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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단독]'안심전환대출' MBS 의무매입비율·보유기간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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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의무매입비율·보유기간 완화 검토 안 해…다른 방법으로 은행 부담 줄여줄 것”

시장 반응, “MBS 충격 거의 없다” VS “수요 부족 우려” 엇갈려

세계파이낸스

시중은행장들이 ‘안심전환대출’과 관련해 주택저당증권(MBS) 의무매입비율과 의무보유 기간을 완화해줄 것을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대신 다른 방법으로 은행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무매입비율 100%.보유기간 1년 그대로

1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주택금융상, 은행연합회, 시중은행 등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MBS의 발행 시기와 만기 구조 등에 관해 논의 중이다.

그러나 은행이 원하는 MBS 의무매입비율 100% 및 의무보유 기간 1년을 완화시켜주는 내용은 논의사항 중에 들어 있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런 내용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의무매입비율과 의무보유 기간은 기존의 100%와 1년이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신 MBS의 만기 구조 조절 등 다른 식으로 은행의 부담을 줄여주는 안을 의논 중”이라고 덧붙였다.

은행의 MBS 의무매입비율이 100%보다 낮아지면, 전환 물량 중 일부를 다른 대출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의무보유 기간의 감소 역시 금리 변동의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지만, 이는 기대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처음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며 “의무매입비율과 의무보유 기간은 ‘안심전환대출’ 출시를 위해 주금공에 2000억원을 출자한 한국은행의 요구사항이라 이를 뒤엎기는 힘들다”고 쓰게 웃었다.

MBS는 만기별로 1년물, 2년물, 3년물, 5년물, 7년물, 15년물, 20년물 등 8가지 종류가 있다. 약 34조원어치의 MBS는 이 8가지 종류로 나눠져서 발행될 예정인데, 단기물이 많을수록 은행 입장에서는 트레이드하기 쉬워 유리하다.

그러나 MBS의 기초자산이 만기 20~30년인 주택담보대출이라 다량의 단기물을 발행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MBS 34조 충격 어느 정도? 엇갈리는 시장 전망

한편 34조원어치의 MBS가 채권시장에 몰고 올 풍파에 대해 금융당국은 “문제없다”는 입장인 반면 시장의 예상은 엇갈리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의 부채 감축 노력 덕에 올해 특수채 발행물량이 지난해보다 15조원 가량 감소할 전망”이라며 “따라서 34조원의 MBS가 발행돼도 특수채 시장(9일 기준 발행잔액 235조원)이 크게 부풀어 오르는 것은 아니라 시장에 충격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약 2.6%대인 MBS 금리는 현재 1% 후반대에 머물고 있는 국고채 금리보다는 훨씬 높기 때문에 연기금과 보험사 등에서 흥미를 가질 것”이라며 수요에 문제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유상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외국인들의 원화 채권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물론 투자대상도 점차 5년 이상의 장기물에 집중되고 있다”며 “장기채권의 수급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기업의 사내유보금과 투자처를 찾아 대기 중인 머니마켓펀드(MMF) 등이 사상 최고치”라면서 “현재 전체 채권시장 규모가 1372조원에 달하므로 34조원 정도의 MBS는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금리상승기에 특히 장기물 MBS의 수요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이정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다면, 수요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예상대로 하반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린다면, 장기물 쪽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심전환대출’ 관련 MBS는 오랫동안 금리가 고정되기 때문에 금리상승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다”며 “또 34조원어치의 MBS로 인한 채권시장 자체의 충격은 크지 않더라도 이와 관련해 주금공이 헤지를 위해 대량의 국채선물을 매도하는 등 여타 금융시장으로 파장이 번져나가 상당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염려했다. 이어 “단기물 비중을 늘리거나 MBS 발행 시기를 나누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사실 ‘안심전환대출’로 인한 은행의 손실과 리스크는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의무보유 기간 사이에 금리가 상승 기조로 돌아서면, 은행이 보유 중인 MBS를 트레이드하기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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