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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안심전환대출 vs 서브프라임모기지③] 시장 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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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의무 매입에 MBS 단기물 품귀 현상 촉발

MBS 추가 발행하려면 정부 또는 한은 출자 필연적

안심전환대출 1차 판매가 시작된 지 사흘 만에 매진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가운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안심전환대출을 비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차이점은 분명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까지 범위를 확대해 주택자금을 빌려줬다. 반면 안심전환대출은 은행권 단기·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대출상품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상환 능력이 부족한 이들을 대상으로 돈을 빌려줘 우대금리보다 높은 금리가 적용된 반면, 안심전환대출은 상환능력을 갖춘 차용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전체적인 담보대출의 양을 늘렸다면 안심전환대출은 차용자 입장에서 담보대출의 질을 개선시킨 점이 차이랄 수 있다.

안심전환대출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준 주택 저당채권을 대상자산으로 다시 주택저당증권(MBS, Mortgage Backed Securities)을 발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제는 담보가 된 주택 역시 대출자산이라는 점이다.

'빚으로 빚을 낸'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안심전환대출은 금리 변동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주택 시장의 호황과 저금리 기조에 수익률 높은 금융상품으로 주목받은 서브프라임 MBS는 끝내 전 세계 금융시장을 교란시키고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안심전환대출에서도 MBS가 채권시장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리인상-집값 하락에 무너진 서브프라임…안심전환대출은?

금융당국은 지난달 24일 선보인 안심전환대출과 관련해 MBS 발행 증가에 따른 공급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은행들에 전환대출 규모에 비례해 MBS를 매입하고 1년 동안 보유토록 지도할 예정이다. 금융기관이 받은 대금만큼 추가대출을 늘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은행이 3개월 안에 대출전환분 물량의 50%를, 6개월 안에 100%를 MBS로 매수해야 한다.

그러나 향후 시장금리가 인상되면 현재 안심전환대출의 낮은 금리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올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이 점쳐지는 가운데 국내 시장금리가 높아지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떠안는 것은 MBS를 발행한 주택금융공사와 이를 보유한 은행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부실 채권으로 전락한 것은 미국이 2005년부터 사태가 일어난 2007년까지 17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2005년에 대출받은 사람의 경우 2년 후에 금리 부담이 30~50%가량 늘어났다. 이로써 당시 모기지 연체가 급증하고 결국 관련 금융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지금은 낮아진 금리에 끌려 너도나도 안심전환대출로 바꿨지만, 이것이 가계부채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만약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때처럼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면 안심전환대출자 역시 원리금을 연체할 공산이 크다.

안심전환대출의 초기 물량인 20조원이 다 매진되자 정부는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로 안심전환대출이 집행되면 MBS 발행은 55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채권 시장에 MBS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지만, 시장에서 이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은행의 MBS 의무보유 기간이 끝나는 1년 후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MBS는 표준화시키기 어렵고 유동성이 낮아서 각종 거래의 담보물로 활용하기도 불편하기 때문에 은행의 MBS 1년 의무보유가 끝난 후에는 상황이 뒤바뀔 수 있다"며 "은행은 수익성을 높이고 자산 성장을 위해 대출자산의 확대를 원하므로 MBS의 보유기간이 끝나면 이를 매각하고 대출자산을 늘리려는 유인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연구원은 "게다가 미국 금리인상 이후 우리나라의 금리도 오를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된 상태에서 만기가 긴 MBS를 유지할 유인은 더욱 떨어져 지금으로부터 1년 후에는 MBS포지션을 유지하는 데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역시 "장기채권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변동 위험 때문에 은행이 보유하길 꺼리는 MBS 장기물 금리를 높여서 매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MBS 추가 발행하려면…정부-한은 출자 필연적

세계파이낸스

사진제공=동부증권


주택금융공사법 제34조(지급보증)에는 공사의 MBS발행한도를 자기자본의 50배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위급한 상황이어도 70배를 넘지 못한다. 주택금융공사의 자본금은 정부와 한은의 출자로 이뤄졌으며, 2013년 말 현재 정부가 68.9%, 한국은행이 31.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주금공 자본금으로 MBS를 발행하면 이 규정을 지키지 못해 정부와 한국은행의 추가 출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MBS 추가 발행은 정부의 지급보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추후에 부실화된다면 국민 세금이 사용될 여지도 크다.

문 연구원은 "주금공의 자금 수준으로 유지 가능한 MBS의 법정한도는 91조5000억원, 적정한도는 64조원가량이지만 40조의 MBS가 추가발행되면 한도가 부족하다"며 "주금공의 현재 적정 자본금은 2조2000억원으로 추가 4000억원이 필요해 정부와 한은이 내년까지 3000억원을 추가 출자한다면 약간의 오차를 감안해 78조원의 잔액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안심전환대출용 MBS의 발행한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한은의 출자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정부는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면서 오는 2017년까지 한은과 함께 주금공에 4000억원을 추가 출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안팎에선 한은이 2004년 주금공 설립 때 3100억원을 출자했고, 2012년에도 1350억원을 더해 현재 주금공 2대 주주인 만큼 증자액의 절반 가량인 2000억원을 발권력을 동원해 주금공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 의무 매입에 MBS 단기물 품귀 현상…채권 시장 교란

안심전환대출이 최대 40조원까지 늘어나면서 100% 의무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수해야 하는 은행들의 고민이 많아졌다. 원칙적으로 은행들이 MBS를 발행시장에서만 매입해야 한다는 조건이 없기 때문에 유통시장을 활용해도 된다.

세계파이낸스

사진제공=동부증권


문제는 MBS 유통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2014년 MBS유통량은 23조원으로 추정되며 한달에 2조원 하루 900억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은행은 발행시장에서 MBS를 매입하는 것이 그나마 수월한 상황이다.

문 연구원은 "지난달 말 기준 MBS잔액 중 은행의 보유비중은 31%이며 통상 3년 이하의 콜옵션이 없는 MBS를 선호한다"며 "올해 발행될 최대 55조원의 MBS 중에서 40%인 22조원이 3년 이하라고 가정하면 은행의 매입 부족액은 18조원인데, 이렇게 되면 수급상 스퀴즈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5년까지 영역을 넓히면 5년 이하 MBS는 발행액 중 80%, 44조원"이라며 "은행으로서는 5년 MBS는 매입하기 꺼려지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면서 5년 이하 MBS의 가격이 매우 고평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채권시장의 중요한 인프라인 MBS시장이 고사될 수 있다. 문 연구원은 "은행의 MBS 의무보유, 장기 고정금리 대출증가의 제한, MBS 발행의 감소 등으로 MBS 시장인프라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국내채권시장의 발전을 원하는 시장참여자 입장에서 정책에 따른 자본시장 인프라의 훼손은 우려할 만한일이며 국가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강희용 새정치연합 부대변인 역시 "MBS의 경우, 모기지론 부도리스크가 투자자에게 전가되며, 향후 1년간 MBS를 보유해야 하는 은행의 금리리스크 또한 상승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이 제기됐다"고 강조했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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