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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안심대출 열흘새 40조 풀면서…새희망홀씨 1년간 2조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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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누적지원액 7.5조…올 11월초 종료

이자상한 年12%…우대금리도 고작 1%P

한도도 2000만원…"하위계층 대책 필요"

세계파이낸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29일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에서 안심전환대출 20조원 추가 공급 방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안심전환대출이 30일부터 2차분 추가 공급에 들어가면서 지난 24일부터 10영업일 동안 총 40조원이 풀린다.

반면 대표적인 친(親)서민 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은 지난해 연간 2조원 공급됐다. 2010년 11월 출시 후 4년이 넘었지만, 누적 지원규모가 8조원에도 못 미친다. 단 열흘 만에 40조원이나 투입되는 안심전환대출과 극명히 대조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리스크관리 대책이 서민금융안정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11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총량은 그대로 놔둔 채 ‘싼 이자 갈아타기’로 가계부채의 구조만을 개선하는 이런 ‘미시적 대응’이 과연 적절한 지를 두고 실효성에 의문마저 일고 있다.

3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1월8일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서민을 돕기 위해 선보인 새희망홀씨는 지난해 말까지 4년여의 시간이 경과하는 동안 전부 7조5000억원 지원되는 데 그쳤다.

그동안 이 상품의 혜택을 본 금융취약계층은 약 77만명으로, 작년 한 해만 놓고 보면 18만130명에게 1조9559억원 대출됐다. 일 년 공급금액이 2조원도 채 안 된다.

지난주 안심전환대출 1차분 최종실적은 18만9184건, 19조8830억원으로 닷새 만에 20조원 한도를 모두 채웠다. 예상을 깬 흥행 성적에 이번 주에도 5영업일간 20조원이 추가로 공급된다.

세계파이낸스

31일 서울시 중구 다동 예금보험공사에서 개최된 ‘제1차 금융개혁 자문단 전체회의’에 참석한 진웅섭 금융감독원 원장(앞줄 왼쪽에서 첫 번째), 민상기 금융개혁회의 의장(앞줄 가운데),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앞줄 오른쪽에서 첫 번째). 사진=금융위원회


문제는 부채상환 능력이 비교적 양호한 중산층에 집중된 안심전환대출은 불과 열흘 사이에 40조원이나 풀면서 새희망홀씨는 4년간 8조원, 연평균 2조원도 각각 채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은 늘어나는 원금상환 부담으로 인해 소득 하위 계층보다 소득 중상위 계층이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저소득 계층의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희망홀씨 대출 자격요건은 연소득 3000만원 이하 또는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등급(CB)이 6등급 이하인 자로 국한된다. 이와 달리 안심전환대출은 대출자 평균소득이 4100만원으로, 담보물의 91%를 차지한 아파트 평균 주택가격도 3억원에 이른다. 이는 수도권 아파트 평균 가격인 3억4000만원과 비슷하다.

지난해 말 기준 366조원에 달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주택가격 9억원 이하로 정한 안심전환대출 자격요건을 감안할 때, 새희망홀씨 대출이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제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게다가 새희망홀씨 대출은 2.6% 내외의 낮은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에 비해 금리도 많게는 4배 이상 높아 7~12% 수준이다. 연이자 상한선은 무려 12%로 기준금리 1.75%, 예·적금금리 1%대, 회사채 금리조차 1%대에 진입하고 있는 초저금리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초고금리다.

한부모가정 등 하위계층인 경우 최고 1%포인트 이내에서 우대금리가 적용된다고는 하지만, 주요 우대조건을 다 반영해도 연이자율은 11%다. 그나마도 5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돼 올해 11월초면 새희망홀씨 대출제도는 종료된다.

세계파이낸스

자료=금융감독원


1인당 한도 역시 2000만원에 머물러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각각 적용받아 기존대출 잔액 범위에서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안심전환대출과 비교된다.

조 연구위원은 “근래 소득 하위 계층의 부채 증가 속도, 부채 상환능력 약화 및 부채 상환부담 가중 추이를 고려할 경우 소득 하위 계층을 상대로 한 가계부채 대책이 보다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저소득층을 위한 바람직한 가계부채 대책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 조절과 함께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이들 계층의 지속적인 소득 창출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라며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를 높이려면 이들의 취업 및 창업을 돕는 소득증대 방안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가장 올바른 가계부채 대안은 일회성 부채탕감이나 채무재조정이라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들 계층의 소득 창출 능력을 높이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부채탕감 등은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문제가 있으나, 제1금융권은커녕 2금융권에서도 문전박대를 받아 대부업체의 고금리 사채를 쓰다 빚더미에 눌린 서민층에게 살 길을 열어줄 정책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시행됐던 국민행복기금에서 가계부채 대책 패키지의 일환으로 취·창업 기회 확대 방안이 포함됐던 것과 유사한 시도가 유지되고 확산돼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열린 간부회의에서 “안심전환대출 이후 모든 정책 역량을 서민금융 지원에 쏟아 붓겠다”면서 “기존 서민금융제도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며 햇살론·미소금융 등 서민금융 지원제도를 확충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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