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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1 (수)

“국산 면도기 드럼날 방식 개발…이젠 필립스·브라운과 정면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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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30주년 오태준 조아스전자 대표

“전기면도기를 국산화하겠다는 생각 하나로 기술개발에 몰두했더니 30년이 하루처럼 지나가더군요.”

국내 유일의 전기면도기 제조업체인 조아스전자(대표 오태준)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오태준(55) 대표이사는 “지난 30년 동안 면도기 하나로 우직하게 걸어왔다”며 회사가 걸어온 길을 회상했다.

오 대표는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982년 10월 조아스전자의 전신인 ㈜성진전자를 세웠다. 국가 경제는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수입품만으로는 생활필수품이 부족한 시기였다. “해외서 수입하는 물건을 국산화를 하면 나도 돈을 벌겠지만 국민들 생활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창업을 결심한 배경을 밝혔다.

그가 선택한 아이템은 전기면도기. 작지만 매일 쓰는 물건인 데다 당시 첨단 기술이 집약된 상품으로 부가가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미국 콘웨어그룹의 바비리스 브랜드 물량을 하청받아 조립생산을 하기 시작했지만 원래 창업 뜻대로 처음부터 기술 국산화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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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국산화를 택하긴 했지만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당시 원ㆍ부자재와 기술을 모두 외국기업에 의존해야 했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데다 아버지가 대장간을 운영했던 터라 모터와 면도날은 자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망이었다. 해외 기업은 다른 기술은 이전해주더라도 망에 관련된 핵심기술과 자재는 철저히 통제했다. 두께 0.05㎜ 박판을 전량 일본, 스웨덴 등에서 수입해야 했다.

당시 망은 도금기술을 이용해 니켈이 망 모양을 형성하게 하는 전주망이었다. 핵심은 도금할 때 쓰는 화학약품의 비율. 오 대표는 직접 기술개발에 매달렸다. 집 마당에 고무대야를 놓고 직접 약품을 배합했다. 막히는 부분은 일본 기술자에게 배우고 책을 뒤졌다. 그렇게 1주일 밤을 꼬박 새워 망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오 대표는 “그때 경험이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조아스전자의 근간이 됐다”고 말했다.

기술 국산화에 성공하니 자체 브랜드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98년 상호명을 ㈜조아스전자로 바꾸고 ‘조아스(JOAS)’ 브랜드를 출시했다. 이후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 40여개 국에 수출도 하고 브랜드를 해외 업체에 수출 중이다. 특허 14건, 실용신안 52건, 의장등록 31건 획득도 기술 개발 노력의 결과다.

시간이 흐르면서 80년대 18개에 달했던 국내 면도기 업체는 현재 해외 업체와의 경쟁에 밀려 모두 문을 닫았다 조아스전자만 남아 유일한 국내 브랜드가 됐다. 오 대표는 “국내 면도기 시장에서 필립스 등 다국적 브랜드의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로 국내 브랜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며 “꾸준한 기술혁신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아스전자는 30년 면도기 노하우를 담아 10월 ‘제3의 기술’로 개발한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왕복식과 회전식 면도기의 장점만 취해 면도는 깔끔하게 되면서 정숙한 ‘드럼날 방식’의 면도기를 개발 중이다.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회전식과 왕복식이 아닌 제3의 기술을 개발한 것은 업계 최초다.

조아스전자는 올해를 ‘제2 창업 원년’으로 선포했다. 새로 발표한 슬로건 ‘기술을 넘어 감동으로’는 30년 동안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필립스를 비롯해 브라운, 파나소닉 등 다국적 브랜드 제품과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는 각오다. 오 대표는 “기업이 정부의 자금이나 정책 지원만 바라보면 나태해지기 쉽다”며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조아스 스스로 글로벌 경쟁을 주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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