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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안심전환대출 vs 서브프라임모기지④] 벼랑끝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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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위험군' 非은행권 배제

MBS 추가 발행 통한 취약계층 지원 어려워

"소득증대 대책, 보증제도 활성화" 절실

세계파이낸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임 위원장은 안심전환대출과 관련한 의견을 듣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가계부채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안심전환대출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비은행권 차주가 배제되면서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는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은행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해 새마을금고, 신협, 저축은행 등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들은 안심전환대출을 신청조차 할 수 없어서다.

정작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계층이 소외된 셈이다. 일례로 상호금융업권 주택담보대출자 중 7등급 이하의 비중은 20%에 육박한 상태인데, 이들은 위기 발생 시 부채상환능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어 염려스럽다. 향후 경기 변동성이 심화하면 '약한 곳부터'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들을 대상으로 마구 돈을 풀기도 어렵다. 최악의 경우 부실화된 저소득층 담보대출이 전체 금융시장을 뒤흔든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우려된다. 금융권에서는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소득증대 대책과 다양한 보증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자 싼 대출로"…'가계부채 뇌관(非은행 대출자)'은 제외

평균 3.6% 가량인 주담대를 연 2.6%대의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안심전환대출이 지난 달 24일 출시됐다. 기존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인 연 3.6%에서 약 1%포인트 가량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으로 꼽혔다.

안심전환대출은 출시 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당초 1년 한도인 20조원이 출시 첫 주만에 동났고, 금융당국은 안심전환대출 수요를 충족하고자 대출 한도를 40조원까지 늘렸다. 2차 판매 마감일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9조 5000억원이 추가로 접수됐다. 마감일인 3일 취합결과에 따라 주담대 중 고정금리 비중은 8%포인트 이상 상승할 전망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상환 여력이 있는 대출자만 혜택을 본다는 비판이 거세다. 안심전환대출의 대상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대출이거나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에 한한다. 주택가격 9억원 이하, 대출금 5억원 이하인 차주만 대상이다.

실제 '돈 좀 있는 사람' 위주로 혜택이 돌아갔다. 금융위가 지난달 29일 1차 출시 후 안심전환대출 승인건 중 1만건을 표본으로 분석한 결과, 연 평균 소득은 4100만원, 연 소득 6000만원이 넘는 이들은 30%로 집계됐다. 이들보다 상환여력이 부족한 저소득층이나 다중채무자들은 정책적 배려를 받지 못했다.
세계파이낸스

비은행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저신용등급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아 향후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자료=나이스, 한국은행.


비은행권은 신용등급이 낮은 주담대 차주의 비중이 높다. 작년 8월 말 7등급 이하 주담대 대출자의 비중은 기준 신협이 14.9%, 여신전문금융회사가 22.9%, 저축은행이 46.7% 로 집계됐다. 올해 2월 기준 새마을금고 주담대 차주 중 6등급 이하의 비중은 35%다. 이들은 담보여력과 신용등급이 낮아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분류된다.

버는 돈이 적고 신용등급이 나쁜 이들의 담보대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우려스려운 대목이다.

LG경제연구원은 2010년부터 5년간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1분위 가구의 담보대출은 78.3%나 늘어나 소득분위별 계층 중 담보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2013년~2014년 1년 새 29%나 늘었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3.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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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하위 20%의 담보대출이 상위 20% 대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자료=통계청, LG경제연구원.


여러 금융사에서 빚을 지고 있는 다중채무자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말 현재 상호금융과 3곳 이상의 비은행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비중은 13.1%였다. 저축은행 및 여신전문금융회사 차주 중 여타 비은행금융기관을 동시 이용하는 다중채무자 비중은 각각 29.4%, 16.0%로 집계됐다. 향후 미국의 금리 상승과 우리나라의 집값 하락이 현실화될 경우 이들 차주들은 고스란히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

◆ "소득증대 대책, 보증제도 활성화" 절실

금융위는 서민지원지원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안심전환대출을 비은행권으로 확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상환여력이 낮은 이들을 대상으로 주택저당증권(MBS)발행 규모를 무리하게 늘려 안심전환대출과 유사한 상품을 짜는 건 리스크를 더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칫 담보대출이 부실화하면서 전체 금융시장의 위기를 촉발한 미국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우리나라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에선 지난 2003년 이후 변동금리 모기지 도입이 늘고 부동산 거품이 겹친 상황에서 2004년에서 2007년 사이 4% 가량 기준금리가 상승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급격히 부실화됐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 담보대출의 빠른 증가세와 부채 상환 능력 약화를 고려하면, 이들이 부채 규모가 지나치게 늘지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며 "저소득층의 취업과 창업을 돕는 소득 증대 대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상호금융업권의 한 관계자는 "현 방식의 안심전환대출을 비은행권으로 확대하는 게 쉽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 "정부에서 보증제도를 확대해 상환의지가 있는 저소득층이 대환대출을 통해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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