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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갑자기 '광풍'꺾인 안심대출…2차 신청분 20조 미달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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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분 사흘간 실적 6조…1차 때 '절반' 하회

이틀 남기고 14조 남아…원금상환부담 늘어

세계파이낸스

연 2.6%대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 출시 첫날인 지난주 24일 대출을 신청하려는 고객들이 개장도 하지 않은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영업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재문 기자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열기를 넘어선 ‘광풍’이 불과 일주일 사이에 갑자기 식어버렸다. 지난달 30일부터 신청에 들어간 안심전환대출 2차 실적이 추가 한도 20조원에 미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차분 3일째 신청을 마감한 결과 누적실적은 6조662억원으로, 지난주 1차 때의 3일치인 13조5525억원의 ‘절반’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신청기간을 이틀 남기고 한도가 14조원 가까이 남아 나흘 만에 20조원을 전부 소진한 1차 때와 대조된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 2차 접수 3일차인 1일까지 누적실적은 6만8762건, 6조662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구체적으로는 ▲추가 공급 첫날인 지난달 30일 2만2000건, 2조2000억원 ▲둘째 날인 31일 1만4333건, 9829억원 ▲셋째 날에는 3만2429건, 2조8833억원이다. 2차분 이틀째 신청금액은 안심전환대출 출시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1차 때 3일치 누적실적이 13조5525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2차분 같은 기간 실적(6조662억원)은 1차분의 절반 수준에서 1조원 이상 큰 폭으로 하회한다.

지난주 실적은 ▲1일차인 24일 3만4754건, 4조1240억원 ▲2일차인 25일 3만7714건, 4조123억원 ▲3일차인 26일 5만2427건, 5조4162억원으로 12만4895건, 13조5525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1차분 최종실적은 접수를 받은 지 나흘째 되는 날인 지난달 27일 하루에만 6만4289건, 6조3305억원이 쏠리면서 총 18만9184건, 19조8830억원에 각각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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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계일보 DB


선착순으로 진행했던 1차와 달리 2차는 3일까지 일괄접수 후 승인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신청자들이 다소 여유를 갖고 은행을 찾아 실적이 저조하다는 분석이다.

2차 역시 신청마감이 다가올수록 신청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1차 때를 훌쩍 뛰어넘는 열풍을 남은 이틀간 보여줘야 추가 공급 한도인 20조원을 모두 채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안심전환대출 1차 마지막 이틀간 5조4162억원, 6조3305억원 등 승인액이 11조7467억원에 도달한 점을 감안하면, 이날 6조원을 비롯해 2차 신청 마지막 날인 3일 7조원 이상이 접수돼야 하나 하루 사이에 1차 때의 실적을 넘어서는 반전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

이에 따라 2차 안심전환대출은 공급 한도 20조원에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일주일 사이에 이렇게 급변한 데에는 원리금상환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안심전환대출을 받기를 꺼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LG경제연구원이 안심대출 금리를 상품이 출시된 지난달 24일부터 4월말까지 적용될 것으로 공개된 연 2.55%를 적용해 분석한 결과, 5000만원의 대출금을 10년 만기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경우 매달 납부해야 하는 원리금은 47만2000원, 연간으로는 567만원인 것으로 추산됐다.

대출 만기를 30년으로 늘리면 매달 납부해야 하는 원리금은 19만9000원, 연간 납부해야 하는 원리금은 239만원으로 줄어든다.

지난해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2013년 기준 가구당 평균 비소비지출은 844만원이다. 이중 이자비용은 183만원(21.6%) 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만기 안심전환대출 연간 납부 원리금 567만원은 가구당 평균 이자비용의 무려 3배가 넘는 액수다. 가구당 평균 비소비지출 규모와 비교해도 약 67%를 차지할 만큼 부담이 크다.

30년 만기로 연장하더라도 연간 내야할 안심대출 원리금 239만원은 여전히 가구당 평균 이자비용을 대폭 웃돌고 있으며, 가구당 평균 비소비지출의 약 28%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심대출로 전환 시 원금 상환 부담액이 연간 소득의 10%를 넘어 해당 가구에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며 “안심전환대출은 금리 부담 하락에도 당장 늘어나는 원금 추가 납부에 대한 부담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소득 1분위 가구가 안심전환대출의 만기를 30년으로 늘리더라도, 연간 가구소득 대비 연간 추가 원금납부 금액 비율은 10.7%로서 연간 가구소득의 10분의 1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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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 2차 판매 첫날인 30일 NH농협은행 서울의 한 지점이 24일 1차 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세계일보 DB


게다가 기존에 변동금리 및 만기일시상환 대출을 받아 만기 이전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3% 금리를 지불한다고 가정해도 안심전환대출이 결코 부담이 줄어든다고 보기 힘들다.

대출금이 5000만원인 경우 기존 변동금리 대출 하에서는 매년 이자만 150만원을 납부하지만, 10년 만기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경우 이제는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도 나눠 내므로 연간 원리금 납부 금액은 567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대출금리는 3%에서 2.55%로 낮아졌지만 원금 추가 납부 금액으로 연간 417만원을 더 내게 된다는 계산이다. 주택담보대출금리를 4%로 올려도 대출금리는 2.55%로 낮아지나 안심대출의 원금 추가 납부 금액은 연간 367만원을 더 지급해야 한다.

조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은 늘어나는 원금 상환 부담으로 인해 소득 하위 계층보다 소득 중상위 계층이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저소득 계층의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안심대출은 5영업일간 일괄 신청을 받은 후 한도 20조원에 미달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전액을 승인한다. 따라서 이번 2차 신청자 대부분이 낮은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기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조원 초과 시에는 주택가격이 낮은 순으로 배정된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대출 또는 이자만 상환 중인 대출 가운데 대출을 받은 지 1년이 지났고 최근 6개월 간 30일 이상의 연체 기록이 없는 대출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주면서 2%대 중반의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상품이다.

3일 신청마감 후 전산입력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5일에는 한도 소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가격 감정평가에 앞으로 1~2주의 시일이 소요돼 최종 승인대상자는 오는 15일경 확정·통보할 예정이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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