다. "사랑했어요?" 청혼을 승낙하러 온 호프는 역설적이게도 이에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한다. 이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호프는 그 사람을 다시 만나도, 예전처럼 이기적인 사랑을 하지 않았을까. 호프는 남자를 만난다. 호프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작고 낯선 남자가 바로 자신의 애인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희망(HOPE)이 천천히 잔인하게 죽어버려서 자신의 모습이 변했다고 말한다. 공백 기간 동안 남자는 지금처럼 같은 자리에서 여자를 기다렸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희망을, 마음속에 호프를 죽였다. 반면, 여자는 자신만 바라봐주는 남자가 있는 것을 알고 자유롭게 살았을 것이다. 둘의 시간은 다르게 흘렀다. 급기야 둘의 방향도 달라졌다. 이제 남자는 상처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랑을 찾았고, 결혼했다. 당신이 호프라면, 당신에게 호프가 곁에 있다면, 그 시간은 이들과 다르게 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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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오의식(DAVE)과 정선아(RHONDA)는 친구일까? 연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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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8 : SEEING THE THING


"글쎄, 우리가 몇 년 친구로 지냈으니까…"

오랫동안 막역한 친구로 지내온 남사친, 여사친은 티격태격하며 연인으로 발전한다. 남녀 사이에 친구가 있을까? 필자는 아직 있다고 믿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목격한다. 혼란스럽다. 꼴통이라는 별명을 가진 여장부와 이 여자와 붙어 다녀 또라이라는 별명이 붙은 남자는 친구 관계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 이상이다. 남자는 자신이 관심 없는 여자에게 돈이나 시간을 쓰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남자는 여자를 짝사랑한다. 어쩌면 여자도 남자를 좋아하고 있었는데, 늦게 깨달은 것인지 모르겠다. 애매한 관계인 남사친 여사친들끼리 같이 보러와도 좋을 것 같다.

걸걸하고 보이쉬한 캐릭터를 잘 구현한 정선아 배우와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깨알 연기를 보여준 배우 오의식의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여자에게 그림을 주며 다른 관점으로 보라는 남자는 사실 둘의 관계를 다른 관점으로 볼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또다시 나온 갑작스러운 키스. 키스 이후, 여자는 그림을 다른 관점으로 본다. 그리고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폭풍 키스를 한다. 특히, 여자 캐릭터만큼이나 박력 넘치는 키스가 재미있다. 유쾌한 톤으로 남녀 사이의 친구가 연인으로 발전되는 장면을 그린 마지막 에피소드는 아픈 구석들을 다룬 앞선 에피소드들을 희망적으로 정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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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 INTERLOGUE / EPILOGUE

"더 가까워지고 있어. 더 가까워진다…"

남자와 여자의 거리는 좁혀질까, 멀어질까. 프롤로그에서는 남녀가 서로에게 다가가고 있지만, 더욱 멀어진다. 인터로그에서는 남자가 홀로 여자를 기다리고 있다. 에필로그에서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는 남자가 여자를 만난다. 옴니버스식이라 매 에피소드들이 분리되는 단점이 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짤막한 이 신들로부터 공통분모를 만들었다. 이는 사랑에 대한 모습을 조금은 시적으로 아우르면서 이 모든 에피소드들을 포함한다. 멀어지는 남녀, 가까워지는 남녀, 그 중간에서 헤매는 남녀. 당신의 사랑은 몇 번째 에피소드인가? 추운 겨울 '올모스트 메인' 마을에서 당신의 사랑 오로라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글] 문화뉴스 김진영 기자 cindy@munhwanews.com

[사진]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unhw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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